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선 구현모 대표 연임 염두에 둔 ‘시간 끌기’란 비판도 나와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3월31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주총장에서는 쪼개기후원 범죄 관련 KT가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위반한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 부터 75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물게 된 것을 놓고 주주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3월31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주총장에서는 쪼개기후원 범죄 관련 KT가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위반한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 부터 75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물게 된 것을 놓고 주주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사건에서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KT법인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사측은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를 제한한 현행 법령에 대해 위헌성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내부 일각에서는 연임 가능성이 큰 구현모 대표이사가 부정 이슈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판을 지연하고 있다는 비판적 해석도 제기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16일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KT법인은 최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KT 관계자는 “(정치자금법 조항과 관련)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위해 항소했다”며 “법인의 정치후원 행위를 일체 금지하는 현행 정치자금법 조항이 헌법을 위반하는 것인지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치자금법 제31조 2항은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KT법인과 관계자들은 정치자금법 위반을 피하고자 카드깡 방식으로 회사 자금을 횡령해 정치인들에게 기부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다.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별도 기소된 구현모 대표 역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언급한 바 있다. 구 대표를 변호하는 법무법인 화우 측 변호사는 지난 5월4일 그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기일에서 “(정치자금법 31조가) 정치 활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의문이 있다”며 “위헌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할 예정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법원이 구 대표 측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화우는 구 대표를 변호하는 동시에 KT법인의 변호 역시 맡고 있다. 구 대표는 업무상 횡령 혐의 재판에서도 범죄의 주관적요건 중 하나인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며 재판 쟁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쪼개기 후원’의 객관적 사실관계를 인정한 KT법인과 구 대표가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언급하고 무죄를 주장하는 배경은 ‘재판 장기화를 통한 법적 리스크 최소화’라는 분석도 나온다. 구 대표는 내년 초 3년 임기를 마치고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호계 KT새노조 사무국장은 “연임을 위해 시간을 끄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국장은 “구 대표 임기 중 전국적 인터넷 장애 사건, 유투버발 KT품질 논란, 미국 증권거래소 제재 등 부정 이슈가 많았다”며 “연임을 염두에 두고 형사재판 결론을 최대한 미루려고 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 대표는 CEO후보 추천 당시에 피의자신분으로 검찰수사를 받아 자진사퇴 압박을 받았다”며 “임기 중 발생한 범죄사실이 아니더라도 형이 확정될 경우 연임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에 KT 사측 관계자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시간끌기’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다”며 “사측의 항소는 CEO 연임 이슈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구 대표는 지난 2016년 9월 KT 대관 담당 임원으로부터 지인 등 명의로 정치자금 기부를 요청받자 승낙, KT 비자금으로 구성된 자금 1400만원을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송금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구 대표를 약식기소 했고, 법원은 업무상횡령 혐의에 벌금 500만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린 바 있다. 구 대표가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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