하루 간격 수요예측·공모청약 진행···사실상 삼성증권 IPO팀간 내부 경쟁
WCP·쏘카 등 IPO 대어와 청약 경쟁 가능성에 고심하다 대진표 수정 선택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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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삼성증권이 대표상장주관을 맡은 아이씨에이치(ICH)와 수산인더스트리가 증권신고서 제출과 수요예측, 공모청약 등 IPO 일정을 하루 간격으로 연이어 배치하면서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통상 투자자들이 공모청약에 납입한 청약증거금은 2영업일 이후 돌려받기에 증권사들은 내부적으로 IPO 일정을 조율해 자사 고객들의 투자금이 분산되지 않도록 한다. 타 증권사끼리 IPO 일정이 중복되는 경우는 많지만 이번처럼 한 증권사에서 2개 IPO딜을 사실상 같이 진행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삼성증권은 더블유씨피(WCP) 등 경쟁력 높은 IPO들과 청약흥행을 놓고 직접 경쟁을 피하는 것이 아이씨에이치와 수산인더스트리 IPO 흥행을 위해 더 낫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이 같은 일정을 짠 것으로 파악된다.

◇ 삼성증권, IPO 흥행 놓고 내부경쟁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증권이 상장주관을 맡고 있는 아이씨에이치와 수산인더스트리는 증권신고서 제출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공모청약 등 대부분의 IPO 일정이 하루 간격을 두고 나란히 진행된다.

아이씨에이치는 지난달 21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수요예측은 13~14일 실시되고 공모청약은 19~20일 진행된다. 상장예정일은 이달 마지막 영업일인 29일이다.

수산인더스트리는 지난달 22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14~15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공모청약은 20~21일 실시한다. 상장예정일은 다음달 첫 영업일인 1일이다.

아이씨에이치는 IT기기용 테이프나 필름형 박막안테나를 생산하는 소부장 기업으로 코스닥에 기술특례로 상장한다. 총 공모주식수는 118만주로 희망공모가밴드는 3만4000~4만4000원이다. 공모희망가기준 총 공모금액은 401억~519억원이고 예상시가총액은 약 2000억~2500억원이다.

수산인더스트리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정석현 회장이 이끄는 수산그룹의 사실상 사업지주사로서 발전소 정비사업이 주사업이다. 원자력 및 화력, 신재생 발전소 등 다양한 에너지원 발전소에 대한 정비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회사인 수산이앤에스(옛 포뉴텍)를 통해 발전소 계측 및 개보수, 검사장비 개발 등도 영위하고 있다.

수산인더스트리 공모주식수는 571만5000주로 희망공모가범위는 3만5000원~4만3100원이다. 희망공모가 기준 공모금액은 2000억~2463억원이고 예상시가총액은 5000억~6157억이다.

아이씨에이치와 수산인더스트리 모두 상장 후 시가총액이 수천억원대로 작지 않은 규모의 IPO다. 하지만 삼성증권을 이용하는 공모주 투자자들은 두 IPO에 모든 자금을 투자할 수 없다. 공모청약시 증거금은 2영업일 이후에 반환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고객들은 하나의 IPO딜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삼성증권 내부에서 흥행 경쟁이 펼쳐치게 됐다. 삼성증권이 IPO딜은 기업금융1본부가 맡고 있고 아이씨에이치와 수산인더스트리 IPO 모두 유장훈 본부장이 최고 책임자다. 하지만 아이씨에이치는 최유리 팀장이 이끄는 IPO 2팀이 담당하고 있고 수산인더스트리는 김민호 팀장이 이끄는 IPO 3팀이 담당하고 있다. 삼성증권 기업금융1본부 내 IPO 2팀과 3팀이 흥행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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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말8초’ 대진표에 고심···흥행 위한 고육책

아이씨에이치와 수산인더스트리 모두 흑자를 안정적으로 내는 알짜기업이다.

연결기준 아이씨에이치는 지난해 매출 384억원, 영업이익 95억원을 냈으며 올해 1분기에도 매출 85억원, 영업이익 22억원을 기록했다. 수산인더스트리 역시 지난해 매출 2941억원, 영업이익 513억원을 냈으며 올해 1분기에도 매출 670억원, 영업이익 13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아이씨에이치는 소부장 기업, 수산인더스트리는 원전 관련 기업이라는 경쟁력 있는 업종테마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두 IPO 모두 흥행에 악재로 여겨지는 최대주주의 구주매출이 존재한다.

아이씨에이치는 전체 공모주식 118만주 가운데 12.3%인 14만5000주가 구주매출이다. 김영훈 대표가 매출자로 본인의 지분 가운데 일부를 매각해 49억~64억원가량은 현금화한다.

수산인더스트리 역시 정석현 회장과 그의 아내인 안정재씨가 각각 71만4500주씩 구주매출한다. 이를 통해 각각 250억~308억원씩 현금화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최근 국내 증시가 부진하면서 공모주 흥행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최적의 일정을 짜는데 주력했다. 이번 아이씨에이치와 수산인더스트리의 IPO 일정은 두 회사와 긴밀한 조율 끝에 결정됐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국내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테마인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이나 첨단 소부장 기업들과 청약일정이 중복되거나 인접할 경우 아이씨에이치와 수산인더스트리 IPO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7월말~8월초에는 이러한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상장한다. 특히 8월초 청약이 진행되는 더블유씨피(WCP)의 경우 공모금액이 7200억~9000억원, 시가총액이 4조원에 달하는 대어라 시중의 자금을 빨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유장훈 본부장은 “SK실더스와 원스토어, 테림페이퍼 등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실패하면서 흥행 부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쏘카나 WCP 등 경쟁시 우리가 피해를 볼 여지가 있는 IPO딜의 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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