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사양 메모리로 차량용 통신기기 시장 공략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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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제주반도체가 차량용 메모리 시장 진입을 준비한다. 차량용 연결기기(커넥티비티 디바이스)는 주로 제주반도체 주력 제품인 저사양 메모리가 적용되고 향후 자율주행차 전환 흐름에 따라 시장이 더 커질 수 있어 유망하단 전망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주반도체는 중장기 목표로 차량용 메모리시장 진입을 삼았다. 차량용 제품은 검증에 오랜 기간이 걸려 사업 본격화에 3년 이상의 시간을 예상했다. 국내 전장시장은 현대모비스나 LG전자 VS사업본부 등이 포진했다.

회사 관계자는 “자율주행차가 도로에 있는 장애물을 인식하면서 운행하려면 기기 사이의 통신이 필요하다. 이 통신을 위한 디바이스가 커넥티비티”라며 “이런 제품들은 고용량이 필요하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이어서 제주반도체의 타겟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제주반도체가 공략하는 분야는 대기업과 경쟁하지 않는 저전력·저용량 중심의 틈새시장이다. 국내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굴지의 메모리 기업이 있지만, 이들이 관심 갖지 않는 제품군 생산에 주력한다. 메모리 시장에서 저용량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 금액은 10조원 수준으로 추산돼 해당 시장의 규모도 상당하다.

차량용 메모리 실적도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0.2% 정도로 비중이 낮았던 차량용 제품 매출은 지난 3분기 기준 3.6%로 상승했다. 자동차 전장용 메모리는 공급망 진입에 성공하면 중장기적인 납품이 가능한 만큼 당장의 매출 규모보다 고객사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제주반도체 제품. /이미지=제주반도체
제주반도체 제품. /이미지=제주반도체

현재 제주반도체 제품이 주로 적용되고 있는 산업은 사물인터넷(IoT) 분야다. 지난 3분기 기준 매출의 약 72%가 IoT 산업에서 발생했는데, 이 분야에서도 저용량 반도체가 필요한 컨슈머 기기에 제주반도체 제품이 들어간다. 스마트폰으로 보일러를 작동하거나 택배기사의 단말기 등 사물 간 통신이 필요한 IoT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서버나 네트워크 쪽에서 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IoT는 저용량 제품이 더 많이 필요하다.

제주반도체 관계자는 “통신센터는 고용량 반도체를 요구할 수 있겠지만, 그 안에서 저용량이 필요한 개별 통신용 단말기나 디바이스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센터를 나무 한 그루로 비유한다면 가지나 잎사귀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부분에 제주반도체 제품이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제주반도체가 생산하는 메모리 가운데 주력 제품은 낸드 멀티칩패키지(MCP)다. 3분기 누적 매출이 984억원으로 약 73%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2개 이상의 칩을 결합한 MCP는 부가가치가 높아 낸드플래시를 활용한 제품군을 주력 상품으로 삼고 있다.

제주반도체는 사내 구성원 비중의 80%를 엔지니어가 차지한다. 다만 파운드리 업체의 기술력 한계로 제품 구현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제주반도체 관계자는 “D램 파운드리를 오픈한 곳은 대만의 파워칩밖에 없는데, 25나노미터(nm) 정도가 최고 수준이다. 설계 능력은 뛰어나지만, 첨단 기술 프로세스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기술 구현 제약에도 시장 확대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게 제주반도체 목표다. 이 관계자는 “제주반도체는 IoT, 웨어러블, 컨슈머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계속 키워나가고 향후에는 차량용 메모리 쪽으로 진입하겠다”며 “현재 월간 웨이퍼 생산량은 4000장 정도인데, 5년 뒤에는 1만5000장까지 끌어올리는 걸 내부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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