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재도전하는 대명에너지, 구주매출 줄이고 몸값 낮춰
SK쉴더스·원스토어도 비교기업 정정···적정성 낮아 고평가 논란 의식
일부 IPO 실질적인 몸값 변화 없어 정정 의미 퇴색 지적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IPO(기업공개) 시장 분위기가 여전히 냉랭한 가운데 흥행을 위해 투자자 눈높이에 맞추려는 IPO 도전자들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구주매출 비중을 줄여 다시 공모에 나서는 사례가 있는 한편 비교기업을 국내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기업으로 현실화하거나 공모가 밴드 산출 시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일부 IPO의 경우 몸값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시장 찬바람 맛봤던 대명에너지, 자세 낮춰 IPO 재도전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업체 대명에너지가 오는 27~28일 양일 간 기관 수요예측에 돌입한다. 2000년 8월 설립된 대명에너지는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개발부터 설계·조달·시공 및 운영관리까지 전 단계를 직접 수행하는 회사다. 이번 IPO를 통해 최소 375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대명에너지의 수요예측은 올해만 두 번째다. 대명에너지는 지난 2월 수요예측 진행 후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수요예측의 극심한 부진 탓이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냉각된 상황에서 높은 구주매출 비중, 공모가 고평가 논란 등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이번 IPO에서는 보다 자세를 낮췄다. 대명에너지는 우선 공모 물량 대비 38.44%에 달했던 높은 구주매출 비중을 이번에는 2.94%로 줄였다. 당초 105만주를 구주매출해 상속 재원을 마련하려했던 서종현 대명에너지 대표가 이번에 구주매출을 하지 않기로 한 결과다. 높은 구주매출은 기업의 성장재원이 아닌 대주주의 이익만 확보된다는 측면에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몸값 역시 손봤다. 대명에너지는 당초 기업 가치 산정을 위해 비교기업으로 해외 기업 5곳을 선정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해외 기업 대비 저평가 된 동국S&C, SK디앤디를 포함해 총 4곳을 비교기업으로 삼으면서 적용 PER(주가수익비율) 배수를 낮췄다. 여기에 할인율을 기존 22.97%~33.59%에서 41.72%~51.44%로 높여 적용했다. 이에 예상 시총(희망공모가 밴드 하단 기준)이 2550억원으로 지난번 4442억원 대비 대폭 낮아졌다.

괄호 안은 상장된 증시가 속한 국가 기준. / 표=정승아 디자이너.
괄호 안은 상장된 증시가 속한 국가 기준. / 표=정승아 디자이너.

◇ 외국기업→국내기업 비교 늘어···실질적 몸값 변화 없어 의미 퇴색 지적도

증시 입성에 나서는 다른 IPO 중에서도 냉랭해진 투자자들의 시각에 맞춰 상장을 준비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비교기업을 해외 기업에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친숙한 국내 기업으로 변경하기도 하고 할인율도 평균 보다 더 높여 적용하는 식이다. 

SK그룹의 보안 계열사인 SK쉴더스는 최근 증권신고서 정정에 나섰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비교기업의 변경으로 기존 에스원, 안랩, ADT(미국, 상장 국가 기준), 알람닷컴(미국), 퀄리스(미국)에서 미국 기업 3곳을 제외하고 코스닥 상장사인 싸이버원과 대만 세콤을 비교기업에 포함했다. 사이버보안의 중요성과 성장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동아시아 및 국내 회사 중심으로 비교기업군을 재구성해 투자자의 이해를 높이기 위함이라는 것이 SK쉴더스 측의 설명이다.

국내 토종 앱마켓인 원스토어 역시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면서 비교기업을 재선정했다. 원스토어는 당초 애플(미국), 알파벳(미국), 카카오 등을 기업가치 비교기업군으로 내세웠지만 정정을 통해 텐센트(홍콩), 네이버, 카카오, 넥슨(일본)으로 비교기업으로 바꿨다. 원스토어와 체급 차이가 나는 비교기업을 그나마 현실적으로 바꾼 것이다. 여기에 공모 할인율도 41.5%~28.9%로 변경 적용해 평균 공모 할인율(35.1%~21.6%) 보다 높였다.

다만 이들 기업의 경우 이 같은 정정 사례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비교기업을 바꾸고 할인율을 높이긴 했지만 실질적인 기업가치의 할인이 되지 않았다는 목소리다. SK쉴더스의 경우 공모가 밴드(3만1000~3만8800원)와 상장 주식수가 같고 원스토어 역시 기존과 공모가(3만4300~4만1700원)와 상장 주식 수가 다르지 않다. 비교기업이 보다 친숙해지고 현실화됐지만 몸값 자체를 낮춘 것은 아닌 셈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비교기업을 국내 투자자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해외기업이나 몸집이 큰 기업들로 삼으면서 몸값을 높이는 사례가 있었고 이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비교기업을 바꾸는 것은 이를 의식한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이번 비교기업 변경은 사실상 기존 몸값 산정의 근거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지 몸값 자체를 낮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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