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형 전기차는 브랜드 이미지에 맞지 않아···중저가형은 현대차그룹의 입지 강력해
아직까진 하이브리드차 시장이 전기차 시장보다 커···판매량·성장율 모두 HEV가 우세
올해 XM3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 예정···향후 전용 플랫폼 적용한 HEV 선보일 계획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친환경 시대를 맞아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르노자동차코리아가 지리그룹과 협업을 하면서도 전기차 출시 계획을 밝히지 않아 관련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일 르노코리아에 따르면 오는 2024년 중국 지리자동차와 협업을 통해 전용 플랫폼 기반의 하이브리드차량(HEV)을 출시할 계획이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XM3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에 이어 지속적으로 HEV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친환경 모델로 전기차 개발에 힘쓰고 있는 것과 비교가 된다.

XM3 / 사진=르노코리아
XM3. / 사진=르노코리아

특히, 르노코리아는 전기차 개발 기술력을 갖춘 지리자동차와 협업을 진행하면서도 전기차 개발 계획을 밝히지 않아 의문을 낳고 있다. 업계에선 르노코리아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특별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 의도적으로 전기차를 출시하지 않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작정 전기차 개발에 동참하기보단 우수한 품질의 하이브리드 모델로 차별화를 노린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구조가 단순해 제작에 높은 기술력이 요하지 않는다”며 “르노코리아도 배터리 업체와 계약을 통해 충분히 좋은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흥행과는 별개다”고 덧붙였다.

실제 현재 국내 전기차 시장은 르노코리아가 진입하기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고급형 전기차를 출시하기엔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르노코리아가 성능 좋은 전기차를 제작하더라도, 프리미엄 이미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소비자 구매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저가형 전기차는 배터리 용량 등 성능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내연기관 모델들과 비교하면 가격마저 비싼 편이라 흥행을 보장하기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수입모델 ‘조에’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됐지만 흥행에 실패한 바 있다.

최선은 성능과 가격적인 부분에서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 중저가형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국내 시장에서 현대자동차 및 기아의 입지가 두터워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르노코리아 입장에선 불확실한 전기차 시장에 투자하기보다, 우수한 성능의 하이브리드차를 저렴한 가격대에 판매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비록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하이브리드차량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다.

카이즈유 통계데이터 자료에 의하면 올해 1분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6만2277대로 전년 동기 2만2888대 대비 172.1% 증가했다. 동기간 전기차가 2만7853대 판매되며 지난해 1만763대에 비해 158.8% 증가한 것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하이브리드차가 판매량도 많고 판매 증가율도 높다.

전문가들 역시 최근 하이브리드차 판매 흐름과 관련해 르노코리아의 차별화 전략을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가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 우수한 품질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선 르노코리아가 전기차를 출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아직까지 시장 규모가 더 큰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해 운신의 폭을 넓히는 편이 낫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각에선 르노코리아가 향후 수입 모델을 통해 전기차 판매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르노 프랑스 공식 홈페이지에선 준중형급에 해당하는 ‘메간 E-TECH’를 3만5200유로(한화 약 470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유럽측정 방식에 해당하는 WLTP 기준으로 메간 E-TECH의 1회 충전 최대주행거리는 470km다. 수입에 따른 관세와 엄격한 국내 측정방식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비교적 경쟁력 있는 사양이다.

그러나 르노코리아는 아직까지 별다른 수입 전기차 출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를 하고 있으나, 아직까진 별다른 전기차 출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록 전기차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인프라 부족 등 문제가 많다”며 “시장성 높은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