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임총 투표서 롯데건설 꺾고 시공사로 선정
존폐위기 분위기 속 파격적인 조건으로 사업 따내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공사 현장의 잇딴 대형 붕괴사고에도 재건축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전국적으로 HDC현산에 대한 기피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수주로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6일 건설·정비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5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이날 열린 시공사 선정 임시총회 투표에서 HDC현산은 조합원 총 959명 중 509명의 표를 얻어 417표에 그친 롯데건설을 따돌리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경기도 안양시 관양현대아파트에 걸린 HDC현대산업개발 반대 현수막 / 사진=연합뉴스

조합원 투표 결과에 업계는 의외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당초 HDC현산이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지난달 11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HDC현산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은 ‘광주 붕괴사고를 일으킨 회사는 떠나달라’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HDC현산의 우위가 막판까지 유지되면서 사업 수주로 이어졌다.

두번의 대형사고로 부실시공사란 낙인과 향후 막대한 비용의 보상금 문제, 영업정지 등으로 인한 기업 존폐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HDC현산은 조합원들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은 지난달 15일 조합원들에 보낸 유병규 대표이사의 자필 사과문에 이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죽을 각오로 다시 뛰겠다’는 현수막을 단지 내에 게시했다. HDC현산은 특히 관리처분 총회 전 시공사 재신임 절차를 밟기로 했고, 가구당 7000만원 사업추진비 지급, 대물변제 통한 조합원 이익보장 등을 제시했다. 또 부실시공 우려를 덜기 위해 안전결함 보증기간 30년 확대, 매달 공사 진행 현황 및 외부전문가 통한 안전진단 결과 보고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HDC현산은 이번 수주로 일단 한 고비는 넘겼다는 평가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광주 붕괴사고 관련 비용 부담 증가 뿐 아니라 분양 차질, 수주 경쟁력 저하 등을 이유로 HDC현산과 지주사인 HDC의 신용등급 강등 여부를 검토 중이다. 다만 붕괴 사고 이후 첫 수주 경쟁에서 이기면서 수주 경쟁력에 대한 불신은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양현대아파트는 현재 지상 최고 15층, 12개 동, 904가구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32층, 15개동, 1305가구로 변모할 예정이다. 추정 공사비는 420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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