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향서 접수 결과 매각 물량 4배 이상 몰려···은행주 성장가능성 고평가
사외이사 추가 선임 가능···KT, 과점주주 참여 여부 ‘관심’

자료=우리금융그룹/표=김은실 디자이너
자료=우리금융그룹/표=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우리금융지주의 예금보험공사 잔여지분 매각 작업이 초반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완전 민영화 달성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투자 의향서 접수 결과 매각 물량보다 4배 이상 많은 수요가 몰렸으며 금융당국이 최대한 많은 투자자에게 실사 기회를 부여할 방침이기 때문에 매각 작업은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점 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이사회를 구성하는 우리금융의 특성상 새로운 과점주주의 참여는 지배구조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추가되는 사외이사들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안정적인 지원을 보낼 경우 비은행 금융사 M&A 등 주요 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사·사모펀드 등 18개 투자자, 인수 희망···완전 민영화 성공 가능성↑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가 지난달 9일부터 약 한 달간 우리금융 잔여 지분 매각 투자의향서(LOI)를 접수한 결과 금융사, 사모펀드, 해외투자자 등 총 18개 투자자들이 LOI를 제출했다. 일부 개별 투자자들이 인수희망 물량을 최소·최대치로 제시했기 때문에 정확한 수요는 나오지 않았지만 애초 금융위가 계획한 매각 물량(10%)의 4.8~6.3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향후 금융위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의결한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 세부절차 진행방안’에 따라 입찰대상 적격자를 선정하고 오는 18일부터 매수자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10년부터 추진해온 공적자금 회수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만큼 금융위는 거래 성사를 위해 최대한 많은 투자자들에게 실사 기회를 부여할 방침이다. 입찰제안서 마감과 낙찰자 선정 일자는 각각 11월 18일과 22일이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시절부터 수차례 예보 지분 매각에 실패하며 민영화에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이번에는 순조롭게 거래를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금융 지분 인수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우리금융을 포함한 은행주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중국 헝다 그룹의 파산위기와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국내 증시가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은행주들만은 금리인상의 수혜주로서 선전을 보여왔다. 우리금융 역시 지난 한달 동안 주가가 1만1100원에서 11800원으로 6.31% 상승했다.

또한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그룹들과 다르게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아직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아 M&A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계획대로 지분 매각이 진행될 경우 예보의 지분이 15.25%에서 5.25%로 낮아지기 때문에 정부 경영 간섭이라는 우리금융의 최대 불안요소도 사라지게 된다.

◇우리금융 사외이사, 최근 4인 체제로 축소···사외이사진 재편 전망

우리금융의 주주 변화는 내부 지배구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6년 첫 민영화 당시 과점주주 체제를 선택했던 우리금융은 4%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이 각자 사외이사를 추천해 이사회를 구성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매각 과정에서 4%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생길 경우 사외이사의 수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현재 우리금융 내 사외이사 수는 총 4명이다. 한화생명이 추천한 노성태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고 있으며 박상용 사외이사(키움증권 추천)와 정찬형 사외이사(한국투자증권 추천), 장동우 사외이사(IMM프라이빗에쿼티 추천)가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던 전지평 전 사외이사(동양생명 추천)는 동양생명이 우리금융의 지분을 매각함에 따라 지난 8월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첨문악 전 사외이사(푸본그룹 추천)는 일신상의 이유로 지난달 17일 사임했다. 동양생명과 달리 푸본생명은 아직 우리금융의 지분을 4%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공석인 사외이사 자리에 새로운 인사를 추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사외이사진은 금융감독원의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중징계 결정에도 불구하고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했던 인물들로 새 이사회가 꾸려지더라도 손 회장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푸본생명과 한국금융투자의 경우 추가 지분 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경우에 따라 그 지지세가 더욱 강해질 수도 있다.

새로운 인수 후보자 중에서는 KT와 호반건설이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위는 개별 투자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KT와 호반건설, 이베스트증권, KTB자산운용, PEF 글랜우드PE, 유진PE, 우리사주조합 등이 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오랜 기간 우리금융과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기업으로 새로운 주주로 참여할시 두 그룹간의 시너지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우리은행은 케이뱅크의 지분 12%를 보유하고 있으며 ‘금융-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위한 전략적 업무 협약’ 등을 맺고 디지털 신사업을 함께 추진 중이다.

호반건설은 과거에도 우리은행 지분 투자를 통해 이익을 거둔 인연이 있다. 2016년 민영화 당시 호반건설은 유진자산운용에 신탁방식으로 우리은행의 지분 0.52%(약 407억원)를 매입했고 이듬해 60% 수준의 수익률을 거두며 해당 지분을 매각했다. 과거 투자 수익을 거뒀던만큼 호반건설은 인수전을 완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며 과점주주 자격까지 얻게되면 안정적인 금융권의 지원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매각 작업 초기기 때문에 어떤 인수 후보자가 완주를 할지 알 수 없다”며 “주주의 입장에서는 결국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새로운 주주들로부터 안정적으로 지지를 받는다면 비은행 계열사 M&A 등을 추진력있게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과점 주주들의 수가 많아지는만큼 CEO가 중간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이 중요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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