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 청년중개사관학교 교육생·청년 온택트중개사 인터뷰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청년 공인중개사는 매년 늘고 있지만, 시장 진출은 쉽지 않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존 중개사무소 선배들 간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갓 자격증을 딴 청년 중개사가 시장에서 손님을 만나 중개할 기회는 흔치 않다. 그마저도 중개료의 대부분은 소속 중개사무소에 돌아가니 수입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청년 중개사들을 돕기 위해 국내 1위 프롭테크 스타트업 직방이 나섰다.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중개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 청년중개사를 직접 키우겠다는 목표에서다.

청년중개사관학교는 기본 트레이닝에 실무 과정까지 총 14개월간 진행되고, 최대 2800만원의 지원금도 제공된다. 청년 중개사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비용 부담을 최대한 덜어줬다.

직방 '청년중개사관학교' 주요 내용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청년중개사관학교를 수료하면 직방의 온택트파트너스와 제휴를 맺고 ‘온택트중개사‘로 활동할 수 있다. 온택트중개사는 가상현실(VR), 3D단지투어, 중개라이브 등 디지털 중심의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방의 파트너 중개사다.

서울 강남구에서 미래 부동산 중개 시장을 이끌어갈 청년 중개사들을 만났다. 직방의 메타버스 사무실 '메타폴리스' 공간으로 출근해 손님들을 만나는 이들 중개사들은 모처럼만에 오프라인 공간으로 나왔다.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청년 공인중개사들이 기자와 대화하고 있다.(왼쪽부터 홍길호, 조나래, 이상희 중개사) / 사진=직방

각자 소개를 부탁드린다

▷홍길호 교육생(1988년생. 29회 공인중개사 자격 취득)=관광 가이드로 일하다 중개사로 전향했다. 2018년 자격증을 취득해 1년4개월 간 중개사무소에 소속돼 일하다 ‘청년중개사관학교’에 지원했다. 현재 '청년중개사관학교'의 교육생으로 기본 트레이닝 과정을 밟고 있다.

▷조나래 온택트중개사(1993년생. 30회 공인중개사 자격 취득)=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다 뉴질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현지에서 집을 구하면서 공동 중개망이 잘 형성된 선진화된 중개 시스템에 흥미를 느꼈고, 한국에 돌아와 2019년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했다. 현재 직방의 파트너 '온택트중개사'로 손님을 만나고 있다.

▷이상희 온택트중개사(1992년생. 32회 공인중개사 자격 취득)=5년간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대학 전공인 부동산학을 살려 공인중개사시험에 도전했다. 지난해 자격증을 취득해 6개월간 중개사무소에 소속돼 일하다, 역시 직방 '온택트중개사'로 일하고 있다.

청년 중개사로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나

▷홍 중개사=1년 4개월 동안 중개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손님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너가 집에 대해 뭘 알아’였다. 청년 중개사라면 거의 다 들어봤을 말이다. 경험 부족으로 차별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차별은 더 심했다. 

▷이 중개사=소속 공인중개사 두 세곳에서 일했는데, 신입 중개사에게 노하우를 알려주는 분위기는 아니더라. 첫 3개월은 손님 구경은커녕 9시부터 6시까지 앉아만 있다 오는 격이었다. 무의미하게 매물 광고 글만 올리면서 하루를 보내다 보니 중개업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급여 기준도 중개사무소마다 다 달랐다. 시급으로 주는 곳도 있고, 기본급에 중개 수수료를 비율로 배분해주는 곳도 있었다. ‘원래 중개는 배고프게 하는 거야‘, ’벌써 돈 벌 생각하면 안 된다‘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기본급 100만원에 중개 수수료를 8대2로 나눠서 받았다. 계약을 진행한 손님을 손에 꼽을 정도이니, 당시엔 기본급만 받고 일한 거나 마찬가지다.

