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R&D에 집중투자···AI·약물디자인·실험실로 구성
파이프라인 10개 이상 확보···국내외 기업들 러브콜 쇄도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최근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사를 찾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이고, 최적화된 후보물질로 정확도를 높인다는 장점에서다. 국내 AI 신약 개발 기업들도 파이프라인 강화에 나섰다.

국내 AI 신약 개발사 중 비교적 업력은 짧지만, 설립 3년 만에 10개가 넘는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면서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기업이 있다. 2019년 설립한 '팜캐드'다. 국내 AI 신약개발사가 설계한 후보물질이 임상시험에 진입한 건 팜캐드가 최초다. 지난 2020년 2월 mRNA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아이진에 후보물질 'EG-COVID'를 개발한 장본인이다. 현재 아이진은 임상 2a상을 진행 중이다. 

기자는 지난 4일 팜캐드의 연구개발(R&D) 인력이 집중돼 있는 부산 본사를 찾았다. 

팜캐드 부산 본사의 입구 모습 / 사진=염현아 기자

부산 동구 초량동 메리츠타워에 위치한 팜캐드에 들어서자, 입구 왼쪽에는 IT 업계를 떠올릴 만한 라운지 공간이 마련됐다. 현재 팜개드에는 국내외 인재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는 만큼, 이곳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설명이다. 

팜캐드 부산 본사에서 근무 중인 R&D팀 / 사진=염현아 기자

팜캐드의 핵심 기술은 AI 플랫폼 ‘팜백’과 ‘파뮬레이터’다. 파뮬레이터를 통해 각 적응증에 맞는 신약 약물을 디자인하면, 팜백을 통해 후보물질을 발굴해내는 방식이다. 팜캐드 본사에는 팜캐드 기술의 핵심 역량이 집중된 R&D센터가 있다. AI, 약물디자인(drug design), 바이오어세이랩 등 세 개 팀으로 구성돼 있는 R&D팀에는 총 30명 정도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제2연구소에서는 AI 기반 신약창출, 독성예측 중심의 연구와 더불어, 파뮬레이터 플랫폼 고도화 등 소프트웨어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윤일상 팜캐드 부사장 및 R&D 센터장은 "대부분 박사급 연구원들이어서 높은 수준의 업무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며 "각 프로젝트 팀마다 모든 업무는 영어로 소통하고 있고, 한국인 직원들이 외국인 연구원들의 현지 적응을 위해 돕고 있다"고 소개했다. 

수닐 쿠마 팜캐드 AI팀장이 기자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 사진=팜캐드

이날 기자는 팜캐드 R&D센터의 AI팀장을 맡고 있는 수닐 쿠마 박사를 만났다. 생물과학 분야 17년 경력의 쿠마 박사는 한국에 온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팜캐드 R&D팀 근무에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쿠마 박사는 "사실 AI 플랫폼을 활용해 약물을 설계하는 업무는 팜캐드 입사 후에 처음 시작하게 됐다"며 "파뮬레이터로 1500개 물질 중 최적화된 80개 물질을 골라내는 기술이 놀라웠다"고 밝혔다. 그는 "AI 플랫폼으로는 통상 4~5년 걸리는 후보물질 발굴 시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고, 비용 절감 장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팜캐드 부산 본사 맞은편에 위치한 바이오어세이랩 / 사진=염현아 기자

본사 맞은편에 위치한 바이오어세이랩에서는 AI팀과 약물디자인팀의 약물 설계로 발굴한 10개가량의 후보물질의 독성 테스트가 이뤄진다. 세포 배양실에서 테스트를 통해 앞서 두 팀에서 넘겨준 데이터 수치와 일치하는지 확인 작업을 거쳐, 히트물질과 리드물질 등을 도출해내는 방식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지난해 시리즈B 투자로 누적 투자금 245억원을 확보한 팜캐드는 R&D 분야에 집중 투자해온 결과, 설립 3년 만에 기술 고도화에 성공했다. 

팜캐드는 국내외 기업들과 협업을 강화해 파이프라인 확대에도 주력했다. 아이진과의 mRNA 백신 개발 외에도, 현재 팜백을 통해 항암 백신과 약물전달시스템(DDS) 등의 후보물질을 연구 중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올 3월엔 국내 바이오 벤처 레디팜에 고형암치료제의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하면서, 파이프라인을 추가했다. 현재 레디팜은 난소암과 전립선암을 적응증으로 한 전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화학연구소, 한국원자력의학원 등과도 급성골수성백혈병(AML), 교모세포종 치료제의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팜캐드 기술 중 하나의 모듈로서 개발 중인 'ADME/T 예측 플랫폼'도 최근 핵심 플랫폼으로 추가됐다.  

현재 상장 전 마지막 투자(프리 IPO)인 시리즈C 유치를 진행 중인 팜캐드는 현재 기술성평가 준비를 완료한 상태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IPO(기업공개) 시점을 정한다는 계획이다. 

팜캐드는 이달 13일 세계 석학들을 초대한 바이오 컨퍼런스도 준비 중이다. 팜캐드의 AI 및 디지털 기술 역량을 소개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인실리코)을 통한 약물전달시스템 설계 기술을 조망할 예정이다. 

팜캐드는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DDS 및 항암백신 분야 R&D 협력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윤 부사장은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하시는 석학들과 약물전달 분야 고도화를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컨퍼런스에 방문하는 국내외 제약 바이오 기업들과 DDS 및 항암백신 분야 컨소시엄을 만들어 항암백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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