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플랫폼은 증가하는데···합법 유통망 감소
플랫폼사, URL 삭제요청·복제방지기술···대응 한계

불법웹툰 사이트 수/사진=
불법웹툰 사이트 수 / 자료 = 한국콘텐츠진흥원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국내 웹툰 시장이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지만, 불법 유통 시장 규모도 5000억원 이상으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트래픽은 불법 웹툰이 오히려 합법 시장을 넘어섰다. 대형 플랫폼사들이 IT 기술로 불법 웹툰 근절에 나섰으나, 불법사이트의 회피 기술도 나날이 발전해 적발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24일 발표한 ‘2021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웹툰 시장 규모는 1조538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동시에 불법 유통 시장도 몸집을 키우면서 피해액만 5488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보다 72.4% 증가한 수치다. 

◇ 불법 웹툰 트래픽, 합법 웹툰 추월···“경쟁력 잠식 우려”

불법 웹툰 사이트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말 272개를 기록했다. 이는 한글로 서비스되는 불법 사이트만 집계한 수치로, 외국어로 번역된 불법 사이트까지 더하면 총 2685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복제 침해율을 산정하는 페이지뷰(PV)를 집계한 결과 불법 웹툰 트래픽은 366억 뷰로 합법 웹툰의 트래픽(337억 뷰)을 오히려 추월했다. 

콘진원 관계자는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현상유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불법 웹툰 트래픽이 폭증해 사실은 전체 경쟁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체 트래픽 수치만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나, 두 플랫폼을 제외한 합법 웹툰은 불법에 크게 밀렸다. 실제 불법복제 기승으로 합법 웹툰 플랫폼의 수는 2018년 40개에서 2020년 기준으로 31개로 감소했다. 

웹툰 플랫폼사들은 불법 시장에 맞대응하기로 했다. 네이버웹툰, 레진엔터테인먼트, 리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키다리스튜디오, 탑코, 투믹스 등 7개사는 지난해 10월 웹툰불법유통대응협의체(웹대협)를 출범해 민형사상 공동 대응에 나섰다. 

웹대협은 올해 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주도하에 불법유통 사이트인 어른아이닷컴 운영자 3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소송에서 1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받는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 이는 동종 사건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최대 배상액”이라며 “웹대협 차원에서도 법적대응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법적 대응을 해도 불법사이트는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진다. 앞서 2018년 밤토끼가 검거되면서 불법 사이트가 주춤했지만 곧 다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콘진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불법 웹툰 사이트는 2017년 107곳에서 2018년 35곳으로 줄었지만, 2019년 99곳으로 증가했다.   

리디 법무 관계자는 “플랫폼에서 접속차단 조치를 하고 있지만, 새로 생겨나는 불법 사이트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운영자의 국적이 한국이 아닌 경우에 수사가 어렵고, 정확한 피해규모를 산출하기 쉽지 않아 형사고소도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카카오엔터
웹대협 소속 플랫폼사들이 불법웹툰 유통 근절 캠페인에 나섰다. /사진=네이버웹툰(왼쪽), 카카오엔터

◇ 기술대응 한계···“공급자뿐 아니라 이용자 참여도 절실”

각 플랫폼사는 모니터링, 차단요청, 불법유통방지 강화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불법 유통 기술도 지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각 플랫폼사는 구글과 같은 해외 검색엔진을 통해 발견되는 불법 사이트 차단을 요청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우 불법유통 전문 단속업체인 MW스토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불법 콘텐츠를 단속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불법 공유 패턴을 예측하고, 불법 공유 행위가 의심되는 아이디를 사전에 차단하는 ‘툰레이더’를 사용하고 있다. 

구글은 플랫폼 등으로부터 링크 삭제 요청이 들어오면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에 따라 불법성 검증을 진행하고, 반론 시간을 제공한 후 삭제조치한다. 이 때 신고된 URL에 접근할 수 없으면 해당 URL이 접속 불능 상태라고 판단해 삭제 요청 건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 불법 사이트는 이런 허점을 이용해 URL 접근 회피 기술을 쓰기도 한다. 

또 불법 사이트는 구글의 이미지 필터링 기술도 교묘하게 회피하고 있다. 구글은 해당 기술로 불법성·선정성이 높은 이미지를 가려내 차단하고 있다. 불법 사이트는 이미지를 텍스트로 변환시켜 해당 기술을 막고 있다. HTML 태그 중 JPG 형태의 이미지 파일을 16진수 텍스트로 변환하는 식이다.  

복제를 방지하는 대표적 기술인 포렌식 워터마크에 대응하는 기술도 고도화되고 있다. 포렌식 워터마크는 워터마크에서 발전된 기술로 육안으로는 구분하기 힘든 수준의 미세한 픽셀값으로 특별한 코드를 만들어 이미지에 삽입하는 방식이다. 이를 이용해 코드에 로그인 아이디, 구매 정보 등은 물론 해당 콘텐츠가 어디에서 최초 유출됐는지 추적할 수 있다. 리디는 올해 상반기 불법 유출을 시도한 이용자를 빠르게 추적하기 위해 해당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불법 플랫폼들은 유출한 웹툰 이미지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포렌식 마크를 삽입하는 방식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 이미지를 흐리게 만드는 블러(Blur), 이미지에 불법 사이트 로고 워터마크를 삽입하는 방법, 해상도를 낮추는 식이다. 플랫폼에서 유출한 원본 이미지를 바로 사용하는 경우 이미지 메타 태그에 삽입된 정보를 통해 추적될 수 있어 이미지 메타정보를 삭제하고 있다.

업계는 불법 웹툰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급자뿐만 아니라 이용자도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웹대협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지난달 처음으로 공동 불법유통 근절 캠페인을 시작했다.

콘진원 관계자는 “웹툰도 다른 콘텐츠처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불법적으로 이용할 경우 이용자가 입는 피해와 창작자가 입는 피해 등을 알려주는 저작권 리터러시 교육도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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