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디지털 치료제 등 전 세계 헬스케어 주목
2030년 국내 바이오 헬스케어 시장 450조원 전망
업계 “인허가 규제 완화 등 제도·정책적 지원 필요해”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바이오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를 이끌 미래 혁신 먹거리로 떠올랐다. 이에 국내외 기업들도 바이오·헬스케어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신사업 구축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다만 여전히 높은 규제·제도의 벽으로 성장에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국내 바이오 헬스케어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했지만, 기술사업화는 여전히 난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시장이 팽창하는 만큼, 규제개선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사(GIA)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4년 후 3조달러(한화 3800조원)까지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 2020년 237조원에 달했던 이었던 시장이 2030년 450조원으로 연평균 6.7% 성장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국내 바이오 헬스케어 시장 전망 그래프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2022 바이오 코리아’ 포럼에서는 미래 혁신 기술로 급부상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술의 연구개발(R&D) 사업화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최로 3일간 열리는 이번 포럼은 총 21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첫째 날인 오늘은 원격의료(비대면 진료), 디지털 치료제 등 디지털 헬스케어를 주제로 진행됐다.

의료법상 불법인 비대면 진료는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국정과제에 포함하면서 최근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그간 대한약사회의 강한 반발로 비대면 진료에 대한 논의는 답보상태를 이어왔다. 

이날 포럼에서는 국내 비대면 진료에 대한 법적·입법 이슈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헬스케어 분야를 맡고 있는 허수진 변호사는 "현재 원격의료에 대한 찬반 의견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지만, 미국, 영국, 중국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 조건부로 허용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허 변호사는 "원격의료는 환자 스스로의 의료행위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대면 진료를 병행하고, 원격의료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 변호사는 비대면 약 배송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약사회에 대해서도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 비대면 약 배송이 산업화되면 약국 기본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반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02년부터 실시된 비대면 진료가 20년 만에 논의를 시작한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환자를 위한 서비스 구축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종엽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도 “최근 비대면 진료에 대한 찬성 의견이 70%를 훌쩍 넘었다”며 “최근 대한의사협회도 비대면 진료에 대한 찬성 입장으로 선회한 것처럼 의료인들의 인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원격의료 시대를 준비하려면 의료인이 직접 참여해 비대면 진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디지털 헬스케어' 주요 정책 내용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윤 정부가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발표한 '디지털 헬스케어' 지원 정책에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 외에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스마트 건강관리, 디지털 헬스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포함됐다.

경구용, 주사제형 등 전통적인 약 개념에서 벗어나 전기 등을 이용해 치매, 우울증 등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도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지만, 국내 인허가 규제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어 발표를 이어간 강영규 식품의약품안전처 디지털헬스규제지원과 팀장은 "디지털 치료제도 전통신약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임상시험 절차를 거친다"며 "현재까지 식약처는 10건의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중 국내 허가가 이뤄진 디지털 치료제는 아직 없다. 디지털 치료제의 개념도 최근에야 '디지털 의료기기'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포럼에 참석한 여러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은 국내 허가당국의 보수적인 인허가 제도로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어지럼증 진단 기기를 개발하는 뉴로이어즈의 서규원 대표는 "소프트웨어 기술 기반의 디지털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인데, 식약처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GMP(제조시설)를 요구하는 등 실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충족하기 어려운 기준을 제시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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