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전세가격 상승분 신용대출로 채울 듯
대출수요 증가 전망···시중은행도 한도제한 풀 준비
대출성장·건전성 관리 어려움 겪은 점도 배경

사진=카카오뱅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다음 달 말 전세계약 갱신요구권 인정 기간 만료에 맞춰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10월부터 중단하고 있는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영업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계약생신요구권이 종료되면 신용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에 대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카카오뱅크는 그간 ‘고속 성장’을 가능하게 한 고신용자 신용대출의 중단으로 대출자산 성장과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이번 결정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카카오뱅크는14일부터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영업을 재개한다고 13일 밝혔다. 금리는 연 3.148~6.424%(14일 기준)며, 최대한도는 1억원이다. 하루 당 신규 신청건수에 한도를 두는 방식으로 제한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를 채우기 위해 신용평가점수(KCB) 820점이 넘는 고신용자들에게 일반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을 내주지 않았다.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은 그간 카카오뱅크가 수익성, 건전성 모두를 챙기는 것을 가능하게 한 사업으로 통한다.  

카카오뱅크의 이번 결정의 배경엔 전세계약 갱신청구권 만료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7월 말 주택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을 인정하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지 2년이 된다. 지난 2020년 7월 말 시행된 이 법안은 세입자가 전세 계약 기간을 2년 연장할 수 있고,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도 5% 이내로 묶을 수 있도록 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한 번만 쓸 수 있어 다음달 말로 계약갱신청구권이 종료된다. 이에 올해 8월부터 세입자는 다시 전세를 계약하기 위해선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올려줘야 할 상황에 처한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기준으로 올해 3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6억3294만원으로, 임대차법 시행 전인 2020년 7월 말 평균 대비 36.2% 상승했다. 2년 전 3월의 전셋값(4억6070만원)과 비교하면 평균 37.6% 올랐다.

은행권은 계약갱신청구권 만료로 신용대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본다. 서울 평균 전세 가격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세입자도 재계약을 위해 전세대출을 최대한도(5억원)로 받더라도 오른 전세보증금을 다 채우지 못한다. 결국 나머지는 신용대출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들은 늘어날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신용대출 한도 제한을 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의 규제에 맞춰 현재 신용대출은 연 소득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 규제는 이달 말로 종료된다. 당국은 규제를 연장하지 않을 것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한도는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다음 달부터 규제가 사라지면 시중은행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만 맞으면 연봉 이상의 신용대출을 내줄 수 있게 된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재개를 구체적으로 검토했다. 대출자산 성장세가 크게 꺾였기 때문이다. 주력 상품인 고신용자 대출 중단한 것과 동시에 기준금리가 크게 올른 결과 대출 잔액 증가세가 둔화됐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대출 잔액은 작년 말과 비교해 1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분기당 1조원 넘게 늘어나던 경향과 대조적이다. 지난달 3100억원이 증가하면서 다소 분위기를 전환했지만 작년과 같은 큰 증가율을 기록하긴 힘들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올해 2월 출시한 주택담보대출의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출시한지 한 달 반이 된 지난 3월 말 주담대 잔액은 1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대출 자산 가운데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0.4% 그쳤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이 감소하는 것을 고려하면 선전한 수치지만 출시 초 효과를 고려하면 예상보다 느린 성장 속도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올해 부동산시장이 침체될 것이 예상되는 만큼 빠른 주담대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신용자 대신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을 크게 늘린 탓에 자산건전성도 악화됐다. 올 3월 말 기준 전체 대출자산 가운데 1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밀린 비율(연체율)은 0.26%를 기록했다. 출범 후 가장 악화된 수치다.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도 0.25%로 작년 말 대비 0.03%포인트 증가했다. 창립 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중·저신용자 대출 급증으로 이 대출의 비중이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는 점도 고신용자 대출 재개의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올해 4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20.8%다. 작년 6월 말엔 10%에 그쳤지만 10개월 만에 두 배 넘게 늘었다. 당국이 권고한 올해 목표치(25%) 달성에 대한 기대도 커진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회 자리에서 고신용자 대출 재개를 검토한다고 밝힌 만큼 이번 결정을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라며 "카카오뱅크는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카카오뱅크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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