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수익구조 다변화 기회
KB국민카드, 올해 3분기 BNPL 서비스 출시 예정
신한카드, 빅데이터 기반 대안신용평가모형 개발 착수
곳곳에서 부작용 경계 목소리···"지불능력 초과한 과소비 남발, 악용한 사회범죄 대두, 미결제로 인한 건전성 악화"
"확실한 가이드라인과 명확한 대안 제시돼야···건전성지표 변동 추이 및 개별 카드사 리스크 관리 현황 주목"

카드사 BNPL 출시 및 준비 현황/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카드사 BNPL 출시 및 준비 현황/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최근 카드사들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BNPL 시장 선점에 나섰지만 곳곳에서 부작용을 경계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먼저 무분별하게 BNPL 사업이 추진된다면 이미 위험 경고등이 켜진 가계부채 규모가 증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저신용자가 결제대금을 제때 갚지 못해 연체하는 사례가 증가하면 카드사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그 동안 빅테크 영역으로 분류돼왔던 BNPL 시장에 카드업계가 진출하면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BNPL이란 '선결제 후지불(Buy Now Pay Later)' 서비스로 일종의 온라인 외상결제를 의미한다. 가맹점은 BNPL 기업에게 판매대금을 선지급 받고 고객은 해당금액을 무이자로 일정 간격 나눠서 납부한다.

언뜻 신용카드 할부서비스와 비슷해 보이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저신용자나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사회초년생 또는 주부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할부 거래 시 수수료가 없거나 매우 미미하다는 점도 차이가 있다. 

또한 BNPL은 신용점수와 소득 등 금융정보를 통해 결제 한도를 결정하는 신용카드와 달리 비금융정보 등을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를 중심으로 한도를 부여한다. 이 같은 특징으로 BNPL 서비스는 MZ세대를 파고 들며 빠르게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20~30대를 지칭하는 MZ세대는 구매력은 낮지만 소비성향이 크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BNPL 시장에 가장 발 빠르게 뛰어든 카드사는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다. 지난 18일 KB국민카드 사내벤처팀 '하프하프'는 다날과 BNPL 서비스 구축 및 운영을 위한 업무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KB국민카드는 이번 제휴를 통해 KB국민카드 신용평가와 채권관리 노하우를 다날의 통합 결제 관련 디지털 인프라와 융합해 금융 이력이 부족한 MZ세대에게 새로운 BNPL 결제 솔루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비금융정보 기반의 대안신용평가 시스템을 공동으로 구축한 뒤 올해 3분기 BNPL 결제 서비스를 국내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신용정보만으로 금융 이용이 어려운 신파일러 소비생활에 도움이 될 혁신적인 결제 서비스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한카드도 최근 '크레파스솔루션'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대안신용평가모형 개발에 착수했다. 양사는 ▲대안신용평가 서비스 개발 ▲BNPL 등 새로운 형태의 구매서비스 대상 신용평가 및 서비스 개발 ▲대안정보 기반 신사업 발굴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공동 신사업을 추진해 금융 이력정보가 아직 쌓이지 않은 소비자들이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데 제한이 생기지 않도록 대안신용평가를 적용한 다양한 BNPL이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전업 카드사의 순익은 소비회복에 힘입어 3조원에 육박했지만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주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빅테크 기업의 업권 공략으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카드업계는 새로운 먹거리 발굴과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사업 모델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더 이상 본업만으로 수익 확보가 어려워진 카드사들에게 BNPL 시장은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하지만 기대감과 달리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신사업 진출 이전에 부작용을 막기 위한 확실한 가이드라인과 명확한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점이다.

통상 신용점수가 낮을 경우 카드 발급이 어렵지만 BNPL은 이와 관계없이 후불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자칫 지불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소비가 남발하면서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또한 BNPL 서비스의 경우 할부 대금 연체 수수료를 높게 선정해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한도가 비교적 낮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연체 금리에 대한 부담이 적다고 느끼지만 이는 고금리로 치부될 만큼 높은 금리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사용해야 한다. 사회 안전망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가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아울러 금융거래가 많지 않고 검증되지 않는 저신용자인 경우 리스크가 존재하는데 이 경우 미결제 위험성이 크다. 차주의 대출 상환능력 약화는 카드사의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BNPL 시장 진출로 인해 카드사의 대출자산 부실에 관한 위험노출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라며 "선제적 건전성지표 변동 추이와 개별 카드사의 리스크 관리 현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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