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저변 확대해 IP 사업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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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가 12일부터 무료 플레이로 전환된다. /이미지=크래프톤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서비스 5년차를 맞아 크래프톤의 ‘펍지: 배틀그라운드’가 무료로 전환된다. 이용자 확대를 노리는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펍지유니버스 확장을 노린 무료화다. 게임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생태계를 구축하는 만큼 장기 흥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12일 ‘펍지: 배틀그라운드’를 무료 서비스로 전환했다. 스팀, 카카오게임즈 등 PC를 비롯해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 콘솔에서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무료 전환은 국내 유료 판매 PC게임 중 첫 시도다. 지난 2017년 출시된 배틀그라운드는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유료(가격 3만2000원)로 판매됐다. 이날부터 신규 이용자는 베이식 계정을 사용할 수 있다. 기존 게임 이용자는 플러스 계정으로 자동 전환된다. 

경쟁전, 커스텀매치 개설, 커리어-매달 탭 이용 등은 플러스 계정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플러스 계정으로 전환하려면 12.99달러(1만5000원)를 내야한다. 사용료는 없다. 크래프톤은 플러스 계정 전환 및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스킨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릴 계획이다. 

배틀그라운드는 가장 빠르게 1억달러 수익을 거둔 게임으로 지난 2018년 동시 접속자 수 32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약 7500만장을 누적 판매하며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 서비스 장기화로 하향세···1차 목표는 이용자 확보

기록적인 흥행에도 불구하고 무료화를 결정한 배경에는 이용자 감소가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출시 후 5년 차에 접어들면서 기존 이용자와 신규 이용자 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등 진입장벽이 높아졌다. 또, 슈팅게임 장르 특성상 난이도가 있어 신규 이용자를 끌어오기 힘들다.  

게임 유통사 밸브 역시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서비스 6년 차를 맞이한 시점에 무료 이용으로 전환해 이용자 확대를 꾀했다. 그 결과 스팀 동시접속자 수가 60만명 대에서 100만명까지 상승한 바 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배틀그라운드 이용자와 매출은 2018년 초 정점을 찍은 후 콘텐츠 부족과 게임핵 문제, 최적화 이슈 등으로 점진적으로 하락했다”며 “특히 서구권 시장에서 멀티 플랫폼 게임을 지향한 포트나이트가 빠르게 부상하며 트래픽 하락세가 빠르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무료 플레이 서비스를 통해 게임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췄다”며 “배틀그라운드 IP가 견고한 팬덤과 함께 더욱 강력한 IP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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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 2021년 PC 매출액. 직전연도보다 높지만 2018년에 비해 감소했다. /사진= 삼성증권

◇ 게임IP 장기흥행 힘입어 펍지유니버스 확장

크래프톤은 게임 내외로 펍지 IP를 확장하는 펍지유니버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펍지 IP를 바탕으로 웹툰,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배틀그라운드 무료화도 ‘펍지유니버스’ 확장의 일환이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다큐멘터리 ‘미스터리 언노운’과 마동석 주연의 단편 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시작으로 펍지유니버스의 확장을 알렸다. 현재 네이버 웹툰에서 3편의 웹툰을 연재하고 있으며, 오는 29일 고수 주연의 단편영화 ‘방관자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할리우드 출신의 제작자 아디 샨카를 총괄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임명해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도 추진중이다. 

이들 작품 모두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즉, 글로벌 흥행을 이끈 배틀그라운드 게임 IP를 등에 업고 확장해나간단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게임 IP의 이용자를 지속해서 유입시키는 게 중요하다. 게임 무료화를 결정해 게임 장기 흥행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게임 IP에 콘텐츠를 입혀서 비게임 이용자까지 크래프톤 고객으로 만들려는 전략”이라며 “배틀그라운드 무료화가 그 시발점이 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인도의 경우 이용자들이 게임을 대화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등 의사소통 도구로 이용하기도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더 보편적인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이용자들 ‘핵’ 난립 우려···“자사 기술로 대응”

이용자 확대는 핵(불법 프로그램) 대응이 핵심이 될 전망된다. 이용자들은 핵이 난립하면 신규 이용자는 물론이고 기존 이용자들도 떠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식 커뮤니티에는 “핵 때문에 게임을 접고 싶다”며 “무료화가 된다면 핵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크래프톤은 기술 대응 및 법적 대응을 통해 개발자와 판매자를 색출하고 있다. 지난해 안티치트 솔루션 ‘자킨토스’ 도입을 시작으로 클라이언트 취약점 보완, 하드웨어 제재 시스템 개선, 어뷰징 대응 등에 나섰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그동안 외부 보안 솔루션에 의지했다”며 “자킨토스 도입 후 불법 프로그램 사용률이 큰 폭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안티치트 대응도 강화할 계획이다. SMS 인증 시스템을 우회 및 도용된 계정 사용하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계정 보안 시스템 개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용자가 가장 많이 지적하는 ‘상대 캐릭터 위치를 알리는 기능(ESP)’과 ‘사격 시 상대 캐릭터의 위치로 자동 보정시켜주는 기능(에임봇)’에 대응 방안도 연구중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서바이벌 슈팅 장르에서 글로벌 IP 파워를 갖고 있다. 이번 결정은 긴흐름에서 보면 월간활성이용자 수를 상승시킬 것”이라며 “시너지를 위해 펍지 콘텐츠도 같이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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