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거래소 예심 통과···유니콘 특례 신설 8개월 만에 ‘1호’ 탄생
2조1000억원 규모 기술이전 4건 성공···“기술성·사업성 입증”
다양한 파이프라인 강점···“인산화효소 R&D 강화해 기술이전 매진”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신약개발 전문 바이오벤처 보로노이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유니콘 특례 1호’ 기업이 됐다. 2조1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으로 이미 기술력을 입증해온 보로노이는 국내 상장 문턱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19일 한국거래소는 올해 처음으로 열린 상장심사위원회 결과 보로노이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유니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의 국내 상장을 위해 유니콘 특례제도를 신설한 지 8개월 만에 첫 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지난 2019년 기술평가에서 두 차례 고배를 마시면서 상장이 무산됐던 보로노이는 유니콘 특례를 통해 재도전에 성공했다. 보로노이는 증권신고서 제출 및 공모 절차 등을 거쳐 3월 중 코스닥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기술특례에선 평가기관 두 곳에서 각각 A, BBB 등급 이상을 받아야 했지만, 유니콘 특례는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의 기술기업이라면 1개 기관에서 기술평가 A등급 이상만 받아도 예심 청구가 가능해졌다. 지난해 6월 기술보증기금이 실시한 기술평가에서 보로노이는 A를 획득했다.

국내 바이오업계는 일찍이 보로노이의 상장을 예견해 왔다. 국내 벤처로는 드물게 글로벌 기술수출을 다수 성사시키면서 이미 기술성과 사업성이 입증됐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8월 예심을 청구한 보로노이는 지난해 말에는 예심을 통과할 것이란 기대가 나왔지만, 예심 청구 기업들이 대거 몰리면서 보로노이의 순서는 올해로 미뤄졌다.

2015년 설립한 보로노이는 정밀 표적치료제 신약개발에 주력해 왔다. 현재 10여개의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보로노이는 전임상 및 초기 임상 단계에서의 기술이전을 주요 사업 모델로 키워냈다. 최근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신라젠과는 정반대의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보로노이의 상장심사위와 같은 날 열린 기업평가심사위에서 신라젠은 소수의 파이프라인으로 임상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이유 등으로 상폐가 확정됐다.

보로노이의 주요 파이프라인 표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보로노이는 인산화효소(키나아제)를 프로파일링한 데이터베이스(DB)와 인공지능(AI)를 활용한 독자 플랫폼 기술로 표적치료제를 발굴하고 있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키나아제 실험 결과들의 빅데이터를 AI에 접목해 각 적응증에 대한 유력 물질을 발굴하는 플랫폼 기술이 보로노이의 강점”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개발해 기술이전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방암 및 고형암 치료제 등 총 4건의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2020년 10월 미국 나스닥 상장사 오릭파마슈티컬에 기술수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는 최근 국내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0년부터 JW중외제약과 차세대 항암신약 개발을 위해 공동연구 중이고, 지난해 HK이노엔에도 폐암치료제를 기술이전하며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보로노이에 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업계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갖는 보로노이가 유니콘 특례상장의 첫 스타트를 끊으면서 요건이 다소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재 유니콘 특례 예심 청구를 고려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유니콘 특례는 적은 업력에도 높은 기술력을 평가받는 벤처들에 기회를 주기 위해 진입장벽을 낮춘 제도인데, 앞으로 유니콘 특례에 도전하는 기업들에도 보로노이에 준하는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내부적으로 고민하는 업체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토로했다.

유니콘 특례 심사를 담당하는 거래소 관계자는 기술성 평가 기준을 완화한 만큼 사업성 등의 기업가치 평가는 기존 기술특례와 동일하게 이뤄질 것이란 입장을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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