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이서현 삼성생명 신탁 주식 345만9940주 블록딜 완료
상속세 납부 위한 후속 블록딜 이어질 듯···삼성SDS 신탁주식 유력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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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KB국민은행에 신탁한 삼성생명 지분이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매각됐다. 이에 삼성 오너 일가가 신탁한 나머지 지분의 매각에 대해서도 시선이 쏠린다.

이서현 이사장과 더불어 고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역시 보유주식 가운데 일부를 KB국민은행에 처분해달라고 신탁한 상태다.

신탁 주식은 주로 삼성SDS 주식이다. 삼성SDS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말단에 있어 매각 1순위 후보로 꼽혀왔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광주신세계 보유지분을 매각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듯이 삼성SDS 역시 비슷한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삼성 오너가 상속지분 블록딜 시작

3일 임희연 신한금투 연구원은 최근 KB국민은행이 블록딜로 매각한 삼성생명 주식 345만9940주(1.73%)가 이서현 이사장이 지난 10월5일 KB국민은행에 신탁한 물량일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달 30일 KB국민은행은 주당 6만2500원에 삼성생명 주식 345만9940주를 거래 당일 종가 대비 4.5% 높은 주당 6만2500원에 매각했다. 총 매각대금은 2188억원에 달했고 KB증권과 JP모건이 블록딜 실무를 맡았다.

임희연 연구원은 “이달 1일자 수급을 살펴보면 은행 창구에서 347.6만주(발행주식수 2억주)가 순매도 되었으며 기타법인과 외국인이 각각 288.8만주, 68.0만주를 순매수했다”며 “이번 거래로 삼성생명에 대한 오버행(매물부담)은 종료된 것으로 추론된다”고 말했다.

앞서 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4151만9180주,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 삼성SDS 9701주, 삼성물산 542만5733주 등의 주식을 유산으로 남겼으며 이 주식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들에게 상속됐다.

금액 기준으로 홍 전 관장은 약 7조원, 이 부회장은 약 6조4000억원, 이부진 사장 5조8000억원, 이서현 이상장은 5조2400억원 가량을 상속했다. 상속세 총합은 12조원에 달한다. 유족들은 5년간 6회에 걸쳐 분납하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상속세를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삼성그룹 오너일가는 공탁과 대출, 지분 일부 매각을 병행하면서 상속세 납부를 수행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을 제외한 삼성그룹 오너일가는 지난 10월 5일 KB국민은행과 주식매각을 위한 신탁계약을 맺었다. 홍 전 관장은 KB국민은행과 삼성전자 주식 1994만1860주를 매각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부진 사장도 삼성SDS 주식 150만9430주에 대해서 신탁계약을 맺었다.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생명 주식 345만9940주와 삼성SDS 주식 150만9430주에 대해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그래픽=정승안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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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S로 오버행 이슈 집중되나

이번 블록딜 이후 잔여 신탁 물량에 대해서도 블록딜이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특히 삼성SDS는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모두 보유지분 가운데 절반 가량에 대해 처분신탁계약을 맺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상속세 마련을 위한 처분신탁 대상으로 삼성SDS를 선택한 이유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관련이 깊다.

삼성그룹은 크게 보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S의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삼성SDS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로 지분 22.58%이고 2대주주는 삼성물산으로 지분 17.08%다.

이재용 부회장이 9.2%,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3.9%씩 가지고 있다. 삼남매의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지분만으로 경영권 유지가 가능하기에 삼성SDS지분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1순위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이번 삼성생명 블록딜을 신호탄으로 조만간 KB국민은행이 삼성SDS 신탁물량에 대해서 블록딜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신탁주식 매도 완료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지분율은 각각 3.9%에서 1.95%로 하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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