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40대 부사장’ 배출···기재부 국제기구과장 출신 ‘국제통’
신한금융 최초 여성 CEO 조경선, 디지털 마케팅 업무 경험 풍부

자료=각 사/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자료=각 사/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 연말 금융권의 CEO, 임원인사들이 하나 둘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재들의 약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생명은 비삼성 출신 인사 2명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글로벌과 디지털 양 부문을 동시에 강화시키고 있으며 KB금융그룹도 그룹 내 대표적인 글로벌 전문가를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카드의 CEO로 선임했다. 신한금융그룹 역시 디지털영업 담당 임원을 그룹 최초의 여성 CEO로 발탁하는 등 디지털 특화 CEO 육성이 힘을 쏟고 있다.

◇1960년대 중반 출생 인사, 금융사 CEO 대거 선임···70년대생 임원도 탄생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삼성금융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국내 주요 금융사들의 연말 CEO, 임원 인사가 하나 둘 진행되고 있다. 이번 인사 시즌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세대교체’로 각 금융사들은 1960년대 중반 출생 인사들을 CEO나 임원에 선임하며 경영 일선에 배치하고 있다. KB금융은 1966년생 이재근 KB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을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내정했으며 1964년, 1965년 출생 인사들을 KB국민카드, KB생명보험, KB저축은행 CEO 자리에 배치했다.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맏형’ 삼성생명의 경우 40대 부사장을 배출하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전체에서 나타나고 있는 ‘뉴 삼성’ 기조에 발을 맞췄다. 신한금융도 CEO가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10개 계열사 중 6개 계열사의 CEO를 신규 추천하며 일부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글로벌 부문 인재들의 약진이 있다. 각 금융사들은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정체됐던 글로벌 사업을 재개시키기 위해 관련 업무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을 CEO 및 주요 임원 자리에 앉히고 있다.

박준규 삼성생명 부사장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1975년 출생으로 삼성생명의 유일한 40대 부사장인 박 부사장은 행정고시 41회 출신 외부 인사다. 지난 2016년 기획재정부 국제기구과장을 지낸 후 삼성경제연구소에 입사했다. 이후 삼성생명 전략투자사업부장 상무와 글로벌사업팀장 상무를 거쳐 이번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부사장은 기재부에서 외신대변인 등을 지내는 등 관료 출신 중에서도 손꼽히는 ‘국제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삼성생명의 글로벌 사업 전반을 컨트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 후보자 역시 KB금융 내 대표적인 전략통, 글로벌 전문가로 꼽힌다. 이 후보자는 KB금융 전략기획부장과 전략기획담당 상무, 전무를 거쳐 올해부터 전략총괄 부사장 겸 글로벌전략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

KB금융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는 이 후보에 대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및 해외시장 인오가닉(Inorganic·지분투자 또는 M&A 등의 외부 수혈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 진출 등을 통해 그룹의 안정적 이익기반 마련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국민카드는 KB국민은행장, KB손해보험 사장 등과 함께 KB금융 내 핵심 계열사 중 하나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 후보자는 향후 국민카드를 이끌며 그룹 내 전략·기획, 글로벌 사업 등에서 중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금융에서는 이태경 신한베트남법인장(본부장)이 그룹내 주요 요직 중 하나인 재무부문장(CFO) 부사장으로 신규 선임됐다. 이 부사장은 신한은행 미래전략부장, 글로벌전략부장, 신한캄보디아은행 법인장 등 다양한 해외사업 경험을 자랑하고 있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이 부사장에 대해 “시장 인사이트와 재무적 통찰력을 겸비해 그룹 재무·자본정책 수립과 실행 및 전략적 투자자 관리(IR) 업무 수행을 위한 최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그밖에 이달 초 농협금융의 신임 부사장으로 선임된 김용기 부사장도 지난 2019년부터 농협은행 글로벌사업부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김 부사장은 농협금융 재무기획팀장과 농협중앙회 상호금융경영전략단장, 농협은행 NH금융PLUS 대치역 센터장 등을 지냈다.

◇구글·아마존 출신 IT전문가, 삼성생명 부사장 선임···입사 6개월만

글로벌 사업과 함께 금융사들의 양대 미래 사업으로 꼽히는 디지털 부문에서도 관련 인사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우선 삼성생명은 디지털 부문에서도 외부인사를 부사장으로 등용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승진한 4명의 부사장 중 2명이 ‘비삼성’ 출신이며 그 둘은 각각 글로벌, 디지털 전문 인력에 해당한다. 과감한 인력 수혈을 통해 글로벌과 디지털 두 부문을 강화시키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준규 부사장과 함께 외부출신으로서 부사장 자리까지 오른 홍선기 부사장 역시 1971년 출생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속한다. 그는 카이스트 박사 출신으로 IT기업 구글에서 약 10년간 근무한 후 2017년부터 2년동안 현대카드 디지털사업본부 상무를 역임했다. 이후 아마존 웹서비스 Executive Technology Partner(경영진 기술 파트너)를 지내다 올해 6월 삼성생명에 디지털혁신실 상무로 합류했다.

신한금융은 그룹 최초의 여성 CEO로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를 선택했다. 디지털·ICT전문회사 ‘신한DS’의 신임 사장으로 추천된 조경선 신한은행 디지털개인부문 부행장은 은행에서 스마트컨택본부장과 영업기회그룹 부행장보 등을 지내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대고객 마케팅 및 업무 프로세스 개선에 대한 경험을 풍부하게 쌓았다. 조 후보자는 신한금융의 여성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Sheroes)’ 1기 과정을 수료한 그룹 내 대표적인 여성 리더라는 점에서 향후 행보에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나이도 1965년 출생으로 다른 계열사 CEO들 보다 어린 편이다.

이달 초 농협은행 임원 인사에서 새롭게 부행장보에 오른 박수기 부행장보도 경력의 상당 부분을 디지털 사업 부문에서 쌓았다. 그는 농협은행에서 IT투자금융팀장, IT전략지원단장 등을 거친 후 농협금융 디지털금융단장, 디지털전략부장을 지냈다. 2019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농협은행 IT디지털금융부장, IT기획부장을 지냈다. 박 부행장보는 1966년생으로 이번에 함께 부행장, 부행장보에 자리에 오른 인사들 중에 가장 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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