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인수 후 사명 및 로고 변경 계획···부정적인 쌍용차 이미지 벗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
그릴 및 대시보드 개선 통해 저비용으로 디자인 변화 노려
일각선 운영자금도 부족한데 사명 변경 비용 부담 지적도···한국GM·기아 사명 변경시 수천억원 들어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를 진행 중인 가운데 곳곳에서 잡음이 계속 일어나며, 최종 인수가 가능할 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자동차 인수 이후 새 이름, 새 얼굴로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기존 국내에서 부진했던 쌍용차의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것은 물론, 전기차 시대 전환기를 맞아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풀이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를 마무리 지으면 회사 브랜드와 로고를 바꿀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사명 등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으나,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에디슨모빌리티’, ‘에디슨V’ 등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사명을 변경하려는 이유는 오랜 기간 이어진 쌍용차 부진의 역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쌍용차는 지난 1997년 외환 위기로 대우그룹에 넘어갔다. 하지만 대우그룹도 인수 1년 만에 부도가 났고,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를 새 주인으로 맞이했다. 상하이차는 쌍용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기술 탈취에만 관심이 있었으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이후 인수 5년만인 2009년 쌍용차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전체 직원의 40%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됐으며, 이에 따라 노동조합은 공장을 점거하고 투쟁을 이어갔다. 이 사건으로 60여명이 구속됐고 1700여명이 명예퇴직하는 등 일명 ‘쌍용차 사태’가 불거졌다.

이후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4번째 주인이 되면서 해고자와 퇴직자 복귀, 소형 SUV ‘티볼리’가 탄생했지만 2020년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마힌드라는 극심한 경영난에 빠졌고, 쌍용차를 재매각하기로 했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국내에서 쌍용차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쌍용차는 과거 ‘SUV 명가’로 불리며 해당 차급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자랑했으나, 회사 매각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 불안심리가 커졌다. 또한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해외 수입 브랜드들이 비슷한 차급에서 경쟁 모델을 대거 내놓으면서 자리가 위태로워졌다.

지난해 쌍용차 내수 판매는 5만6363대로 전년대비 35.9% 감소했다.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지난 2002년(14만8166대)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국내 점유율은 3.9%에 불과했다.

또한 지난해 쌍용차 수출은 2만8133대에 머무르며 정점을 찍었던 2013년(7만8740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주력 시장이었던 러시아에서 철수한 이후 쌍용차 수출은 국내 완성차 대비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해 완성차 수출 판매(205만여대) 중 쌍용차는 2만8133대로 로 약 1.3%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에디슨모터스 입장에선 굳이 쌍용차 브랜드를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라리 전기차 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브랜드로 바꾼 후 신차를 내놓는 것이 경쟁력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디슨모터스가 지난 10일 본계약 체결시 별도 업무협약을 통해 ‘그릴 및 대시보드 개선’ 내용을 추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자동차 그릴의 경우 자동차 인상을 결정 짓는 중요한 디자인 요소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다른 모습의 차로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최근 쌍용차 SUV들이 티볼리 ‘소·중·대’로 불리며 비슷한 디자인으로 혹평을 받은 만큼, 그릴 변화를 통해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해 차별화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당장 쌍용차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금 조달도 벅찬 에디슨모터스가 괜한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명과 로고 변경은 단순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 간판을 바꾸는 것은 물론, 내부 인테리어 및 브랜드 로고나 사명이 들어간 각종 제품·인쇄물·내부 시스템 등 바꿔야 할 것이 수두룩하다”며 “한국GM과 기아가 사명과 로고를 바꾸면서 수천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 및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1조6000억원 상당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에디슨모터스와 KCGI는 유상증자, 해외 투자 등을 통해 8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나, 나머지 8000억원 자금 조달은 아직 미정이다. 당초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평택부지 등을 담보로 산업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아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산은이 대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사명 변경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에디슨모터스가 인수전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사가 인수전 과정에서 힘겨루기가 한창인 가운데 사명 변경을 통해 쌍용차 색을 지우면서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는 본계약 체결 이전에는 자금 운용 사전 협의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으며, 현재는 관리인 선임을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자사 임원인 이승철 부사장을 공동 관리인에 선임할 것을 요구했으며, 쌍용차는 추가 관리인 선임이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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