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임’ 영업, 페이백 지급 등 단통법 위반 사례 다수 확인

지난 9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 사진 = 김용수 기자
지난 9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LG유플러스로 선약(선택약정) 번이(번호이동) 시 아이폰13 미니 실구매가는 12만원, 일반 모델은 20만원에 가능하다.”

애플의 5G 스마트폰 ‘아이폰13 시리즈’가 출시된 첫 주말인 지난 9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집단상가 판매업자들은 ‘아이폰13 미니’ 구매 조건을 이같이 제시했다.

아이폰13 시리즈에 책정된 공시지원금은 이통사별로 요금제에 따라 SK텔레콤 5만3000~13만8000원, KT 8만6000~24만원, LG유플러스 8만4000~22만9000원이다. 갤럭시S21, 갤럭시Z폴드·플립3 등 삼성전자 단말기와 비교하면 ‘짠물’ 수준이다.

대부분 판매업자는 공시지원금을 받기보다는 선택약정(최대 24개월)을 통한 휴대폰 구매를 권했다. 아이폰13 미니 128GB 모델을 선택약정으로 구매하면 SK텔레콤 대표 요금제인 ‘5GX 프라임(89요금제)’ 기준 53만4600원의 휴대폰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공시지원금의 최대 15% 추가지원금이 포함된 단말 할인 지원금 12만6500원과 비교하면 할인폭이 훨씬 큰 셈이다.

문제는 판매업자들이 ‘실구매가’로 안내하는 금액에는 선택약정에 따른 통신요금 할인 금액이 차감돼 있다는 점이다. 선택약정 할인은 소비자 약정 가입에 따라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요금할인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유통점이 기기값을 할인해주는 것처럼 오인하게 만든다.

실제 판매업자 A씨는 “아이폰13미니를 LG유플러스 번이로 구매하면 실구매가 12만원까지 맞춰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영업 행위는 현행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위반한 것이다. 단통법에 따르면 이통사, 대리점 또는 판매점은 서비스 약정 시 적용되는 요금할인액을 지원금으로 설명하거나 표시·광고해 이용자에게 단말기 구매비용을 오인하게 해선 안 된다.

지난 9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 사진 = 김용수 기자
지난 9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 사진 = 김용수 기자

판매업자들은 선약에 이어 페이백(판매점에서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제시하기도 했다. 페이백도 현행 단통법 위반으로 불법이다. 이통사 부가서비스 ‘끼워팔기’도 확인됐다.

판매업자 B씨는 “SK텔레콤 선약 기변(기기변경)은 ‘20만원’, LG유플러스 번이는 ‘30만원’을 따로 빼줄 수 있다”며 “LG유플러스는 월 9900원의 부가서비스에 3개월간 필수 가입해야 하고, SK텔레콤은 플로, 웨이브, V컬러링 등 3개 부가서비스 가입이 필수”라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선 KT로 가입은 받지 않고 있었다. ‘정책(불법보조금 단가)’이 내려오지 않았다는 이유다.

판매업자 A씨는 “요즘 이통사를 상대로 국회 국정감사가 있는데, 이통3사 중 KT가 가장 조심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정책이 내려오지 않아서 아이폰13 판매를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KT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며 “지금 벌써 2주 동안 개통을 못 해 신분증을 맡기고 간 고객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판매업자 C씨는 KT 정책 확정 시 연락해달라는 요청에 “가입 서류를 쓰고 구매를 약속해야만 알려줄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알려줬다가 신고당하면 피해금액이 크기 때문”이라며 “당연히 알고 있듯이 이렇게 판매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페이백을 안 주면 다 내돈이 된다. 한 달에 5대만 팔아도 100~150만원을 벌어가는 셈인데, 그 이득을 줄여 가면서 할인금액을 빼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 사진 = 김용수 기자
지난 9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 사진 = 김용수 기자

이렇듯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단통법 위반 사례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 7일 전체회의에서 유통망 추가지원금 한도를 기존 15%에서 30%로 상향하는 내용이 포함된 단통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30%로 한도를 높이면 음성적 지원금을 일부 양성화해 불법보조금 살포로 발생하는 이용자 차별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게 방통위의 의도다.

개정안은 정부 입법을 거쳐 내달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지만 유통업계 일각에선 이통사 장려금의 대형 유통점 쏠림이 더 심해져 유통망 사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커질 것이란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성명을 내고 “소상공인 생존권을 위협하는 졸속 법안 개정에 반대한다. 중소 유통점은 추가지원금 15%도 지급할 여력이 없다”며 “30%로 한도를 올리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유통망이 붕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방통위가 ‘이통사 봐주기’를 하는 탓에 이통사의 단통법 위반이 반복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국정감사에서 “단통법 위반이 왜 연례행사가 되고 있냐. 단통법 위반해서 얻는 이익이 걸려서 받는 과징금보다 더 크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며 “2017년 과징금 규모는 위반 예상 매출액의 2.7% 정도다. 2018년에서 2020년으로 가면서 이마저도 점점 줄어들어 1.4%의 과징금을 받았다. 업계는 위반해서 이익을 챙기고, 방통위는 법 집행과 관련해 권한을 갖게 되면서 업계와 방통위가 상생 관계에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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