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인터뷰
“국내 최초로 ‘초기 기후테크’ 집중 투자해 기후 임팩트 창출 목표”
‘임팩트 클라이밋’ 프로젝트···펀드·펠로우십·액셀러레이팅 추진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이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기후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솔루션 기업 찾아 직접 키워내겠다.”

지구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1880년 산업화 이후 이미 1.2도 높아진 지구 곳곳에선 폭염, 폭우, 가뭄, 혹한 등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2100년엔 무려 3.2도 증가할 전망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구온난화를 되돌릴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는 이미 지났다“며 ”머지않아 대멸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위기가 인류 전체의 생존 문제가 된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세계적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기후혁신 솔루션을 제시할 기후테크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반면 국내 기후테크 시장 규모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국내 기후 관련 투자 규모는 파악조차 어렵다. 기후 분야는 기술 개발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데다,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선도적 역할도 요구돼 리스크가 높은 투자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에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가 나섰다. 기후위기에 대응할 기후 솔루션 스타트업의 창업 단계부터 돕고 직접 키우겠다는 목표에서다.

서울 성동구 사옥에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가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 사진=소풍벤처스

◇ ”가장 큰 임팩트 창출은 ‘기후’···국내 최초 ‘초기단계 기후테크’ 집중 투자 결심”

서울 성수동 사옥에서 만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그동안 소풍벤처스는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데 집중했다”며 “이제 그 단계를 넘어 좀 더 근본적인 임팩트 창출을 고민해봤더니 단연 ‘기후’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소풍벤처스는 신재생에너지, 대체육, 스마트팜 등 기후테크를 포함한 기후 대응 스타트업 투자에 주력해온 소풍벤처스는 업계에서 국내 기후 전문 투자사로 통한다. 현재 포트폴리오사 중 기후 대응 스타트업은 약 18%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임팩트 투자의 필수 요건인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크게 창출되는 곳들을 찾아내 성장을 도왔다.

“소풍벤처스는 그동안 꾸준히 기후환경 분야 투자를 해오긴 했지만, 이것만으로 기후문제 해결에는 큰 기여를 못했다. 기후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어도, 늦출 수는 있다. 20~30년 안에 해결을 봐야 하는데, 변화를 앞당기려면 우선 기후 분야 생태계 조성이 시급했다.”

소풍벤처스가 투자한 기후 대응 스타트업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기후 투자는 리스크가 큰 만큼, 이미 기술력 검증을 마친 상용화 직전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가 집중된다. 초기 단계 투자는 미미하다 보니 성장한 기후테크 기업은 물론 애초에 창업을 도전하는 기술자도 드문 실정이다.  

“현재 국내 기후 분야는 해외에 비해 기술이 없고, 창업자도 현저히 적다. 기후테크 창업을 원한다고 해도 정부 지원 아니면 자금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투자사들은 리스크가 크다 보니 좀 더 기술이 개발되고, 특허도 인정받고, 실증 케이스도 진행해본 후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초기 투자가 거의 전무한 탓에 서로 상승효과를 못 만들어낸 거다.”

소풍벤처스는 결국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택했다. 리스크는 커도,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다. 100억원 규모 펀드에 기후 창업가 양성 프로그램까지 기후테크에 집중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내놨다.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기후 펀드는 국내 최초다. 이번 펀드에는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 김강석 전 크래프톤 대표, 박수정 줌인터넷 창업자 등이 출자자로 참여했다.

소풍벤처스의 '임팩트 클라이밋' 프로젝트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최근 대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나 RE100(소비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캠페인)과 맞물리면서 사업 전반의 구조를 변경해야 하는 시기를 맞았다. 이제 기업들은 기후 분야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특히 글로벌 VC(벤처캐피탈) 투자자들은 원천 기술 보유한 우리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다. 신재생에너지, 대체육 등 다양한 기후 분야 스타트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많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가교 역할도 자처하더라. 기후는 유의미한 기술 하나 있으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적용이 가능해서 수익성도 크다. 앞으로 기후 분야는 호재만 남았다고 본다.”

소풍벤처스는 이번 기후테크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창업가 교육에도 공을 들였다. 기후테크 창업은 기술과 사업 전문성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 만큼, 펠로우십 교육을 통해 맞춤형 인재 풀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기후테크 창업의 핵심 요건은 관련 법률·규제에 대한 이해, 그리고 기술·비즈니스 역량의 균형이다. 기후나 환경 분야는 아직 법적 규제가 정립되지 않은 만큼 기술 상용화가 쉽지 않다. 전 세계적 흐름도 봐야 하고, 국내 정책 이슈도 학습이 돼야 한다. 그래서 이번 펠로우십 프로젝트에 각 전문가들의 교육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 또 기술개발과 시장을 열어주는 작업이 동반돼야 하는 만큼 기술과 사업 담당 인력이 고루 분포돼야 한다. 그 풀이 아직 없는 게 문제인데, 소풍이 그 풀을 열겠다는 거다. 펠로우십에서 교육, 투자를 받아 취업까지 보장돼 안전망을 만들어주면 많은 인재들이 모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 소풍 펠로우십 창업팀에 지원 총동원···“최소 3년간 집중 투자해 기후테크 생태계 성장 목표”

한 대표는 국내 실험실 창업 대학들과 국책 연구소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기후테크 창업팀 발굴에 사활을 걸었다. 그야말로 직접 발로 뛰는 투자사다. 창업팀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모든 지원을 총동원할 준비도 해놨다. 

"'임팩트 클라이밋 펠로우십' 모집이 곧 시작되는데, 펠로우 중 30%가 창업하는 게 우리 목표다. 그 정도로 기후테크 창업이 어렵다. 이 프로젝트는 최소 3년은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겨우 1년 해서는 절바뀌는 게 없을 테고, 적어도 기후테크 창업도 안정적인 환경에서 할 수 있다는 게 기술전문가들 사이에 퍼지는 데 3년은 걸릴 것 같다. 하나의 성공적인 기후 솔루션을 만들어내려면 모든 섹터의 전문가가 필요한 만큼, 소풍 펠로우십에서 창업팀으로 선발되면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 컨설팅 통해 법적 리스크를 없애고, 변리사 통해 특허전략 학습, EU텍소노미·환경부 R&D 과제 수행 등 자문해줄 정책전문가까지 지원할 생각이다.”

한 대표는 국내외 새로운 기후 솔루션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최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는 분야는 열분해 솔루션이다.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을 태워 기름을 뽑아내 재생 연료로 사용이 가능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 등 기후 대응 핵심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도 현재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찾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 요소 기술이 기후문제 전체를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 거대한 만큼 압도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기후이슈에 있어서만큼은 담대한 도전의식이 필요하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지만, 소풍에 이어 많은 자본가들이 머지않아 기후테크로 몰려들 테니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자고 제안드리고 싶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