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방역지원금 지급 시작···자영업·소상공인, 미봉책 지적·소등 시위
2금융권 대출 증가 등 한계상황 분석···“손실보상 더해 체계적 교육 필요”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비대위) 정부 방역대책 반대 총궐기 대회'에서 인원 제한으로 집회 현장에 들어오지 못한 회원들이 펜스 밖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비대위) 정부 방역대책 반대 총궐기 대회'에서 인원 제한으로 집회 현장에 들어오지 못한 회원들이 펜스 밖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방역강화 조치를 계기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받은 타격에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누적된 고통이 한계에 달했단 것이다. 정부는 방역지원금 지급 등 지원책을 내놓으며 소상공인 달래기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한단 비판과 함께 지원금 수준을 넘어선 체계적 교육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단 조언이 나온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부터 방역조처로 영업시간이 제한된 소상공인에 대한 방역지원금 지급을 시작한다. 지급대상은 이달 15일까지 개업한 소상공인과 소기업 가운데 매출이 감소했거나 감소가 예상되는 사업자로 업체당 100만원씩 지원한다. 내년 2월 지급될 올해 4분기 손실보상금과는 별개로 여행업과 숙박업 등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소상공인도 지급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영업시간 제한 90만개사와 그 외 매출감소 소상공인 230만개사 등 약 320만개사가 방역지원금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연말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들은 이번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며 지원금보다 방역조치로 인한 피해가 훨씬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주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자영업자비생대책위원회 등 자영업자 단체들이 총궐기대회를 연데 이어 한국외식업중앙회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회는 이날과 28일 이틀간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간판을 끄고 영업하는 소등 시위를 진행한다. 자영업자를 겨냥한 정부 방역대책에 항의하는 행동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 방역지침이 너무 이해할 수 없이 강력하게 계속 강화되고 있어 이걸 철회해달라는 의지를 표명하는게 주 목적”이라며 “영업시간 제한과 사적 모임, 백신 패스 등을 다시 검토하고 손실보상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체가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항의 시위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오늘 시위는 총연합회가 주도하고 우리도 같이 동참하는 차원에서 회원사에 동참 안내를 드렸지만 자율로 하는 것이기에 영업에 지장을 주면서까지 강제로 하긴 어렵다”며 “앞으로 정부에서 나오는 입장을 보고 자영업자 단체들과 함께 향후 대응에 대한 보조를 맞춰 나갈 것”이라고 했다.

실제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최근엔 고금리업권 대출이 급증해 신용 위험이 높아졌단 분석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 중 상당수가 한계상황까지 왔단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개인사업자의 가계대출이 최근 저축은행과 캐피탈, 카드론 등 고금리업권에서 급증했으며, 사업자 대출도 고금리업권에서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매출 감소 피해가 크고 소득이 낮은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부채가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음식업과 개인서비스업 등 매출이 크게 감소한 업종에서 고금리업권 대출 증가세가 높고 코로나 발생 이후 총대출이 크게 증가한 점을 근거로 코로나 사태 피해가 누적되면서 자엉엽자의 신용위험이 높아졌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업계에선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으로 촉발된 어려움이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증폭됐다고 지적한다. 소상공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이 강화된 측면은 분명히 있다. 소상공인 입장이 좀 더 많이 반영됐고 예산도 다소 늘었다”며 “소득 성장론에 의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들 목소리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노동계의 입장만을 반영해 소상공인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고 여기에 코로나 피해 극복 대책도 거시적, 장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찔끔찔끔 이뤄지다보니 소상공인들에게 불만을 야기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소상공인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고 대출은 증가하고 있는 점을 봤을 때 소상공인 소득 증가도 미미하단 지적이다.

정부 정책이 소상공인과 자영업 생태계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단 비판이다. 소상공인연합회장을 지낸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성장시켜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으로 발전시키는 성장 사다리 적인 면을 생각하지 않았고, 골목상권이나 경제 생태계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민생으로 보는 시각도 별로 없었다”며 “문제가 생기면 땜질식 지원금이나 몇 번 주고 마는 이런 정책밖에 없었던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자영업자를 위해 공정한 룰을 만든다고 강조해 왔다. 실제 제도적 장치도 상당 부분 마련한 게 사실이다. 다만, 소상공인과 대기업이 대결 구도로만 볼 게 아니라 상생시키는 부분도 중요하게 봐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최 의원은 “사실 소상공인의 궁극적 목표는 대기업이다. 대기업을 규제 대상으로만 보는 식의 정책도 결론적으로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노동, 고용 정책 등을 봤을 때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등 대기업 노조들의 권익 신장은 좋아졌을지 모르지만 정작 소상공인들이 고용하는 취약계층 근로자들은 도리어 일자리를 잃어 실업자가 양산됐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경제 상황에서 작은 가게들은 옛날 대기업에 종속되는 것처럼 하청, 종속되고 있단 우려다. 소상공인들의 가장 큰 특성인 전문화되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들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단 비판이다. 다른 자영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발전하는 게 아니라 과거 대량생산 체제에서 하청업체로 전락했듯, 플랫폼 홍보의 한 자락, 배달앱 하나에 종속되는 식으로 가고 있다”며 “정부 정책 부실로 소상공인들은 4차산업혁명이란 큰 변화 흐름에서 하나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아니라 변화에 순응하지 못한 집단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국회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손실보상이 필요하다고 여야가 입을 모으고 있지만 관련 입법엔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선지원 후정산을 주 내용으로 하는 손실보상 법안엔 권칠승 중기부 장관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전원이 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려 입법 가능성이 높단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영업, 소상공인 업계에선 손실보상과 함께 체계화된 자영업 육성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 의원은 “준비된 창업, 즉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는 임대차계약서만 있으면 창업이 가능한데 최소한의 창업 절차가 필요하다. 허가제를 하란 얘기가 아니라 준비된 창업, 즉 교육이 필요하단 것”이라며 “정부에서 창업 자금의 대출이나 입지 선정, 상권 분석 등을 제공해주는 기본적 서비스에 더해 창업이 단순히 돈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성공과 실패의 여러 조건들을 정확히 논리적으로 알려주고, 관련 전문가들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소상공인 관련 전문가는 거의 전무한데 이런 부분을 정부에서 백업시켜줘야 한단 조언이다. 소상공인연구소 등이 집중 육성된다면 소상공인이 하나의 산업 영역으로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단 것이다. 최 의원은 “소상공인은 대량생산을 할 수 밖에 없는 대기업과는 다르게 다양성이란 게 있어 창조적 신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며 “경쟁이 심하다보니 이 안에서 살아남은 독특한 사람들이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이 부분이 잘 육성된다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내기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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