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의장, 암호화폐 성장 가능성 긍정 평가···규제 필요성도 강조
국내 시장 업비트 점유율 80% 이상···독과점 폐해 우려 제기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사진=연합뉴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지난달 말 하락세를 보였던 비트코인 가격이 미국 제도권 시장 진입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동안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이 최근 암호화폐에 대한 긍정 평가를 내놓자 시장이 전체적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에 따른 무더기 거래소 폐쇄 위험이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그에 따른 ‘업비트’ 거래소의 독과점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겐슬러 SEC 의장 “암호화폐 시장, 진정한 글로벌 자산”···비트코인 가격 5700만원선

업비트 거래소 기준 지난달 27일 5760만원까지 상승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같은 달 31일 한때 5500만원선까지 하락했다. 특별한 상승요인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 등의 규제 기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31일 미디어브리핑을 통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법정화폐가 아니며 실제 가치가 전혀 없음을 다시 한번 알린다”며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으며 미국 SEC 역시 비트코인 ETF 승인을 지연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높였다.

하락 흐름을 바꾼 것은 겐슬러 SEC 의장의 발언이었다. 미국의 가상화폐 전문지 코인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겐슬러 의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에 비대면으로 참석해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2조1000억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시장은 국경이나 경계가 없고 주 7일, 하루 24시간 운영되는 진정한 ‘글로벌 자산’”이라며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변화는 1990년대의 인터넷만큼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사기 및 남용이 만연해 있다”며 “명확한 투자자 보호 의무가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규제의 필요성도 함께 언급했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겔슬러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투자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 장치가 마련될 경우 암호화폐의 제도권 시장 진입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겐슬러는 지난달 열린 애스펀 안보포럼 강연에서도 “암호화폐 ETF가 SEC의 엄격한 규정과 다른 연방 증권법을 준수한다면 상당한 투자자 보호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암호화폐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 달 31일 5500만원까지 하락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달 1일 5600원대로 상승했으며 3일 오후 575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상승률은 약 4.5%다. 시총 2위 이더리움 역시 31일 370만원대에서 3일 440만원까지 가격이 상승했다. 상승률은 18.92%에 달한다.

◇거래소 줄폐쇄 위기에 독과점 체제 형성···윤창현 의원 “전금법 개정안 마련해야”

국내 시장에서는 특금법 관련 이슈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특금법 시행에 따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이달 24일까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를 해야한다. 하지만 신고요건 중 하나인 은행 실명계좌 발급을 마친 곳은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단 4곳 뿐이며 그 중에서 FIU에 신고서를 접수한 거래소는 업비트가 유일하다. 대규모 거래소 폐쇄로 인한 시장 혼란을 막기위해 일부 정치권과 블록체인 협회 등은 신고기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최근에는 업비트 거래소의 독과점 문제도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특금법 이슈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는 업비트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암호화폐 시장에 독과점 체제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독과점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다양한 폐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특금법 개정 등이 이뤄져야한다는 주장들도 다수 제기되는 중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암호화폐 정보 업체 코인게코의 거래량 데이터를 비트코인으로 환산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내 전체 코인 거래량의 83.28%를 업비트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비트와 양강 구도를 형성해왔던 빗썸 거래소의 점유율은 11.62%에 불과했으며 코인원도 3.10%를 기록했다.

윤 의원은 “현재의 업비트 독점 구조는 시장 질서와 소비자 선택이 아니라 행정 상의 허가절차가 사실상 은행에 떠넘겨진 불공정 입법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며 “모든 거래소가 공정하게 심사받고 정당한 프로세스를 거쳐 합격할 수 있도록 특금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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