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플랫폼, 게임에서 부동산·엔터·커머스로 확장
디지털트윈 구축에 게임엔진 기술···빅테크, 인수전 나서

/표=김은실 디자이너
메타버스 강화하는 빅테크 기업/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연초부터 총 100조원에 달하는 빅딜을 성사시키며 메타버스 시장 선점에 나섰다. 메타버스가 현실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하면서 3년 내 시장규모는 약 33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빅테크 기업들은 플랫폼을 비롯해 AR 기기 개발에 나서면서 메타버스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메타버스 열풍은 지난해 로블록스가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서 시작됐다.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게임을 개발하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기업이 게임을 제공하는 게 아닌,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개발할 수 있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빠르게 공급하는 게 특징이다. 

유튜브처럼 콘텐츠가 끊임없이 생성되면서 로블록스 이용자는 급증했다. 현재 월 방문자는 2억200만명을 돌파했다. 로블록스에 등록된 개발자는 1000만명 이상이며, 이들이 제작한 콘텐츠는 2700만개를 넘어섰다.

◇ 현실을 구현한 메타버스···확장 가능성 무궁무진

로블록스는 게임에 국한된 플랫폼을 커머스, 소셜미디어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인베스터데이에서 앞으로 실제 제품을 가상세계 내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실제 로블록스는 나이키와 파트너십을 맺고 로블록스 내 나이키랜드를 만들었다. 나이키랜드에서 이용자가 나이키 제품을 홍보하고 미니게임을 즐기도록 했다. 

현실세계와 연결된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는 게임뿐만 아니라 가상오피스, 부동산, 엔터테인먼트 등 영역으로 확장했다. 대표적인 예는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다. 포트나이트는 배틀로얄 장르 게임이지만, 파티 로얄 모드를 통해 공연이나 영화도 즐길 수 있다. 빌보드 가수들이 포트나이트에서 공연을 했으며, 트래비스 스콧은 해당 공연으로 2000만달러(24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버스 부동산 거래가도 연일 신기록을 경신했다. 메타버스 부동산 개발업체인 리퍼블릭 렐름은 지난해 11월 샌드박스 내 430만달러(51억원) 규모 디지털 가상 부동산을 구매했다. 메타버스 데이터 제공업체 메타메트릭솔루션스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 부동산 플랫폼인 더 샌드박스, 디센트럴랜드, 크립토복셀, 솜니움스페이스 등 네 곳의 지난해 판매액은 약 6124억원으로 집계됐다.

석왕헌 지능화정책연구실 선임연구원은 “게임엔진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트윈 구축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게임은 게임 그 자체에서 벗어나 현실공간을 재현하는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 로블록스 공식사이트
사진= 로블록스 공식사이트

◇ 메타버스 선점 나선 빅테크···게임사 인수 활발

메타버스가 가진 확장성에 따라 시장 규모도 급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전세계 메타버스 시장이 2020년 460억달러(약 55조원)에서 2025년 6배 성장한 2800억달러(약 3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메타버스 시장의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가 글로벌 게임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약 82조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T업계 최대 규모로 ‘세기의 빅딜’이란 평가가 나온다. MS는 메타버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게임사를 인수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는 인수를 발표하면서 “게임은 오늘날 모든 플랫폼에서 가장 역동적인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메타버스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일본 소니는 지난달 ‘헤일로’ 개발사 번지를 36억달러(약 4조3524억원)에 품기도 했다. 헤일로는 MS가 서비스하는 엑스박스 전용 게임이다. 개발사를 인수하며 반격을 예고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게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메타버스 환경이 게임과 가장 유사하며, 가상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높은 그래픽 품질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현실세계와 같은 가상공간을 CG로 구현하고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게임엔진이 필요하다.

윤정현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 ‘마인크래프트’의 모장 스튜디오를 인수했고 2015년엔 증강현실 홀로렌즈를 통해 혼합현실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며 “플랫폼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서비스 전 분야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취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AR·VR 실감형 디바이스와 네트워크, 클라우드 등의 기술혁신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은 메타버스 관련 기기 시장에도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바꿔 미래산업을 메타버스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차세대 VR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는 출시 3개월 만에 100만대 이상 판매 실적을 보였는데, 이는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던 아이폰 3G 판매량 수준이다. 지난해까지 메타 목표치인 누적 출하량 1000만대를 달성했다. 

메타는 지난달 오큘러스 퀘스트 역시 ‘메타 퀘스트’로 변경하고 가상 세계와의 연계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오큘러스 퀘스트2를 착용해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에서 업무와 소통을 하는 식이다.

메타는 “자신의 아바타를 이용해 다양한 장소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애플은 올해 AR글라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VR 제품을 양산한적은 없지만, 애플워치를 통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만큼 VR기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연구원은 “현재 메타버스 시장은 플랫폼을 선점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지배력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국내의 경우 메타버스 서비스 확산에 따른 디스플레이 폼팩터의 다양화와 수요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요소기술 개발 등 전략적인 투자·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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