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 1년 만에 두배 성장···“관련 법안, 산업 활성화·소비자 보호 담아야”
“증권형 토큰 가상자산 추가 필요·공모금 예치 부적절···벤처업종 제외 철회해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가상자산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단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 논의중인 관련 법안에 디지털 자산 산업 활성화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내용을 담아야 한단 조언과 함께 증권형 토큰을 가상자산에 추가하고 가상자산 산업을 벤처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단 주장도 제기된다.
  
25일 관련업계 따르면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607조원으로 1년 전 828조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커졌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말 220조원에 비하면 10배 이상 확대됐다. 국내 투자자는 80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국내 거래규모만 국내총생산(GDP)의 약 5배, 코스피시장 거래대금의 2배에 달한다. 이에 가상자산에 대한 정책 보완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은 실체가 없다며 제도권 편입에 미온적이었던 금융당국도 특점금융정보법을 발효하고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를 도입하는 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선주자들도 가상자산 관련 공약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가상자산 법제화와 가상자산 공개 허용 검토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코인 수익 5000만원 비과세 등을 각각 제시했다.

국회도 가상자산 관련 법안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가상자산산업기본법안 13개가 발의돼 있으며 주로 투자자 보호 규정을 마련하고 신산업 육성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특금법 시행과 가상자산 시장 변화’ 토론회에서는 가상자산 산업 전망과 가상자산법안 쟁점 등에 대해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가상자산 시장 건전성 확보와 소비자 보호, 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방안을 제도화해 블록체인 기술이 경제, 사회 각 분야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단 조언이 나왔다. 

블록체인포럼 대표인 김기홍 경기대 명예교수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원화거래 마켓 운영을 위해 은행이 실명계좌 발급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독과점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며 “미국 사례를 참고해 블록체인과 디지털 경제 발전을 이끌 블록체인 비즈니스 진흥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또 가상자산에 대해 “2030 청년층 및 소득 불안 계층에 대한 사다리적 대안으로의 접근 가능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비과세 혜택을 포함해 주식시장에 준하는 투자 환경을 조성하되, 시장 질서를 흐리게하는 행위는 엄정 대응해 안전한 자산시장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현재 250만원 가상자산 양도차익 기본공제액을 주식과 동일하게 5000만원까지 늘려 선정비 후과세란 기존 원칙을 준수하고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제정하고 디지털산업진흥청을 설립해 미비한 법제도를 정비하고 코인 부당거래 수익은 사법절차를 거쳐 전액환수토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코인발행(ICO)를 허용하되 거래소발행(IEO) 방식부터 순차적으로 시작하고,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신개념 디지털 자산시장 육성을 위해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공약에 담았다고 덧붙였다.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특금법 시행과 가상자산 시장 변화’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특금법 시행과 가상자산 시장 변화’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특금법 시행 이후 국내 블록체인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가상자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개방적이고 유연한 정책, 가상자산 기반 비즈니스 환경을 최적화하는 노력이 절실하단 지적이 나온다.

김정혁 서울사이버대 빅데이터정보보호학과 겸임교수는 “암호화폐 규제를 강하게 시행하면서 기술과 인력,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늦었지만 지금 가상자산 업권법이 논의되고 있는데 새로운 업권법이 과거 규제 일변도를 답습한다면 블록체인 산업 성장 기회를 또 다시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슈로 해서 다른 방식의 암호 자산, 새로운 디지털 산업들이 팽창, 발굴되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이나 NFT, 디파이 등 새로운 기술을 가진 디지털 산업이 확장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우리가 과거 기술 규제적인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 국제적 공조에 맞춰 가상자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상자산업을 취급, 거래하거나 서비스하는 기업들은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단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일반 인터넷 쇼핑몰이나 통신 사업자처럼 기업을 운영해서는 안 되고 주주 등 기업 지배 구조를 일반 금융기관 수준까지 도달을 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국회에서 가상자산 업권법 관련 법안들이 발의된 것과 관련해 가상자산에 증권형 토큰을 추가해야 한단 분석도 나왔다. 권오훈 차앤권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증권형 토큰은 자본시장법을 적용해야 시장 혼선을 막을 수 있다”며 “이미 자본시장법 상 증권 개념도 포괄적이라 가상자산도 포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ICO를 제도권에 포섭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코인평가 기관 전문성을 확보해야 하며 백서 필수 기재사항은 현실적 범위로 최소화해야 한다”며 “공모자금 예치제도도 제안되고 있으나 비현실적이다. 일반 회사 자본금의 경우 별도 예치 의무가 없다”고 봤다.

가상자산 업권법이 제정되면 현행 특금법과 관계도 정비해야 한단 지적이다. 권 변호사는 “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에 관한 강도 높은 진입장벽이 있는데 업권법 시행에 맞춰 현행 특금법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가상자산사업자를 일률적으로 등록제 또는 인가제로 하는 방안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해외와 비교해 진입장벽 역차별이 발생하면 국내 스타트업들은 우리나라 시장을 외면할 수밖에 없기에 규제 일변도가 아닌 국제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단 설명이다.

오는 3월부터 코인 이동에 기록을 남기게 하는 트레브룰을 시행하면 소비자 보호 방안이 강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정지열 한국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장은 “그동안 가상자산은 익명성이란 특성 때문에 해킹이나 사기에 취약했다”며 “그러나 이제 트래블룰이 시행되면서 가상자산 추적이 용이해짐에 따라 금융소비자 보호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이용자들의 가상자산 오류 입금, 사기 및 해킹피해 등에 사전적 예방효과와 사후적 수사 신속성을 담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가상 자산의 개념을 디지털 자산이란 확장된 개념으로 바꿔야 한단 주장도 제기됐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수석 부회장은 “현재 국내법상 코인, 토큰을 규정한 특금법은 가상자산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최근 새로운 개념의 상품이 속속 등장하는 점을 감안해 기존 가상자산을 디지털 자산으로 용어 및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산업을 벤처업종에서 제외한 벤처기업육성특별법 시행령을 고쳐야 한단 지적이다. 강 부회장은 “이재명 대선후보와 민주당 당직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상자산을 외면한 것은 구한말 망국을 초래한 쇄국정책과 같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과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산업을 유흥주점과 도박장, 캬바레와 같이 취급하면서 벤처기업 업종 지정을 금지한 벤처기업육성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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