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그룹, EMR 1위 유비케어 인수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본격화···“국내 의료데이터 활용해 사업 확장할 것”
동아쏘시오그룹도 자회사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잇단 투자···“신산업 성장 흐름에 대응할 것”
전문가 “팬데믹 장기화될수록 디지털 헬스케어는 필수적···국내 기업들도 확장 서둘러야”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란 분석이다. 

30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80조원(1520억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오는 2027년엔 603조원(5080억달러) 규모로 20%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도 성장세로 관측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도 잇따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발을 들이는 모양새다.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전망 /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전망 표. /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내 기업들 중 가장 먼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시작한 곳은 단연 GC녹십자그룹이다. 혈액제제와 백신 등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주력했던 녹십자그룹은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역량을 키우기 위한 연이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본격적으로 시작은 지난해 2월 자회사 녹십자헬스케어가 스타트업 유비케어를 인수하면서다. 국내 최초로 의원용 전자의무기록(EMR) 솔루션을 개발한 유비케어는 모바일 병원 예약접수 서비스 ‘똑닥’과, 요양·한방병원 등을 중심으로 EMR 솔루션을 제공하는 ‘헥톤프로젝트’의 모회사다. EMR 부문에서는 업계 1위의 막강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9월 환자 관리 플랫폼 ‘아이쿱클리닉’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아이쿱을 인수했다. 만성질환 관리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에서다. 유비케어가 그간 기업간거래(B2B)에 주력했다면, 이제 아이쿱을 통해 기업대개인(B2C) 서비스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GC녹십자그룹 관계자는 “유비케어의 매출 중 EMR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유비케어는 단기적으로는 EMR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의료데이터 고도화를 통해 다방면으로 데이터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바이오 기업으로는 일찍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홀딩스 차원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아쏘시오그룹도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시동을 걸고 있다. 자회사를 통해 유망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에 투자하면서 사업적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올해 들어 AI 의료영상 플랫폼 메디컬아이피에 50억원, 심전도 실시간 원격 모니터링 플랫폼 메쥬에 25억원을 투자했다. 동아쏘시오그룹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자회사 디에스프론티어(구 동아메디케어)가 전략 투자한 메디컬아이피는 의료 메타버스를 비롯한 다양한 의료영상 기반의 인공지능(AI) 분석 솔루션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최근 세계 최초로 의료영상 데이터를 이용해 환자의 인체 정보를 메타버스 상에 구현하는 ‘의료 메타버스’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면서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자회사 동아에스티가 직접 투자한 메쥬는 심전도 원격 모니터링 플랫폼 ‘하이카디’의 개발사로 대표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꼽힌다. 가슴에 부착하는 패치형 의료기기인 하이카디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일상생활에서도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동아쏘시오그룹 관계자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는 업계 흐름에 동아쏘시오그룹도 대응해야 했다”며 “이번 두 기업 투자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유망 기업들에 투자나 업무 협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에도, 진흥원 보고서는 국내 디지털 헬스 산업의 경쟁력이 세계 중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진출이 필연적인 수순인 만큼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이 성행하는 만큼, 비대면을 통한 디지털 헬스케어도 발전할 수밖에 없다”며 “물론 당장은 엔데믹을 막기 위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우선과제이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개발도 함께 가야 할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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