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창원 이어 청주도 해제요구 검토
대선 앞둔 일시적 소강상태 판단에 주거정책심의위는 ‘신중’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뜨거웠던 주택시장이 지난해 말부터 급속도로 식으면서 일부 지자체장이 규제지역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수년 간 뜨겁게 달궈졌던 주택시장이 차갑게 식어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지금의 상황과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로 지역경제가 위축될 우려가 커진 만큼 정부에 규제를 풀어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다만 규제 해제여부를 판단하는 국토교통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는 대선을 앞두고 매수‧매도를 미루는 일시적 상황일 수 있는 만큼 규제해제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규제지역 해제 릴레이에 불을 지핀 것은 대구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달 중순 청와대를 방문해 조정대상지역 지정 해제를 건의했다. 대구는 지난 2020년 12월 국토부가 달성군 일부를 제외한 시내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점과 공급물량이 늘어난다는 점이 맞물려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정을 시작하면서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마저도 미계약 물량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이미 주택시황이 하락세로 접어든 데다 1월 분양한 분양 사업장 세 곳 모두가 미분양이 발생하게 됐다.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거나 청약경쟁률이 과열된 것을 제어하기 위해 적용하는 규제인 만큼 지금 상황에서는 해제가 필요하다는 게 대구의 입장이다. 대구와 같은 시기에 일부 자치구가 조정지역으로 묶였고 최근 집값 하락세를 이어가는 울산 역시 해제를 요청하고 있다.

2020년 6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인천 역시 최근 시장 분위기가 싸늘해지면서 해제를 건의했다. 검단신도시와 구월2지구 개발 등으로 인천에 예고된 물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 금융기관의 금리 인상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같은시기 조정대상지역 지정 이후 서서히 아파트값 상승률이 둔화되는 충북 청주 역시 해제 요건을 갖추는 즉시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조정대상에서 해제되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이상 보유자 종부세 추가과세 등 기존 대상지역에 적용됐던 세제 규제가 풀린다. 또한 대출 제한 규제도 조정된다. 특히 주택구입시 실거주 목적 외 주택담보대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청약 규제도 해제된다. 반면 비규제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을 최대 70%까지 받을 수 있다. 청약도 쉽다. 만19세 이상으로 청약통장 가입 12개월이 지나면 세대원도 1순위 청약을 신청할 수 있다. 재당첨 제한도 없고 당첨 6개월 이후부터 전매가 가능하다. 전국적으로 조정대상지역이 112곳, 투기과열지구가 49곳에 달하는데 대부분의 지역이 안정세를 보이는 만큼 앞으로 규제 해제 요청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해제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량적 요건을 갖춘 지자체가 해제 요청을 해도 정성적 판단에 따라 해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전례가 많아서다. 조정대상지역 지정요건은 직전 3개월 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해야 하는데 대구는 이 조건을 충족한다. 그럼에도 지난해 12월 해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동구는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대구 미분양 물량의 60%가 넘는 만큼 미분양관리지역 지정이 시급한데 이를 위해서는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선행돼야 함에도 해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정심이 해제 여부를 속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일부 동의하는 분위기다. 현재 주택시장 상황으로썬 해제를 검토하는 게 맞지만 대선을 앞두고 세제 대출요건 등에 대한 변화 기대감에 매수‧매도를 보류하며 조정을 거치는 것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부산이 2017년 8월 조정대상지역 적용→시장 안정화 후 2019년 11월 조정대상지역 해제→20년 11월 투기수요 집결로 인한 조정대상지역 재지정으로 번복한 사례가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빠르게 변화하는 주택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규제 완화 시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시장 불안정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해제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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