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배당' 아닌 배당성향 상승은 추가 증자 가능성 키워
대규모 증자로 부진한 주가···추가 하락은 주주 피해↑
노조 "일은 직원이 했는데 이익은 기재부가 가져가나"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기획재정부가 IBK기업은행의 배당을 더 늘릴 움직임을 보이면서 주주와 기업은행 조직원 모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주 입장에선 배당 이후 추가 유상증자가 가능성이 커지는 점이 문제다. 부진한 주가가 증자로 더 하락하면 주주들의 피해가 오히려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내부에서도 지난해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성과급도 제대로 못받았는데 기재부가 배당으로 이익을 많이 챙겨가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기업은행, 한국산업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출자기관에 올해 배당계획 제출을 지시하며 작년보다 배당성향을 높일 것을 요구했다. 배당성향은 한 해 거둔 당기순이익 가운데 배당금으로 책정되는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재부가 세수 확대를 이유로 2021년부터 국책은행을 비롯한 출자기관의 배당성향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라며 “지난 2020년에는 전체 출자기관 배당성향이 36.9%였는데 2021년 회계년도에는 40%로 올리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당을 늘리면 주주들에게 이익이지만, 문제는 ‘차등배당’이 아닌 기재부가 재원 확보를 위해 일괄 상향을 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8년부터 2년 연속으로 일반 주주에게 배당을 더 많이 하는 차등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기업은행의 자본비율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손실흡수력 확보와 주주환원을 함께 챙기기 위해 고안한 정책이다. 차등배당 덕분에 기업은행 주주들은 지난 2019년 배당성향 28.17%의 고배당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차등 배당이 아닌 전체 배당성향을 올리면 유상증자로 자본확충을 할 가능성이 있다. 당기순익에서 배당으로 빠져나가는 금액이 많아질수록 은행의 자기자본 규모는 그만큼 줄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BIS비율 지표 중 하나인 보통주자본비율은 지난해 9월 말 11.52%로 6대 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BIS비율이 하락하는 것은 기업은행 입장에서 부담이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지난해 3월 2020년 결산배당을 한 후 한 달도 채 안 돼 490억원의 유상증자를 해 주주들의 불만을 산 바 있다. 당시 기업은행은 ‘내로남불’ 논란을 무릎쓰고 배당성향을 다른 금융지주, 은행보다 높은 24.28%로 정했다. 하지만 자본확충을 이유로 신주를 발행하면서 오히려 주가 하락을 불러왔다. 발행 주식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기준가 대비 5% 할인된 가격으로 발행돼 주주들의 피해가 커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라고 대손충당금을 늘릴 것을 강하게 요구한 점은 더 부담이다. 대손충당금이 늘어나면 당기순익이 감소한다. 여기에 배당성향 마저 올리면 자본비율은 더 하락해 추가 증자 필요성도 더 커지게 된다.
기업은행 주가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대규모 유상증자를 한 탓에 부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20년에만 1조2600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그 결과 기업은행의 주가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금리 상승기에도 불구하고 1만원 내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는 대부분 코로나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은행 직원들의 불만도 우려된다. 기업은행 행원들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국책은행이라는 이유로 1%남짓의 급여인상률과 낮은 성과급을 받았다. 성과급 300%를 받은 시중은행과 대조적이다. 이에 기업은행 블라인드에는 ‘업무는 시중은행과 비슷한데 성과급은 왜 낮냐’는 식의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직원 임금 인상에는 인색하면서 기재부가 배당마저 많이 가져가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배당성향을 작년 수준만 유지해도 당기순익이 증가해 총 배당액은 늘어날 것“이라며 ”그런데도 기재부가 배당성향도 높인다면 ‘일은 직원이 했는데 이익은 기재부가 가져간다’라는 불만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재부와 배당총액을 먼저 결정하면 차등배당을 하지 않아도 자본비율 하락을 최소화하면서 배당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