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시작으로 케뱅·카뱅도 개인사업자 대출 출시
개인사업자 대출 2년 새 25% 증가···가계대출 증가율 넘어서
인터넷전문은행 잠재부실 확산 우려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앞다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개인사업자 대출 출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앞선 데다가 오는 4월에는 자영업자 등에 대한 금융지원이 끝날 가능성이 높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화가 나타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개인사업자 대출을 내놓기 시작한 인터넷전문은행까지 부실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인터넷전문은행 3사, 연내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 출시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잇따라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다. 먼저 토스뱅크는 지난 14일 최저금리 연 3% 초중반(변동금리)에 최대한도 1억원의 사업자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비대면으로 신청부터 실행까지 가능한 상품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전면 비대면으로 무보증·무담보 개인사업자 대출에 나선 것은 토스뱅크가 처음이다.

케이뱅크도 다음달 중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대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부터 기획,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인력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구성해 상품 개발을 진행해왔다. 먼저 신용보증재단과 협력해 보증 기반 상품을 출시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신용 기반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개인사업자 관련 금융상품 출시를 위해 카카오뱅크도 별도의 조직을 꾸려 상품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 1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개인사업자 수신 및 대출 상품을 통해 기업 시장에 진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활용한 신용대출, 그리고 유관기관과 연계해 온라인 비대면에 최적화된 보증부 대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개인사업자 대출 425조원 돌파···가계대출 증가세 넘어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시기가 좋지 않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데다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또 한번 연장되면서 잠재부실 위험이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 1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425조1000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20년 1월 말(340조1000억원) 대비 25%(85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잔액은 892조원에서 1060조2000억원으로 18.9%(168조2000억원) 증가했다. 액수로만 따지면 가계대출의 규모가 크지만 증가율로 살펴보면 가계대출보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2년 새 더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진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오는 3월 종료될 예정이었던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 조치를 한 차례 더 연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코로나19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20년 4월 시작된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 등 코로나19 금융지원은 3차례 연장 끝에 오는 3월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또 한번 연장됐다.

금융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뒤 정부가 금융지원을 시작한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금융권에서 대출 만기가 연장된 총액은 258조원에 달한다. 원금 상환이 미뤄진 총액은 13조8000억원이며, 상환이 미뤄진 이자액은 2354억원 규모다. 금융지원 조치가 또 한 번 연장되면서 수면에 드러나지 않은 잠재부실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영업자 대출을 중심으로 누적되고 있는 잠재부실이 인터넷전문은행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을 새롭게 출시한 인터넷은행들이 고객 확보를 위해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을 펼칠 수 있어 개인사업자 대출 수요가 인터넷전문은행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나 연체율 지표가 아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이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에 따른 착시효과 영향이 크다”며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이 1년 넘게 미뤄지면서 차주들의 연체 여부가 아직 수치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어 리스크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을 출시하면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 자금난을 겪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의 대출 수요가 인터넷전문은행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인터넷전문은행도 대출 부실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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