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홍 숭실대 교수 “정부는 게임진흥에···업계는 새로운IP에 집중해야”

이재홍 전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현 숭실대 교수)/ 사진=이하은 기자
이재홍 숭실대 예술창작학부 교수(전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사진=이하은 기자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국가도 산업계도 게임 백년대계를 설계해 보자. 온 국민들이 게임으로 먹고사는 게임강국시대를 열어보자고 호소하고 싶다.”

이재홍 전 게임물관리위원장(현 숭실대 예술창작학부 교수)은 3년 전 취임식에서도, 숭실대로 돌아온 뒤에도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결같았다.

그는 지난 2018년 게임물관리위원회 취임 당시 “건강한 게임생태계를 마련하고 산업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합리적 사고로 열심히 업무에 매진하겠다”는 소감을 말했다. 당시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는 게임 등급분류에 집중하는 규제기관이란 인식이 강했다. 게임 정책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낸 경우도 없었다. 

‘게임통’인 이 전 위원장이 게임위에 취임한 이후 피부로 느낄만한 변화가 생겼다. 게임업계 숙원이었던 온라인게임 결제한도 폐지를 이끌어낸 것은 손꼽히는 성과다. 2000년부터 게임학자로서 게임 진흥에 목소리를 내온 그가 기관장으로서 직접 나선 결과다. 

다음은 이 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게임물관리위원장 임기를 마친 소감은

무탈하게 3년을 잘 마무리한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홀가분하다. 퇴임에 즈음해 안팎의 반응을 보면 기관장 역할을 잘한 것 같다. 위원장은 군림하기 위해 가서는 안 되는 곳이라고 생각했기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다녀왔다.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자로서의 경험치와 나의 경영 마인드로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위원회에서 또 다른 세계를 배우고 왔다.

위원장 재임 당시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이나 방향성은

게임산업은 미래 국가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산업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취임 당시 게임위는 14조원대 게임산업을 이끄는 기관으로 보기 어려웠다. 게임위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게임’이라는 용어를 활용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그런 기관이 한낱 규제기관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게임위가 진흥과 사후관리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게임생태관리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게임산업은 성년으로 접어들었는데도 기초연구조차 부족해 게임정책연구소를 발족시켰다. 또 게임위의 등급기능을 축소시키고, 사후관리에 총력을 다하기 위해 등급기능을 자체등급분류기관 등 민간영역으로 이양했다. 게임위가 연구, 교육,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규제 일변도의 위원회 분위기를 생태관리기관으로 바꿔 놓았다.

임기 동안 이룬 성과를 소개한다면

주무부처인 문체부와 협력과 산업계와 소통을 잘해 낸 것 같다. 대표적 성과로는 월 50만원으로 제한했던 성인의 PC온라인게임 결제한도를 폐지한 것이다. 이외에 ▲청소년 등 비영리 게임물 수수료 면제 ▲청소년 등 비영리 게임물 등급분류 면제 ▲아케이드 게임물 전자결제 수단 적용 ▲플랫폼 융·복합 관련 등급분류 효력 유지 개정 △자동진행장치 금지 관련 등급분류 가이드 공지 등이 있다.

건강한 게임문화조성을 위한 인식개선 사업, 체계적인 전문강사 양성 사업 등도 진행했다. 그리고 학부모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 ‘굿게임패밀리’와 같은 게임 인식개선 행사를 열었다. 또 굿게임패밀리와 같은 행사를 진행할 때 전문강사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4차례에 걸쳐 30여 명의 게임전문지도사를 탄생시켰다.

반대로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게임위는 문체부 산하 기관이다. 국가적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모든 등급 및 사후관리를 위원회가 독단적으로 규제하고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답답했다. 특히 소송분쟁이 많았다. 블록체인게임, 웹보드, 승부예측 스포츠게임 등이 그러했다. 등급 분류에 불만을 가진 업계의 소송으로 전담 변호사까지 고용할 정도였다. 공무 수행 및 사후관리 측면에서 볼 때 너무 ‘법이 약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행성 부분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새로운 정책을 내놔야 할 때가 됐다. 

