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엔티파마, 반려견 치매치료제 국내 공급
HLB생명과학, 반려견 항암제 임상 착수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지엔티파마와 HLB생명과학이 각각 반려견 치매치료제와 항암제에 대한 국내외 임상에 돌입할 전망이다.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은 비교적 최근에 주목받으면서 아직 치료제별 선도주자가 없는 가운데 지엔티파마와 HLB생명과학의 반려견 난치병 의약품 개발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반려동물의약품 시장 전망./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글로벌 반려동물의약품 시장 전망./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동물의약품 시장 규모 전망./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동물의약품 시장 규모 전망./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6일 한국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국내 동물약품 시장규모는 1조 34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이는 동물용의약품과 동물용의약외품, 동물용의료기기를 포함한 실적이다. 또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규모는 지난 2019년 102억2016만달러(약 13억원)에서 오는 2027년에는 137억4225만달러(약 17조4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수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반려동물 의약품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지엔티파마와 HLB생명과학은 치매와 암과 같은 반려견의 난치병 치료제에 주목했다. 반려동물 난치병 치료제는 국내외에서 승인 건수는 거의 없는 반면, 인체용 의약품에 비해 개발이 쉽다. 이를 바탕으로 이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전략이다.

◇ 지엔티파마, 반려견 치매치료제 해외 임상 준비

바이오기업 지엔티파마는 자체개발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 치료제 ‘제다큐어’의 국내 판매 허가에 힘입어 해외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엔티파마에 따르면 제다큐어는 2월 국내 최초로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동물용의약품 합성신약 품목허가를 받았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유사한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을 앓는 반려견에서 약효와 안전성을 입증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지엔티파마는 지난해 5월부터 업무협약을 맺은 유한양행과 함께 전국 938개 동물병원에 제다큐어를 판매하고 있다.

지엔티파마는 동물용의약품 해외 CRO(임상연구위탁전문기관)과 함께 글로벌 임상도 준비할 방침이다. 한국 동물용의약품 품목허가 심사 결과를 인정하는 국가 위주로 시장 개척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동물용의약품 품목 허가만으로는 해외 즉시 판매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엔티파마는 해외 동물용 의약품 시장 진출을 위해 의약품 시장의 선두 주자인 미국과 유럽 진출을 목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의 동물용 의약품 허가 절차를 밟기 위해 준비 중이다.

지엔티파마 관계자는 “제다큐어에 대한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을 추진할 방침”이라며 “일부 국내 임상시험 결과를 인정해주는 국가들은 기허가받은 국내 자료들을 검토해 대상 국가의 규정에 맞게 품목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5월 유한양행을 통해 제다큐어 판매에 들어간 이후 최근까지 미국을 비롯한 15개국, 130개 동물병원과 개인 등으로부터 구매 문의가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지엔티파마는 반려견의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치료제뿐만 아니라 퇴행성 질환 및 염증성 질환 치료제에 대한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반려견 만성 췌장염, 만성 장염 등과 부작용 부담이 커서 치료제를 오랜 기간 사용하기 어려운 질환 개선을 목표하고 있다.

◇ HLB생명과학, 반려견 유선암 치료제 임상 개시

HLB생명과학은 이달 리보세라닙(Rivoceranib)의 반려견 유선암 치료제 개발을 위한 허가용 임상시험계획(IND)을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승인 받았다.

HLB생명과학에 따르면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노터스와 함께 6개 병원에서 유선암으로 진단받은 환견을 대상으로 리보세라닙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임상결과를 기반으로 내년 중에 허가 신청에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반려견은 통상 사람보다 암 발병률이 높고, 8세 이상 노령견의 사망 원인의 약 50%가 암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동물용 항암제로 허가 받은 의약품이 전무할뿐더러 해외에서도 승인 사례는 5개에 그친다.

HLB생명과학은 임상시험을 통해 리보세라닙이 반려견 유선암 치료제로 유효함을 입증한 뒤, 유럽과 일본 판매를 위한 해외 임상을 진행할 방침이다. HLB생명과학은 리보세라닙에 대한 국내 판권 및 유럽과 일본 판권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임상을 시작으로 반려견 대상 범용 항암제로 적응증을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 

HLB생명과학 관계자는 “비만세포종 또는 림프종에 대한 치료제로 승인받았을 뿐 유선암 치료제로 허가받은 전례는 전 세계에 아직 없다”며 “동물용 의약품은 약 1년 안팎의 임상시험 시간이 소요되는데, 내년 중에 임상을 마치고 국내 공급을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의 계획상으로는 고형암과 혈액암으로 리보세라닙의 적응증을 넓히고자 한다”며 “리보세라닙에 대한 해외 판권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와 협력해 현지 임상 개시 및 글로벌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동물용의약품은 인체용의약품에 비해 임상시험 및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절차가 간단하다. 상대적으로 개발 진입장벽은 낮은데, 시판되는 의약품 수는 적어 시장 선점에 유리하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빠르게 반려동물용 의약품 개발에 나서는 이유다. 더군다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가 늘어나면서 동물 의약품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동물용의약품은 임상시험 및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절차가 인체용의약품보다 간단해 개발 시간 및 비용이 적게 든다”며 “또한 반려동물 시장은 점진적으로 커지고 있어, 다양한 적응증을 대상으로 동물용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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