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업계 내 우호적 분위기 확산
비용 절감에만 초점 맞출 시 인력 구조조정

주요 시중은행 RPA 추진 현황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주요 시중은행 RPA 추진 현황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Robotic Process Automation) 시스템의 업무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업계는 단순 업무 자동화를 통해 효율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해 RPA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반면 비용 절감 목적에만 초점을 맞춰 중장기적으로 일자리 감소 우려도 제기된다. 단순 경제적 이점을 넘어 고객 만족도와 직원 편의성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서 그 중요성이 부각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 2017년 처음으로 RPA를 도입한 이후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RPA는 로봇 처리 자동화를 의미한다. 사람이 수행하는 반복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디지털 혁신 일환으로 일부 단순·반복 업무에만 적용됐던 자동화 범위는 금리산출과 거래 확인, 여신심사, 자금세탁방지 등 업무 전반으로 확장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직원 스스로가 RPA를 발굴과 개발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

최근 KB국민은행은 RPA를 240개 업무에 적용해 업무자동화를 구현했다. 현재 KB국민은행 RPA 적용 업무 수는 총 240개에 육박하며 이 중에서 영업점 적용 업무는 61개에 이른다. 직원이 의뢰하지 않고도 특정 조건하에서 자동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RPA만 36개에 달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은 RPA를 통해 핵심업무에 집중하며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무자동화 소프트웨어인 'RPA퍼스널봇'을 통해 직원 스스로 RPA를 발굴 및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직원이 입문과정으로 기초교육을 수강하고 개발과정을 통해 전문가의 코칭을 받아 스스로 RPA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올 하반기에 퍼스널봇 개발 경진대회를 개최해 직원들의 업무 자동화 개발을 장려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7년 은행권 최초로 여신업무에 RPA 시스템을 도입한 이래 70여개의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를 개발해 전국 영업점에 적용해왔다. 직원들이 부르기 쉽게 '알파봇(RPA bot)'이라는 이름이 붙은 RPA 프로그램은 직원용 챗봇인 'A.I몰리'와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외근 중에도 모바일을 통해 당일 이자 납부 안내나 신용평가 정보 자동입력 등 업무처리가 가능하다.

우리은행도 RPA를 확대 실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고객 상담용 RPA인 '상담 도우미'의 기능을 확장했다. 일반 은행원이 직접 코드를 설계·제작해 업무처리가 가능하다. 지점 직원이 창구에서 고객과 상담할 때 업무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부동산 등기부등본 출력 등 단순 반복 업무를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포스코ICT의 RPA를 도입했다. 하나은행은 법인 비대면 실명확인, 외국인투자기업 마케팅 정보제공 등 24개 업무에 RPA를 적용해 업무자동화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RPA 고도화에 집중하는 이유는 업무처리에 소요되는 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RPA를 운영한 결과 업무 210만건 처리, 기회비용 108억원 절감, 업무시간 13만시간 감축 등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도 총 180만시간을 절감했으며 올해 300만시간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업계 반응도 긍정적이다. RPA를 통해 직원들은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고객 만족도와 직원 편의성이 향상됐단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RPA를 통해 단순 반복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해소돼 직원들의 업무 편의성이 상당히 개선됐다"며 "업무강도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고객 상담 시 '응대'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이 더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RPA 확산으로 인력 구조조정 및 일자리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RPA를 비용 절감 목적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중장기적으로 단순·반복 업무를 하는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단 전망이다. 인공지능(AI)과 접목해 RPA 기술이 발전한다면 향후에는 고도로 전문화된 정규 인력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단 지적이다.

아직까지 일자리 감소가 가시화된 것이 아닌만큼 우려가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비용 절감이란 부차적인 효과를 놓고 RPA 전체를 부정적으로 예단할 필요가 없단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RPA는 확장기를 지나 이제는 영업점 직원의 디지털 도구로써 활용과 본부직원의 개발·활용에 있어 정착 생활화됐다"며 "고객과의 진정성 있는 관계 형성과 핵심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단순 반복적인 업무의 자동화를 적극 고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RPA로 파생되는 경제적 이점에 주력하기보다는 노동력 절감과 워라벨 경험 등 삶의 질 향상과 업무 만족도 개선 등 RPA 본연의 효과가 부각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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