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인구 집중에 비수도권 소멸 위기···“20만~25만 인구 무너지면 도시 기반 붕괴”
수도권 대항할 지방 대도시권 구축 필요성···“지방소멸기금, 연대·상생 기준 활용해야”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방소멸은 국가소멸'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방소멸은 국가소멸'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지방은 소멸할 수 있단 위기감이 커지면서 2차 공공기관 이전이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단 주장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존 혁신도시 방식의 공공기관 이전 보단 구도심을 활성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인구 20만~30만 규모의 중소도시를 배려한 정책이 필요하단 조언을 내놓는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하면서 지방은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 인구가 전국 인구의 50%를 넘어섰고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 기초자치단체는 2017년 85개에서 지난해 108개(47%)로 늘어났다. 지역 소득과 일자리를 책임지는 기업도 수도권으로 쏠리고 있다.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 71곳 중 62곳(87%)이 수도권에 있고,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중 743개(74%) 기업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소멸은 국가소멸’ 토론회에선 수도권 인구집중으로 비수도권이 직면한 문제와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2010년 이후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하면서 국토 공간도 수도권으로 쏠리고 있다. 연봉 및 복지가 좋은 기업이 입지할 수 있는 일자리의 남방 한계선이 과거 충남 북부지역에서 최근엔 판교 부근까지 올라왔단 분석이 나온다.

이로 인해 지방은 저출산 고령화 속에서 청년인재들까지 수도권에 내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시 기준 인구가 20만~25만명 이하로 내려가면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고 진단한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인구가 25만명이 깨지면 응급 의료시설과, 고급 백화점 등 핵심 생활 인프라가 유지되기 어렵고, 이로 인해 인구가 다시 유츌되면 다른 인프라가 또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며 “젊은이들이 수도권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대화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지식을 습득할 기회가 크고 이를 기반해 역량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도시권이 강해지는 현상은 최근에 두드러진다. 과거 산업단지 개발은 도시 외곽에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젊은 인재들이 산업단지로 들어가 일하면서 단지 주변에 정주 환경이 조성되고 도시가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이 메커니즘이 깨지면서 수도권을 제어할 수 있는 지역에 특성화된 대도시권을 조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단 조언이다. 수도권이 강력한 대도시권으로 비수도권도 지역간 연합전략을 통해 이에 대응하는 대도시권을 만들어야 한단 것이다. 

마 교수는 “균형발전의 공간적 단위는 226개 기초지자체가 아닌 대도시권으로 봐야 한다”며 “도시는 산업 중심, 일자리 중심으로 설계되고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이 들어오면 여러 기능들이 따라오지만 우리는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패키지로 한 번에 계획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단 설명이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 표=김은실 디자이너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지역격차 해소를 위해 균형발전정책을 추진해왔지만 결과적으로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지 못했단 분석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공공기관 지방이전 방침을 발표하면서 1차 공공기관 이전이 시작됐고, 혁신도시 10곳을 선정 등을 거쳐 2019년 이전 대상 공공기관 153곳이 이전을 완료했다. 

1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혁신도시 인구가 22만4000명 늘었고 혁신도시로 1663개 기업이 입주했다. 혁신도시 자립기반 토대를 마련했고 지역 생태계 기반을 닦았단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균형발전과 자립 발전 거점으로서 혁신도시 역할이 미흡하고 지역인재를 정착시킬 매력도 미약하단 지적도 나온다. 신도시 개발방식으로 구도심 기능이 쇠퇴하고 상생발전하지 못했단 비판도 나온다.

이에 추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오면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최근 대선 국면을 맞아 주요 대선후보들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약속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수도권 공공기관 200여곳을 모두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각각 밝혔다.

송우경 산업연구원 박사는 “2기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지방 내 균형발전도 고려해야 한다. 1기 때 진행했던 혁신도시 건설 후 공공기관 이전 방식은 시간, 비용 등을 볼 때 적절하지 않다”며 “중소도시 도심에 공공기관들을 이전해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하고 지역 대학과 연계해 경쟁력 있는 도심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시행하더라도 현재 강하게 형성된 수도권 집중을 막지 않으면 효과에 한계가 있단 분석이다. 송 박사는 “수도권과 지방은 우리몸의 관절처럼 연결돼 있기에 3기신도시나 GTX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 같은 균형발전 효과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선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합리화 같은 수도권 규제 정책을 연동해 추진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에 있어 KTX 등 교통망이 구축된 중소도시를 배려해야 한단 주장이 나온다. 권오상 경북대 교수는 “인구 10만~15만명 정도 중소도시를 기준으로 가점을 부여해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며 “공공기관들이 중소도시에 오면 이들이 쓰는 연간 예산이 수백억원이기에 업체의 납품, 공사, 용역 제공 등으로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당장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하는 과제가 있다”며 “교통 인프라가 구축된 중소도시 낙후도를 기준으로 지방 이전이 이뤄지면 기업 본사도 이전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소영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박사는 “공공기관이 중소도시에 가는 부분과 함께 대구, 부산 등 대도시 지역도 소멸되고 있단 지표가 있다.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 할 것 없이 전체 균형발전의 위기 속에서 기존 도시를 활용하는 전략이 세워질 것”이라며 “지방소멸기금을 활용하는 데 있어 연계와 상생을 기준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이전에 있어 지자체의 자체적 노력도 필요하단 지적이다. 이여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수석연구원은 “아직도 지자체에서는 공공기관들이 오길 바랄 뿐 자체적으로 지역 역량을 결집하고 그걸 플랫폼화해서 받아들이는 전략이 부족하다”며 “지자체 대부분 균형발전 관련 부서의 힘이 미약한데 장기적 업무 관리 계획을 수립해 성과를 관리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2차 공공기관 이전이 탄력받도록 적극 나서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방 중소도시들은 처절하게 살아남기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단기적 효율성에 매몰돼 우리이 미래를 여기까지 방치해 왔다”며 “수도권과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불균형적인 지원을 적극 검토하고 추진해야 한다”며 “당장은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먼 미래를 볼 때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 국가정책이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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