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EUV 경쟁력 충분하나 회사 상황 반전시키긴 역부족
반도체 대란으로 인한 생산차질과 임단협 난항 발목
신형 전기차 물량 배정 조건 불리···노조 파업 및 ‘바이 아메리칸’ 정책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한국GM이 트레일블레이저 이후 약 1년 반만에 완전 신차 ‘볼트EUV’를 공개하면서 라인업을 확장했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볼트EUV에 대한 기대가 뜨겁지만,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차질과 노사 갈등, 신차 생산 배정을 확정짓지 못해 향후 생존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12일 한국GM은 이날 오후 8시부터 네이버 쇼핑라이브를 통해 볼트EUV와 2022년형 볼트EV를 최초 공개한다.

볼트EUV는 쉐보레 최초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1회 충전시 주행가능거리는 403km,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6.7kg·m다. 가격은 4130만~4490만원으로 보조금을 받을 경우 3000만원 초반대에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체크기(전장 4305㎜·전폭1770㎜·전고 1615㎜·휠베이스 2675㎜)와 성능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또한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의 경우 연내 출고가 불투명해지면서 새로운 전기차를 물색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볼트EUV 물량공급이 원활하다면 이탈 고객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볼트EUV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한국GM은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입장이다. 

먼저 볼트EUV의 경우 수입해 판매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수익을 내는데 한계가 있다. 볼트EUV는 미국 미시간 오라인 타운십 공장에서 생산한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오는 물류비용이나 옵션 등을 고려하면 국내 생산 모델보다는 수익이 낮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사정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GM은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해 내달부터 부평 1공장 생산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로 인해 한국GM 주력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지난 7월 내수 1991대, 수출 1만1484대를 판매하며 전체 판매(1만9215대)의 70%를 차지했다. 부평2공장과 창원공장은 현재 절반만 가동하고 있으며, 내달 부평2공장은 생산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노사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도 걸림돌이다. 노사는 지난달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51.15%가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3만원 인상, 450만원 일시금 지급 등이 담겼으나, 당초 노조 요구안인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및 1000만원 상당의 일시금 지급에는 미치지 못했다.

또 사측이 시장 수요 등을 고려해 부평2공장의 기존 차종 생산 일정을 연장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시기를 명시하지 않은 점이 노조 반발을 불러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노사는 재협상을 다시 재개했으나 노조원 설득을 위해서는 기존보다 임금인상분을 높여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

임단협 갈등은 신차 배정 문제로 이어진다. 한국GM 본사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전기차 전환 전략을 발표하면서 오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고 전기차만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먼저 2025년까지 30종 이상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한국GM은 빠른 시일내 전기차 생산 물량을 확정받아야 하나, 노조 갈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GM 입장에선 매년 파업을 반복하며 생산차질이 예상되는 한국에 주력 모델을 선뜻 배정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전환기를 맞아 전세계 완성차 기업이 시장 선점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주력 모델 공급 차질은 한국GM 뿐 아니라 GM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아울러 미국 정부가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차 위주로 지원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어 미국에 수출해야 하는 한국GM 입장에선 불리한 형국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강조하며 정부 기관이 가진 44만여대의 공용차량을 모두 미국산 전기차로 교체하기로 했다. 또한 전미자동차 노조는 현지 생산 전기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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