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2일 ‘스타트업 정책토크’ 참석···“규제 혁신으로 신산업 성장 보장해야”
“규제 샌드박스 실효성 높이려면 네거티브·원스톱 규제 혁신 필요”
기존 전통산업과의 갈등 중재 질문엔 “스타트업 혁신 보여주면 정부가 손 들어줄 것”

2일 서울 중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초청 스타트업 정책토크가 열리고 있다. / 사진=염현아 기자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스타트업은 혁신과 성장뿐 아니라, 속도와 실패도 짊어져야 하는 만큼 차기 정부도 빠르게 지원하겠습니다. 다 인식하고 있으니 걱정마세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스타트업 정책토크’에서 청년 스타트업 창업가들을 만났다. 앞서 지난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이 자리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현안과 정책 제언을 청취한 바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간담회에서 스타트업 규제 혁신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최근 청년 공략 행보를 연일 보이고 있는 이 후보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평가다.

2일 오후 서울 중구 아이콘루프에서 열린 윤 후보 초청 스타트업 정책토크에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이승건 비바퍼블리카(토스) 대표를 비롯해 박지현 쓰리제이(채킷) 대표, 김준태 왓섭 대표,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 한상우 위즈돔 대표 등 7개 스타트업 기업가들이 참석했다. 직방, 컬리(마켓컬리),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유니콘 기업 대표들로 주를 이뤘던 이재명 후보 간담회 때와는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는 유니콘 기업들보다 초중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 창업가들과의 대화 자리가 필요하다는 윤 후보의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스타트업 창업가 출신 이영 의원도 함께 참석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와 함께 간담회 진행을 맡은 이 의원은 “디지털 경제의 중심인 스타트업과 윤 후보를 잇는 오작교 역할을 톡톡히 하겠다”고 밝혔다.

◇ 윤석열 후보 “비대면, 데이터 잘 모르지만···혁신 필요한 건 분명”

간담회는 앞서 지난달 열린 이재명 후보 초청 간담회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7명의 청년 창업가들이 질문하고, 윤 후보가 답하는 방식이었다.

2일 서울 중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초청 스타트업 정책토크가 열리고 있다. / 사진=염현아 기자
2일 서울 중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초청 스타트업 정책토크가 열리고 있다. / 사진=염현아 기자

먼저 비대면 성병검사 서비스 ‘체킷’을 운영하는 비대면 의료 플랫폼 스타트업 쓰리제이의 박지현 대표는 기존 의료계 산업과의 갈등을 호소하며, 신산업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원격 의료 플랫폼 닥터나우도 같은 이유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비대면 진료를 받아본 적이 없어 현실을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도 해외처럼 원격 메타버스 시술 등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원격진료는 우리 사회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인 만큼 기존 의료계 산업과 신산업 간의 중재를 통해 혁신 혜택을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독 서비스 관리 플랫폼을 운영하는 왓섭의 김준태 대표는 “금융당국이 스타트업에 마이데이터를 제공하겠다고 하지만,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기업만 가능해 사실상 초기 스타트업들은 마이데이터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윤 후보는 “마이데이터는 생소하고 어려운 이야기”라고 운을 띄우며 “데이터와 관련한 민간 사용 부분은 법률적인 정리가 안 돼서 데이터 산업 성장에 장애가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 규제 샌드박스 어려움 호소에 “공무원이 아니라 AI가 규제 맡아야···현행 체계는 ‘암적’ 존재”

국내 1세대 블록체인 스타트업 아이콘루프의 김종협 대표와 제주도에서 빈집 재생 스타트업 다자요를 운영하고 있는 남성준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로 선정됐어도, 할 수 있는 것들만 정해놓고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들로 결국 규제기관에 계속해서 하나하나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털어놨다. 남 대표도 “규제샌드박스에 포함됐다고 해도, 최대 4년이라는 시한부 제도인데다 6개월마다 재심의를 거쳐야 하고, 세부 조건은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심의위원회에서 다른 부처로 넘어가고, 또 다른 기관으로 이관돼 절차가 복잡해지는 어려움도 있다”고 덧붙였다.

2일 서울 중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초청 스타트업 정책토크가 열리고 있다. / 사진=염현아 기자

창업가들의 질문에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이어가던 윤 후보는 이들 대표들의 규제 샌드박스 관련 애로사항에 대해선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윤 후보는 “공무원이 규제를 살필 게 아니라, 인공지능(AI)에 맡겨야 한다”며 “포지티브 규제나 여러 부처를 거쳐야 하는 현행 체계는 우리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암적 존재”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가 주장했던 처음 접수된 담당자가 책임지고 끝까지 해당 작업을 진행하는 원스톱 제도의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 줄곧 규제 혁신 강조하던 尹, 기존 전통산업과는 ‘동일 규제’ 주장···직역 간 갈등 중재 질문엔 “혁신 증명하면 정부가 손 들어줄 것”

다만 윤 후보는 기존 산업과 혁신 스타트업 등 신산업의 갈등에 대해선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줄곧 규제 혁신을 강조한 것과는 다소 상충되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직도 기존 금융산업과의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승건 의장의 발언에 윤 후보는 ‘동일한 규제 적용’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기존 규제를 그대로 받는 거대 금융기관들이 편하게 돈 버는 플랫폼 사업자를 가만히 둘 리가 있겠나”라며 “똑같이 규제를 하든, 같이 풀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중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엔 “확실한 혁신 보여주면 정부가 손 들어줄 테니 혁신으로 증명하라”고 조언했다.

윤 후보는 한상우 위즈돔 대표의 대기업 불공정거래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엔 공정거래법 입법 보강이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윤 후보는 “대기업의 기술 탈취 등을 방지하기 위해 공정거래 시스템을 확실하게 정리하겠다”며 “확고한 인식 갖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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