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커머스 골목상권 영향 분석 첫 공개···“중소유통 결집 플랫폼 구축해야”
“상권보호·금전 지원 만으론 한계”···정부 “대기업 퀵커머스 규제 검토 안해”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유통 대기업들이 퀵커머스 서비스에 진출하면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퀵서비스가 편의점 등 골목 상권 매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중소유통점들이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단 조언이 나온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자 배송시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퀵커머스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퀵커머스는 주문 즉시 상품을 바로 배송하는 이커머스의 새로운 거래형태를 말한다. 국내 유통 기업 상당수가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배달의민족(B마트), 쿠팡(쿠팡잇츠마트), CJ올리브영(오늘드림), 롯데온(한 시간 배송), GS리테일(우딜)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이마트가 쓱고우를 런칭했다. 

국내 퀵커머스 서비스는 서비스 제공 유형에 따라 소매점 기반 모델, 마이크로풀필먼트(MFC) 기반 모델, 결합 모델로 구분된다.

소매점 기반 모델은 우딜, 오늘드림처럼 기존 소매점포를 보유한 유통기업이 도심 내 매장을 배송거점으로 해서 배송한다. MFC 기반 모델은 도심 내 배송 거점인 MFC를 설립하고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배송서비스를 제공한다. B마트, 쿠팡잇츠마트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주로 진출한다. 결합모델은 기존 소매점포를 보유한 기업이 추가적으로 MFC를 세우거나 제휴를 통해 소매점포와 MFC 모두 배송거점으로 활용한다. 

퀵커머스는 서비스 특성상 경쟁업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퀵커머스는 유통의 미래인가’에서는 퀵커머스로 인한 골목상권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산업연구원은 B마트 5곳(관악신림, 강서가양, 강남삼성, 대전 김포) 주변 편의점 매출을 주 단위로 분석했다. 그 결과 MFC 입점 전후 편의점은 8.4%, 대기업슈퍼마켓(SSM) 매출은 약 9.2% 감소했다.

B마트 주력 상품이 HMR과 도시락 등의 소포장, 신선식품인 점을 고려할 때 유사 상품군이 주력상품인 업태의 매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퀵커머스는 낮은 수익구조, 경쟁 심화, 시장확대의 불확실성 등 여러 불안 요인들이 있다. 그럼에도 기업 입장에서 퀵커머스는 유통업체들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단 분석이다.

구진경 산업연구원 서비스미래전략실장은 “퀵커머스 서비스 이점은 중소유통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며 “중소유통들을 결집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공동 배달대행 서비스를 활용한다면 소비자 근거리에 위치한 소규모 점포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온라인 플랫포모가 물류 대행 시스템과 같은 인프라를 갖춰야 하며 개인 소매점이 이런 인프라를 구축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 표=김은실 디자이너

구 실장은 “오프라인 중심의 영업방식에 머무는 슈퍼마켓 등의 중소유통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온라인 유통 대응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지역 기반 중소 유통업체들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배송, 재고관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중소유통 풀필먼트 사업 등 지원 사업이 확대돼 중소 유통들도 경쟁력, 자생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중소유통 풀필먼트 사업은 정부가 자체 배송물류기반 구축이 어려운 중소유통사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이 상권 보호, 금전적 지원 등 임시 단편적 정책으로 흐르면서 물류센터 상황이 악화됐단 지적이다. 정부 지원 대부분이 이벤트성 자금 지원으로 흐른 게 주요 원인이란 지적이다.  

홍요섭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디지털유통센터장은 “지역 상인 주인들은 온라인 물건 판매 시스템이 없어 못하는 게 아니”라며 “운영 시간이 부족하고 상품 종류도 다양해 쿠팡 판매자들과 경쟁할 이유가 없고 물건이 팔리더라도 배송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기존 물류 센터가 상품을 싸게 사 비싸게 파는 수익모델만 유지하면서 영업 상황이 악화됐다. 전국 물류센터 중 영업이익이 나는 곳은 극소수고 대부분 정부 지원으로 유지되는 상황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 기반 중소 소매 유통사의 강점을 살려 소비자와 점포, 물류센터를 연결하는 온라인 유통물류 서비스, 풀필먼트 센터를 제공해야 한단 조언이다.  

홍 센터장은 “서비스와 상품을 동시에 공급할 풀필먼트 센터를 활용해 연매출을 센터는 300%, 연계점포는 170%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권 보호라는 미명 하에 규제 정책과 보호만을 위한 금전적 지원만을 통해 단기적 처방만으로 계속 지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경계를 망가뜨리지 않고 보호하려면 그 지역만이라도 보호할 수 있는 IT 기반 시스템 생태계가 꼭 필요하다”며 “시간을 갖고 꾸준히 투자해 시스템적인 플랫폼을 조성해 나가면 기업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인프라 조성 사업에는 정부의 지속적 지원과 투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퀵커머스 기반 인프라 구축을 사회간접자본(SOC)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단 조언도 나왔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퀵커머스를 바라보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단순 기업 영리 행위로 접근할 게 아니라 우리 사회 필수적 요소인 SOC로 인식해야 한다”며 “공공이 과감히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공동물류센터가 중소상인 핵심 요구사항이었지만 실패한 모델이라 조심스럽다. 그래도 다시 한번 도전해야 할 시기”라며 “공동물류센터를 기반으로 했을 때 골목상권으로 들어갈 수 있는 MFC가 가능하다”고 했다. 퀵커머스 사업이 단순 소상공인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일자리 사업으로 진행해야 한단 조언이다.

한편, 유통 대기업들이 퀵커머스 사업에 진출하면서 일부에선 규제가 필요하단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퀵커머스가 골목상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정상영 산업통상자원부 유통물류과장은 “(퀵커머스) 규제를 검토하고 있진 않다”며 “시장이 계속 확산될지 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고 소비자들의 이해 관계도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우선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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