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정부-스타트업 만나 규제 혁신 논의
업계 “규제샌드박스 장벽 갈수록 높아져"
정부 “과감한 규제 혁신 못하는 현실 이해해 달라”

15일 서울 강남구 드림플러스에서 혁신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제2차 정부 초청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사진=염현아 기자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스타트업 성장에 디딤돌보다 장애물이 되는 규제를 짚어보고, 불필요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전환해 나가겠다.”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드림플러스에서 정부부처와 스타트업 업계가 혁신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만났다. 환경·헬스케어 등 신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혁신 스타트업들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성장 생태계 구축 방안을 찾겠다는 취지에서다.

앞서 지난 10월 법률의료 플랫폼 분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간담회는 친환경·헬스케어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 신산업 분야 혁신 창업기업의 규제·갈등 예방과 해소를 위해 정책담당부처와 창업기업이 소통하는 창구인 ‘지(G)-스타(스타트업) 소통 플랫폼’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엔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한정애 환경부 장관,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직접 참석했다. 스타트업 업계 측에서는 7개 친환경·헬스케어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참석했다. 원탁에 모여 앉은 이들은 창업가들의 고충을 공유하고,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함께 논의했다. 

15일 서울 강남구 드림플러스에서 열린 '제2차 정부 초청 간담회'에서 정부부처와 스타트업 업계가 토론하고 있다. / 사진=염현아 기자

스타트업 업계 대표로 참석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현재 국내 스타트업 규제 현황을 소개하며 간담회의 포문을 열었다. 최 대표는 “디지털 경쟁력은 세계 6위이지만, 한국 규제 경쟁력은 전 세계26위로 하위권”이라며 “혁신 촉진은 못하더라도 발목은 잡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규제들에 대한 혁신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1월부터 시행된 규제샌드박스는 현재 총 597건에 달한다. ICT융합·산업융합·금융혁신·지역특구·스마트도시 등 5개 부문 혁신 기업을 선정해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해주고 있다. 다만 최 대표는 이 중 신산업이 많이 속해 있는 ICT융합 분야의 경우 미승인 건수는 23%이고, 이 중 6개월 이상 지연된 과제는 5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관 부처와 기존 산업들과의 갈등으로 규제샌드박스의 장벽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규제샌드박스 과제 추진 현황 표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규제 완화를 위한 정책 제언도 이어졌다. 최 대표는 ▲자율규제와 사후규제로 전면 개편 ▲규제 샌드박스 제도 혁신 ▲민간주도 규제혁신 플랫폼 구축 등을 제안했다.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주된 건의사항도 규제완화와 가이드라인 마련이었다. 기존 기업들에 적용되던 규제를 스타트업들도 그대로 적용받아 신산업 성장에 어려움이 있다는 주장이다.

자동차 폐기물을 활용해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모어댄의 최이현 대표는 “한국에 진출한 모든 자동차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는데, 이들은 폐기물 업체에만 폐기물 반출이 가능해 모어댄에 충분한 양을 반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업사이클링 사업에 필요한 양 만큼 반출 받으려면, 폐기물 운반 차량, 분쇄·파쇄기, 적재 공간 확보가 필수 요건인데, 스타트업이 무슨 수로 이런 시설을 갖추겠나”라고 토로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폐기물 반출 대상 범위를 넓히고 싶어도, 이걸 처리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아서 그 상관관계를 봐야 한다”면서도 “폐기물 반출이 사업의 핵심인 스타트업들에는 규제샌드박스 등을 통해 하나하나씩 열겠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헬스 스타트업들도 혁신 제품에 대한 규제로 인한 답답함을 호소했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미생물)을 활용한 신약 개발 스타트업 엠디헬스케어는 개발 과정에서의 가이드라인 부재로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윤근 엠디헬스케어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질병을 일으키기도 하면서 치료도 가능해 차세대 치료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인 만큼 국내 가이드라인이 없어 임상시험 등 개발 과정마다 규제 제약이 있다”며 “국내에서 퍼스트인클래스(세계 최초 신약)가 나오려면 식약처의 보수적인 규제가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강립 식약처장은 “식약처의 규제 심사 역량이 국가 바이오산업 발전에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해외보다 빠른 심사도 중요하지만, 불확실성을 미리 해소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답했다.

스타트업 성장 정책의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신산업·융복합 분야 혁신 창업기업들의 성장은 활발한데, 이를 저해하는 규제가 아직 많다”며 “앞으로도 지-스타 소통 플랫폼을 통해 각 정책담당부처들과 현장의 어려움을 공유하며,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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