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경쟁률 1.75대1 그쳐···수요예측 경쟁률 74대 1에도 공모가 상단근처 결정
공모가 고평가 논란···비교기업 선정 및 기준주가 부적절, 실적도 미래추정치 반영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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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식물세포연구기업 바이오에프디엔씨가 공모가 부풀리기 논란에 휘말리며 공모청약 첫날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바이오에프디엔씨는 DB금융투자가 지난해 3월 제노코 이후 근 1년 만에 상장주관에 나선 기업인데 영업이익률이 높고 다수의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예측 부진에도 공모가가 희망공모가범위 최상단에 근처로 정해지면서 고평가 논란이 불거졌다. 여기에 주관사의 공모가 산출과정에서부터 다소 무리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양극화된 수요예측···예고된 부진?

9일 DB금융투자 MTS에 따르면 이날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바이오에프디엔씨 공모청약 첫날 경쟁률은 1.7504대 1에 그쳤다. 첫날 청약신청자 역시 1900여명 수준이었고 청약증거금으로는 80억원이 납입됐다.

이번 IPO는 신주 130만주 모집으로 이뤄지고 25%인 32만5000주가 공모청약물량으로 배정됐다. 공모희망가범위는 2만3000~2만9000원이었는데 저조한 수요예측 결과에도 공모가는 상단에 가까운 2만8000원으로 확정됐다. 공모금액은 364억원으로 확정됐고 상장 후 시가총액은 공모가 기준 2444억원이다.

첫날 청약 부진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부터 예고됐다는 분석이다. 바이오에프디엔씨는 지난달 24~25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6623만4500주의 주문이 접수되면서 74.01대 1이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수요예측 당시 기관 주문은 극단적으로 나뉘었다. 수량기준 희망공모가범위 최상단(2만9000원) 이상을 제시한 주문은 54.94%였고 최상단으로 주문을 낸 비율도 22.07%에 달했다. 하지만 희망공모가 하단(23,000원) 주문도 14.03%, 하단미만 주문도 2.72%에 달했다. 의무보유확약을 제시한 주문수량도 781만 8000주로 전체의 11.8%에 불과했다.

바이오에프디엔씨와 DB금융투자는 합의 하에 1주당 확정공모가액을 2만8000원으로 결정했다. 사실상 최상단에 최대한 가깝게 공모가를 결정한 것이다.

바이오에프디엔씨는 식물세포를 활용해 화장품과 의약품 원료 및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2005년 설립됐다. 통산 단백질 의약품이 동물세포에 기반해 만들어지지만 바이오에프디엔씨는 식물세포 플랫폼 상용화에 성공했고 다수의 특허기술과 약 250여종의 식물세포주를 확보하고 있다. 방광배뇨개선제, 요실금치료제, 위염치료제, 위암치료제 등 식물세포 기반 신약도 개발하고 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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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기업 및 미래실적 적정 논란도

상장주관을 맡은 DB금융투자가 바이오에프디엔씨 공모가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공모가격이 다소 부풀려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바이오에프디엔씨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DB금융투자는 여러 기업들을 비교기업으로 제시하고 여러 과정을 거쳐 바이오니아, 쎌바이오텍, 휴메딕스 등 3개사를 최종 비교기업으로 제시했다.

이후 비교기업 3사의 기준주가를 정해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구하고 이를 바이오에프디엔씨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기준주가는 증권신고서 제출일로부터 3거래일 전인 지난해 12월 24일을 기준으로 약 1개월간(2021년 11월 25일~2021년 12월 24일) 종가의 산술평균, 1주일간(2021년 12월 20일~2021년 12월 24일) 종가의 산술평균과 분석기준일 종가 중 낮은 가액을 기준주가로 적용했다.

기준주가 대비 PER은 바이오니아가 46.89, 쎌바이오텍이 17.68, 휴메딕스가 21.97이었고 그 결과 평균 PER은 28.85로 정해졌다. 여기에 20.39~36.86%의 할인율을 적용해 결국 바이오에프디엔씨의 적정 희망공모가범위로 2만3000~2만9000원이 제시됐다.

하지만 비교기업으로 제시된 세 기업 모두 이날 주가가 당시보다 크게 하락한 상태다. 특히 바이오니아의 경우 비교기간 당시 코로나19 진단키트 사업으로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등한 상태였다. 이날을 기준으로 같은 방식으로 공모가를 다시 산출하면 1만7200~2만1700원이 나온다.

비교기업 선정 과정에서도 바이오니아, 쎌바이오텍, 휴메딕스 모두 유사기업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논란이 존재한다. 바이오에프디엔씨와 가장 유사한 상장사로는 케어젠이 꼽힌다. 최대주주이자 창업자인 모상현 대표도 2004년~2005년 케어젠에서 경영기획팀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케어젠은 지난해 10월 불성실공시법인지정 당했다는 이유로 비교기업 선정과정에서 제외됐다. 케어젠의 PER은 이날 기준 21.05배 수준이다.

평균 PER에 적용되는 바이오에프디엔씨의 순이익 역시 기존 실적이 아니라 2023년의 미래실적을 가정해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바이오에프디엔씨는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73억6471만원, 영업이익 22억5694만원을 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12.7%, 영업이익은 7.4% 늘었다. 2020년에는 매출 86억3974만원, 영업이익 29억2474만원으로 2019년 대비 매출은 1.9%, 영업이익은 0.01%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마진율은 높지만 성장률은 다소 낮은 기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공모가 산출과정에서 바이오에프디엔씨는 2023년 매출 364억, 당기순이익 147억원을 내는 기업으로 추정됐다. 매출은 3배, 순이익은 6배가량 늘어난다고 가정한 것이다. 여기에 연 15%의 할인율이 적용됐다. 연 할인율 15%는 2019년 이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술성장기업 할인율 평균비율인 22.25% 대비 7.25%p 할증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투자설명서에는 “현재 연구개발 및 공동개발 중인 신제품의 상업화가 2023년부터 본격화되고 산업 특성상 동사의 2022년도 신규 매출처별 매출규모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시점 역시 2023년이기에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적정공모가를 도출했다”고 설명되어 있다.

다만 “연 할인율 15%는 동사의 설립 이후 지속적인 적자, 재무위험, 개발 중인 신규 제품들의 개발 성공여부, 예상 매출의 실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산정했다”며 “주관사인 DB금융투자의 주관적인 판단요소가 반영되어 있으므로 이에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적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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