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생산연령 확대 방안으로 검토···정년연장 과도기적 단계 분석
“현재 거론 옵션 모두 기업에 부담···청년 일자리 잠식 예단 어려워”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생산인구 감소 대책으로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를 추진하겠단 방침을 밝히면서 사실상 정년 연장으로 가는 수순이란 분석이 나온다. 저출산 고령화 상황에서 불가피한 추세란 분석과 함께 근로자와 기업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단 조언이 나온다. 기업에게 부담을 지우는 형태로 제도가 시행되면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란 지적도 있다.  

14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평균연령이 높아지면서 고용시장에서 근로자들이 은퇴를 희망하는 연령과 실제 퇴직 연령 간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퇴직 연령은 49세 수준에서 횡보한 반면, 같은 기간 은퇴 희망연령은 71.6세에서 72.9세로 높아졌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00~2010년 266만명, 2010~2020년 117만명 늘었지만 2020~2030년엔 320만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 고령화, 특히 우리나라 인구구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속속 은퇴하는 데 따른 영향이다. 이들은 이전 연령대에 비해 학력수준이 높아 고령자 고용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최근 고령자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는 기업에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 연장을 의무화하도록 하되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 고용을 연장하는 방식은 기업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최근 연금 개혁 방안 중 하나로 생산 연령 확대가 거론되고 있는데 정부는 이 부분까지 고려한 건 아니란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는 노사정측에서 다 나와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를 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다보니 고령자들에 대한 활용이 충분히 더 돼야한단 인식에서 접근한 것이다. 연금개혁 쪽까지 고려해 발표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두순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통향분석팀장은 “우리나라 인구 구조가 생산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정년 연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맞고 있다”며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는 정년 연장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는 과거에도 거론된 바 있다. 도입 검토를 위한 사전 준비계획을 마련하겠단 대책을 정부가 내놓기도 했으나 이 제도가 사실상 정년 연장과 같은 효과를 지녀 고임금자인 고령자를 계속 고용하면 기업 부담을 가중할 우려가 있단 반발에 부딪혀 시행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전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장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어 이를 위한 고령층 고용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는 근로자 관점 뿐 아니라 기업 관점도 함께 고려해서 설계해야 한단 조언이다. 이게 기업에게는 어떤 형태로든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기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단 것이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연금제도가 아직 미비하고 연금을 받더라도 소득대체율이 낮기 때문에 고령층이 일할 기회를 갖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기업 입장에서는 자발적이 아닌 정부의 권유로 하는 형태가 될 것이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과거 정년 60세 의무화도 기업에 부담을 주면서 부작용이 많이 나타났는데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도 기업에게 어떤 부담을 가하는 형태로 디자인되면 같은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단 진단이다. 기업이 고용 연장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도 기업 부담 경감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남 위원은 “옵션이 있으면 없는 것 보다는 기업이 자기에게 유리한 제도를 택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현재 거론되는 60세 이후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모두 기업에게 어떤 형태로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에게 어떤 형태로든 무리가 될 것이고 이것은 시장에 어떤 형태로든 부작용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고령자 계속고용제도가 상대적으로 윤택한 정규직 고령자에게만 혜택이 주로 돌아간단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남 위원은 “정규직 고령자를 위한 제도라 볼 수도 있지만 이들도 주된 일자리에서 이탈하면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며 “이미 취약 상태인 고령 근로자를 위한 대책 뿐 아니라 현재는 괜찮지만 미래에 빈곤층 전락 위험이 높은 이들을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고령자 계속고용제도가 본래 취지대로 제대로 작동한다면 이런 고령 근로자를 구제하는 긍정적 역할도 할 것”이라고 봤다. 근로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고령층 근로자를 위한 정책은 다른 차원의 문제란 설명이다. 

청년 취업난이 심한 상황에서 고령자 계속고용제도가 젊은층 일자리를 잠식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견해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김 팀장은 “기본적으로 기업은 생존하고 성장하는 건 고령자 고용 유지 뿐 아니라 청년층을 흡수하면서 가능하다”며 “일자리에 있어 고령자와 청년층이 대체제가 아닌 보완재 관계란 연구 결과가 있다. 현재 상황에서 고령자 계속 고용제도를 시행했을 때 청년 일자리를 잠식한다고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기업 성장 동력은 청년층 신규 인력을 흡수하면서 나온단 점을 주목해 고령층 대책도 마련돼야 한단 조언이 나온다. 김 팀장은 “기업은 계속 유동적으로 변하고 성장한다. 신규 인력을 뽑고 내보내면서 계속 순환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층 신규인력을 계속 흡수하면서 성장하는 것이기에 단순히 고용인원이 고정되고 기존 인력이 계속 간다고 봐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지금 노동시장에서 조기 퇴직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는 경기 회복으로 인한 일자리 증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남 위원은 “주 일자리에서 정년 전 조기 퇴직자들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건 일자리 총량이 늘어나는 것만으론 막기 힘들다”며 “조기퇴직자를 위한 별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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