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제자리걸음에도 시총상위株 주가↓···우량주 장기투자 원칙 무색
카카오뱅크 등 대형 IPO로 ETF·패시브펀드에서 기존 상장종목주식 매도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코스피 시가총액순위 상위종목 대부분이 올해 1월 고점 대비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스피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라는 격언에 맞춰 투자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손실을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코스피 우량주들의 부진은 카카오뱅크 등 IPO대어들이 잇따라 코스피에 들어오면서 상장지수펀드(ETF) 등에서 기존 상장종목에 대한 기계적 주식매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반면 대어급 IPO가 적었던 코스닥의 경우 시가총액순위 상위 종목들의 주가가 올해 대부분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 역대급 IPO에 코스피 우량주 투자자들 ‘울상’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코스피 지수 고점은 1월25일 3208.99로  최근 코스피 지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코스피 지수는 이달 1일 3207.02을 기록하며 1월 고점과 가장 근접한 수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는 비슷하지만 코스피 시가총액순위 상위 종목들의 최근 주가는 대부분 1월 고점 당시보다 하락한 상태다.

시가총액순위 상위 30개 종목들의 1월25일 주가와 9월1일 주가를 비교해보면 삼성전자가 8만9400원에서 7만6800원으로 14.1% 하락한 가운데 SK하이닉스(-20%), LG화학(-27.2%), 현대차(-17.3%), 삼성SDI(-2.5%), 셀트리온(-9.5%), 기아(-8.0%) 등 대부분의 종목들이 크게 하락했다. 30개 종목 가운데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22개에 이른다.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네이버, 삼성바이오로직스, 카카오, 포스코, SK텔레콤, KB금융, 신한지주, KT&G 등 8개뿐이다. KT&G 주가는 1월25일 8만1600원에서 이달 1일 8만1800원으로 200원 오른 것에 불과하기에 사실상 1월25일 시가총액순위 30개 종목 가운데 7개 만이 유의미하게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코스피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라는 격언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격언에 따라 코스피 시가총액순위 상위 종목들을 골고루 매수했던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대부분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원인은 카카오뱅크 등 올해 대형 IPO들이 쏟아지면서 코스피 상위권에 대거 입성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장해 코스피 시가총액순위 30위에 신규진입한 종목만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4개에 달한다.

카카오뱅크처럼 시가총액이 큰 기업이 상장하게 되면 코스피 지수는 이 종목들이 증시출범일(1980년 1월 4일)부터 상장되어 있었다고 가정하고 지수를 보정해 산출한다. 결과적으로 대어급 종목이 지수에 편입되면서 기존에 편입됐던 종목들이 전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씩 낮아지게 된다.

이에 지수를 추종하는 ETF나 패시브펀드 등은 기존 상장종목들의 주식을 덜어내고 신규상장종목들을 사들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상장종목들의 매도물량은 주가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반대로 신규 상장종목들은 지수에 편입되는 시점을 전후해 ETF자금에서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하순부터 연말까지 현대중공업, 카카오페이 등 대형주 상장이 한 차례 더 예정되어 있지만 이 IPO기업들이 시가총액순위 30위권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은 낮아보이고 LG에너지솔루션은 GM리콜 조치로 연내 상장 여부에 대한 결정을 10월로 미뤘다”며 “빅IPO가 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이달 9일 선물옵션만기 때 KOSPI200에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이 조기편입되는 것으로 일단락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IPO대어 없는 코스닥, 시총상위종목 ‘고공행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이른바 ‘박스피’를 형성하고 있는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올해 들어 급등과 단기조정을 반복하며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올해 4월20일 1031.88을 찍고 하락하다 7월부터 다시 급등했고 짧은 조정 이후 최근 다시 연고점을 넘보고 있다.

코스닥에서는 시가총액순위 10위권 내 종목들 대부분이 올해 상반기 고점 대비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 코스피에서 벌어졌던 우량주 쏠림 현상이 코스닥에서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코스닥의 상반기 고점은 4월20일로 당시 지수는 1031.88이었다. 8월30일 코스닥지수는 1031.84로 당시와 큰 차이가 없는데 코스닥 시가총액순위 상위 10개 종목만 놓고 보면 대부분 주가가 상승했다. 셀트리온제약, 에코프로비엠,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SK머티리얼즈, 에이치엘비 등 7개 종목이 상승했으며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씨젠, 알테오젠 등 3개다.

주가 상승 폭도 크다. 에코프로비엠이 18만4200원에서 31만9300원으로 73.3% 급등했고 에이치엘비는 67.5% 급등했다. 펄어비스(53.1%), 카카오게임즈(42.4%)도 주가가 급등했다.

셀트리온제약과 CJ ENM의 경우 주가가 올랐음에도 시가총액순위가 하락했다. 셀트리온제약 주가는 15만4800원에서 16만7400원으로 8.1% 상승했지만 시가총액순위는 2위에서 6위로 내려 앉았다. CJ ENM 역시 시가총액순위가 10위에서 11위로 밀려났지만 주가는 오히려 소폭 상승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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