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확보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수익 위축
중소업체, 대형사와 임금 격차로 구인난 심화

표=김은실 디자이너
상반기 채용 진행 중인 게임사 /표=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게임사들이 신작 출시 및 신사업 진출에 따라 경쟁적으로 인재 수급에 나서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해 게임업계는 인건비 상승과 신작 부재가 맞물려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바 있다. 

1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 컴투스, 스마일게이트 등은 채용 공고를 내고 개발자 모집에 나섰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의 신입·경력사원 대규모 공개채용에 나섰다. 네오플은 기획, 프로그래밍, 그래픽, 멀티미디어, 사업, 기술지원, 경영지원, 웹 등 총 8개 전 직군에 걸쳐 100명 내외로 뽑는다. 최종합격자는 오는 6월부터 제주 본사와 서울 지사에 분산배치돼 업무를 시작한다. 

컴투스 그룹은 컴투스홀딩스, 컴투스, 컴투스플랫폼, 컴투버스, 펀플로 등 5개 기업에서 세 자릿수 경력직을 채용하고 있다. 모집 부문은 블록체인, 메타버스, 게임제작, 게임사업, 플랫폼, 경영지원 등 6개 분야다. 채용은 자기소개서 작성 없이 3분이면 지원할 수 있는 원클릭 방식이다. 

‘로스트아크’로 유명한 스마일게이트도 오는 30일까지 대규모 공개 채용을 진행한다. 스마일게이트RPG,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등 4개 기업이 채용한다. ▲라이브 관련 개발 ▲신규 모바일 게임 개발 ▲샌드박스형 게임 개발 ▲플랫폼 개발 ▲기획 및 인프라 ▲보안 관련 등 전분야의 인재를 모집한다.

게임업계는 올해 다수의 신작 출시를 비롯해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신사업 진출을 본격화한만큼 개발자 유치 경쟁이 뜨겁다. 네오플은 지난달 24일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시작으로 멀티플랫폼 DNF 듀얼(Duel), 프로젝트 오버킬 등 던전앤파이터 IP를 활용한 신작들을 대거 준비하고 있다. 컴투스 그룹은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 등 블록체인 신사업을 추진하며 ‘C2X 블록체인 플랫폼’ 등 차세대 게임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들이 메타버스, 블록체인, NFT사업에 진출하면서 관련 인력 영입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지난해 연봉인상 릴레이에 이어 올해는 각종 복지제도를 내세우는 등 개발자 수급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거란 우려가 커졌다. 증가하는 인건비와 반대로 회사가 올리는 이익률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게임업계는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거뒀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인건비는 8494억원으로 전년보다 1313억원 증가했다. 인건비 등 영업비용 증가에 따라 영업이익은 55% 감소한 375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넥슨과 넷마블의 인건비도 각각 1562억원, 1073억원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각각 18%, 43.2% 떨어졌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코로나19로 개발자에 대한 수요증가가 임금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문제는 인건비는 하방경직성이 강해 한번 오르면 내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중장기적으로 경쟁력 저하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게임사와 중소게임사의 인력 편중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38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의 65%가 IT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과도한 연봉 인상 등 개발자 확보 경쟁’을 꼽은 기업이 50%로 가장 많았다. 

중소게임사들은 이미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한 게임사 대표는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과 대형 게임사가 높은 몸값으로 개발자를 데려가니 국내에서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며 “많은 인디게임사들이 베트남에서 인력을 수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 소장은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은 높은 몸값의 인력을 데려올만큼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며 “네이버 등 기존 대기업들만 살아남을 수 있고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은 이미 높아진 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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