청년중개사관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받고 있나

▷홍 중개사=다들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있으니 기초 이론은 다 알지만, 현장에 나가면 시험에 나오지 않는 내용들을 많이 마주한다. 청년중개사관학교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한 달 남짓 됐는데, 손님을 대하는 방법 등 영업 노하우부터 계약서 작성 시 넣는 특약도 체계적으로 알려주더라. 과제도 있다. 매물을 무작위로 선별해주면 1분 30초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 MZ 중개사에 걸맞은 중개를 하도록 트레이닝해준다. 첫 두 달은 사관학교 커리큘럼을 따라야 해서 다른 수입원을 갖기 어려운 상황인데, 재정 지원 덕에 돈 걱정 없이 교육에만 집중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청년 공인중개사들이 기자와 대화하고 있다. / 사진=직방

조나래, 이상희 중개사는 지난해 6월 출범한 직방의 온택트파트너스를 통해 교육을 이수한 후 현재 직방의 파트너 온택트중개사로 활동하고 있다. 

온택트파트너스를 통해 청년 중개인이 대거 유입되면서, 직방은 곧바로 청년에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 설계에 돌입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공인중개사 최종합격자 2만6915명 중 2030 청년은 1만495명으로 약 40%를 차지했다. 10대 청소년도 19명이나 됐다. 직방은 지난달 16일 문을 연 '청년중개사관학교'를 통해 청년 중개사를 중심으로 비대면 중개 등 디지털 중개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최종합격자 연령대별 현황 그래프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지난해 공인중개사 최종합격자 연령대별 현황 그래프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온택트중개사는 어떤 일을 하나

▷조 중개사=온택트중개사가 되기 전 디지털 활용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VR 카메라로 아파트 매물을 촬영하고, 영상 편집까지 직접 한다. 비대면 중개 라이브로 고객들과 만나 매물을 소개하고, 현장 방문을 원하는 손님들은 일반 중개사와 똑같이 직접 만나기도 한다. 아무래도 손님 대부분이 직장인이라 약속을 잡기가 쉽지가 않은데, 온택트중개를 통해 VR 촬영본만 보고 계약한 손님도 더러 있다. 실제로 방문한 것처럼 상세하게 촬영하기 때문에 신뢰를 해주시는 것 같다. 최근엔 해외에서도 VR만 보고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이 중개사=온택트중개사들은 모두 메타폴리스로 출근해 각자 업무를 하면서 손님들의 문의를 받는다. 하루에 10건 정도 받고 있다. 손님들의 요구사항에 따라 매물을 선별해 보여주면, 손님들이 추려내서 최종적으로 한두 군데가 실제 방문으로 이어진다. 손님도 중개사도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게 온택트중개의 최대 장점이다. 중개수수료 비율도 합리적이어서 수입도 굉장히 만족스럽다. 일반 중개사로 계속 일했다면 벌써 포기했을 거다. 

앞으로 어떤 중개사가 되고 싶나

▷이 중개사=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중개사가 되고 싶다.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나름 즐거웠지만, 반복되는 업무를 하면서 스스로 큰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더라. 중개사로 일하면서도 허위매물 광고에 거리낌 없는 중개사무소들을 겪으면서 회의감을 많이 느꼈다. 손님도 나도 만족시키는 온택트중개사가 되겠다.

▷조 중개사=뉴질랜드에서 중개사의 꿈을 키워준 현지 중개사처럼,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중개사 되고 싶다. 중개사는 아직도 전문성과 신뢰도가 낮은 직종인데, 청년 중개사들과 조금씩 인식을 바꿔나가겠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중개 시장 자체를 디지털화 하는 건 혼자 잘해서 될 수가 없다. VR이나 비대면 중개 자체를 낯설어하는 손님들이 아직 많은데, 그걸 적응하려면 시장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청년 중개사들과 함께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싶다. 

▷홍 중개사=청년중개사관학교에선 시장에서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아파트를 중개하는데, 이번 교육을 통해 다양한 매물을 중개하는 ‘멀티 중개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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