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 텐센트와 합작 플랫폼 출시 직전 CP에 요청
“SNS까지 검열하나”···작가 등 우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중국 진출을 앞두고 웹툰·웹소설 작가들 SNS를 사전 검열해 논란이 일었다. / 이미지 = 셔터스톡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중국 진출을 앞두고 웹툰·웹소설 작가들 SNS를 사전 검열해 논란이 일었다. / 이미지 = 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와 중국 IT기업 텐센트의 웹툰·웹소설 합작법인(JV)이 최근 중국 현지 플랫폼을 출시한 가운데, 이에 앞서 카카오엔터가 콘텐츠제작사(CP)들에게 웹툰·웹소설 작가들의 소셜미디어(SNS) ‘검열’을 요청해 논란이다. 중국의 심기를 건드는 발언이나 행동을 못 하게 하란 취지다. 

29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 페이지컴퍼니(카카오페이지)는 지난 24일 웹툰·웹소설 CP들에게 작가들의 SNS 활동을 검열하고 중국의 ‘부적절한 발언 자율심의 가이드’에 해당하는 기록을 작품 출시 전 사전 삭제토록 할 것을 요청했다.

카카오엔터가 공유한 ‘부적절한 발언 자율심의 가이드’에 따르면 중국 내 부적절한 발언과 행위는 ▲대만·홍콩·티베트 독립을 지지 및 지원하고 중국인을 모욕하는 언행 ▲한중관계, 중국과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해치는 언론에 대한 지지 ▲역사적 사실을 왜곡, 모욕하거나 영웅 열사를 비방하는 발언 ▲한국과 중국 간 민감한 문제(한중 역사, 풍속, 문화, 의복 문제 등)에 대한 공개적 논쟁 등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4일 콘텐츠제작사들에게 보낸 메일의 '중국 내 부적절한 발언 자율심의 가이드' / 사진 = 김용수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4일 콘텐츠제작사들에게 보낸 메일의 '중국 내 부적절한 발언 자율심의 가이드' / 출처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또 카카오엔터는 CP 및 작가들에게 작품 서비스 기간 모든 공개석상(온·오프라인)에서 중국에서 부적절하게 인식되기 쉬운 발언이나 행위를 삼갈 것을 권고했다.

카카오엔터가 이같은 메일을 보내게 된 배경은 중국 현지 진출과 맞닿아 있다.

카카오엔터와 텐센트의 웹툰·웹소설 JV는 지난 27일 ‘포도만화(PODO manhua)’란 이름의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중국 시장에 출시했다. 지난해 12월 카카오엔터(당시 카카오페이지)와 텐센트가 중국 현지에 웹툰·웹소설 합작법인을 설립한 후 9개월만이다. 합작법인은 외국 기업의 단독 시장 진출을 막는 중국 당국의 규제를 고려한 결정이다.

카카오엔터는 합작법인에 작품을 공급하는 다수의 CP를 관리하는 MCP 역할이다. 콘텐츠 중계·관리·유지보수 등을 담당하며 운영비를 받고 발생하는 매출 일부를 나눠 갖는다. 텐센트는 합작법인 콘텐츠 유통과 마케팅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웹툰·웹소설 작가들에게 검열은 족쇄로 인식되는 탓에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실제 카카오엔터의 메일을 받은 CP사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카카오엔터는 최근 심화하는 중국 정부의 콘텐츠에 대한 규제와 관련된 참고사항을 전달하는 차원일 뿐이며, 작가들의 SNS를 통제하려고 한 의도가 아니란 입장이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일부 CP에게 먼저 전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 정부가 엔터나 게임 등 콘텐츠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보니, 작가나 유통되는 작품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중국 정부 규제 온도나 참고사항을 전달했을 뿐”이라면서도 “다만 아무래도 중국어가 이메일을 통해 직역 전달되는 과정에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는 문구가 있어서 CP들과 직접 연락해 오해가 없게끔 마무리된 상황이다”고 해명했다.

이어 “실제 표현상 이슈로 플랫폼에서 작품이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보니, 우리 쪽을 통해 유통되는 작품이나 작가들에 불이익이 생기면 안 될 것으로 생각해 작품 제작할 때 참고할 만한 심의 가이드를 전달하려는 것이 의도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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