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후보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하화 계획 발표
선거철 단골 공약···예산·사업성 문제로 지지부진
“난공사에 위험···새 노선보다 비용·시간 더 들 수도“

/ 자료=서울시
/ 자료=서울시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대선을 앞두고 ‘철도 지하화’ 공약이 쏟아지고 있지만 시장에선 회의적 반응이 지배적이다. 철도 지하화는 선거철이면 나오는 단골 공약으로 그동안 지켜진 사례가 거의 없어서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써야하는 데다 기술적으로도 난공사가 예상되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날 향후 20년간 추진할 도시계획이 담긴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2040 서울플랜)을 통해 서울 내 지상철도 전체 구간을 단계적으로 지하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에는 현재 101.2㎞ 길이의 지상 철도와 4.6㎢ 면적의 차량기지가 있다. 시는 서울 중심부를 관통하는 지상철도의 지하화가 완료되면 지상에 개발이 가능한 대규모 부지를 확보할 것으로 본다. 가용부지에는 녹지·상업·문화 공간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시 지상철도 지하화는 오 시장이 후보시절 내놓은 공약이다. 오 시장은 당시 2023년까지 서울입체도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2024년 중앙정부·코레일과 협의해 지상철 지하화를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서울시 지상철도 지하화 추진 전략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올해 8월까지 진행되는 용역을 통해 실현과제와 로드맵을 도출할 계획이다.

여야 후보들도 앞다퉈 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서울 지하철 1·2·4호선 ▲경의중앙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지상 구간 등을 단계적으로 지하화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경부선 당정역~서울역 ▲경인선 구로역~인천역 ▲경원선 청량리역~도봉산역 등의 구간을 지하화한다는 계획이다. 두 후보 모두 지하화를 통해 생겨난 유휴부지를 주택, 공원 조성 등에 활용해 공공 주택보급이나 도심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적 효과를 얻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시장은 쏟아지는 철도 지하화 계획을 두고 회의적이다. 철도 지하화는 그동안 대선을 비롯한 총선, 지방선거 등에서 표심 잡기용 공약으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실제 사업으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후보 시절 경인선 지하화를 공약했지만 현재까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에서도 2012년 1호선, 2015년 2호선 지하화가 추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철도 지하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막대한 비용과 사업성이 꼽힌다. 2013년 서울시 용역 결과에 따르면 지하철 1·2호선 구간과 국철 경인선·경부선·경의선 등 86.4㎞ 구간을 지하화하는 데 38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38조원은 300만가구에 매년 3조원(2019년 지급기준)씩 12년간 근로·자녀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는 막대한 비용이다. 9년 전 용역 결과인 만큼 구간 확대와 시공비 상승 등으로 인해 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1·2호선 지하화가 무산된 것도 수조원에 달하는 투입 비용 대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가 컸다. 일각에선 지하화에 투입하는 비용이면 다른 교통 취약지역에 더욱 많은 새 교통수단을 투입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그동안 지상에서 운행하고 있는 철도를 유지하면서 지하에서 공사를 이어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난공사인 데다 그 만큼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를 진행하려면 현재 다니고 있는 전동차 운행을 멈춰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열차를 운행하면서 그 지하에서 터널을 뚫거나 개착을 할 경우 기술적으로 쉽지 않고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노선을 뚫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투입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