국제협력 확대에 힘써 대한민국을 국제등급분류연합(IARC)의 영구 이사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했다. 아시아에서 유일한 이사국이라는 위치를 활용해 아시아 국가 간의 연합체를 구성·계획했다. 태국과 게임산업 공동연구 협력체계를 구축했고, 이를 시작으로 아시아연합체를 출범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로 불발됐다. 향후 게임위가 추진하리라 믿는다.  

향후 게임위를 위해 조언할 말이 있다면

게임위는 14조대의 매출을 올리는 게임산업을 담당하는 유일한 공공기관이다. 향후 연구, 교육, 등급, 사후관리 등의 특화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게임위는 130여 명의 전문가 집단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메타버스시대에는 게임이 모든 콘텐츠에 녹아들 것이다. 메타버스 시대가 4차산업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게 되면 게임위는 콘텐츠관리위원회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향후, 위원회 구성원들의 노력과 국가의 노력이 많이 필요한 세상이 전개되리라 생각한다.

게임 질병코드 도입, 확률형 아이템 등 게임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인간은 놀이하는 동물이란 뜻의 ‘호모루덴스’라는 말이 있다. 게임은 현대화된 인류의 놀이문화다. 중독법 논란, WHO 질병코드 논란 등 문화적 측면의 담론이 정신의학과 같은 보건의료문제로까지 확산돼 질병으로 취급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게임이 지니고 있는 4차산업시대의 고부가가치 산업적 가치, 놀이로서의 문화적 가치, 교육으로서의 정신적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중독 혹은 질병이라는 식으로 마녀사냥적인 정신질병 코드화 논의는 놀이를 즐기는 인류의 정신적 건강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공조해 산업계, 문화예술계, 정부 부처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확률형 아이템은 수익시스템 및 결재시스템으로 정착돼 있다. 확률형으로부터 청소년은 보호하되, 업계는 자율적인 규제를 시행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유럽 일부국가(벨기에 및 덴마크)는 확률형 아이템문제를 도박으로 간주한다. 세계정서로 보나, 대중들의 요구로 보나 확률형 아이템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이제는 확률형 아이템을 순수한 게임의 놀이영역으로 돌려놔야 할 때다. 게임사는 새로운 수익시스템 및 결재시스템을 개발할 시기가 됐다. 

한국게임산업의 진흥을 위해 정부, 기업이 해야할 역할은 무엇일까

정부는 통큰 지원을 하고, 업계도 글로벌 경쟁력을 드높일 새로운 산업생태를 구축해 나갔으면 좋겠다. 지금은 정부의 큰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4차산업시대에 국가의 성장원동력이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에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코로나19가 끝나가는 시점에 한류라는 활화산이 터질 때 게임은 국가의 큰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지금은 절대적으로 새로운 IP가 필요한 시대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을 적극 활용하는 게임창작을 습관화해야 한다. PC게임을 그대로 모바일게임으로 이식하는 등 IP 우려먹기식의 게임 개발은 미래가 없다. 메타버스 시대 스토리 없는 게임은 존재할 수 없다. 한류가 거세지는데 게임이 이와 함께 세계 시장을 휘어잡을 수 있어야 한다.

학자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게임계의 큰형님으로 남아 주길 원하는 게임인들의 요청에 따라 산업계를 위해 봉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4차산업혁명시대 국가와 산업계는 그 소용돌이 속에서 과도기 현상을 겪고 있다. 새로운 정책이 필요한 국가와 새로운 게임생태를 꿈꾸는 산업계를 위해 중간 창구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숭실대에 콘텐츠정책연구소를 구축했다. 게임인들의 사랑방도 구축할 계획이다. 게임산업에 도움이 되는 포럼을 예정하고 있다. 지스타 전후로 그 계획을 밝히고자 한다. 

2000년 밀레니엄 시작과 함께 게임인으로 살아왔듯이 앞으로 내 남은 인생의 여정도 게임인으로 살아갈 예정이다.

 


이재홍 전 위원장은

이 전 위원장은 숭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 종합문화연구과 석사를 취득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숭실대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게임교육원 디지털스토리텔링학과 교수, 게임물등급위 등급재분류자문위원, 제7·8대 한국게임학회 회장, 게임물관리위 제3대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숭실대 문예창작전공 교수 겸 글로벌미래교육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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