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핵심은 전기에너지···급등할 전력수요 대응논의 필요한 때
지난달 국내 화력발전소 풀가동···원전이란 이유로 배척돼선 안 돼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지구가 신음하고 있다. 인간과 문명의 이기가 원흉으로 지목된다. 지구의 신음도 원흉의 지목도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이 같은 우려와 성찰을 촉구하는 지적이 너무도 반복돼 온 탓에 경각심이 무뎌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는 사이 위기는 현실이 됐다. 폭염과 가뭄도, 유럽의 홍수도, 세계 곳곳의 산불도 이상기후가 원인으로 꼽힌다. 

각국은 환경규제를 강화했다. 기업도 변화에 반응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화두가 된 것도 전기차·배터리 산업이 각광을 받고 친환경 사업모델이 ‘미래 먹거리’로 촉망받게 된 까닭도 모두 이 때문이다.

이른바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사업의 핵심은 지하자원을 이용해 동력으로 삼았던 내연기관 대신 전기에너지를 활용한다는 데 있다. 전기차·배터리 산업이 주목받게 된 원인이다. 이미 보급이 진행 중이다. 2030년을 넘어서면서 기존 내연차 비중보다 전기차가 앞설 것으로 예견된다. 문제는 에너지원 공급이다. 수요가 높아질 게 자명한데 높아진 수요를 친환경 발전방식으로 충당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자동차는 공해의 주범이다. 내연차를 대신해 전기차가 도심을 활보하게 되면 자동차로 인해 배출되는 공해도 저감된다. 문제는 수요가 높아지는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화력발전의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데 있다. 최근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했다. 지난달 국내 전체 석탄화력발전소 설비용량의 90%가 매일 가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적인 전력수요 급등을 화력발전으로 충당한 셈이다.

모든 자동차가 당장 전기차로 전환돼도 과연 친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대목이다. 모든 자동차가 전기차로 전화될 경우 안정적인 전력보급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결국 친환경 산업발전을 위해 급속도로 높아지는 전력수요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공급해야 중장기적인 ‘탄소중립’도 가능하다. 문제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추앙받던 태양광·풍력 등의 생산 증가세가 급증하는 수요에 한참 못 미친다는 부분이다.

전문가와 업계 내부에서는 이른바 ‘원전 대안론’에 힘을 싣는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공포심이 남아있기 때문에 원전 자체에 반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사고발생시 피해가 걷잡을 수 없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큰 발전방식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에너지 소비·생산 친환경화 측면에서 원전을 배재하는 것이 온당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고위험 발전방식이지만 원전은 발전과정에서 환경오염이 거의 없다. 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함에 있어 화력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환경적이다. 물론 방사능 유출에 따른 돌연변이·유전자변이 등을 우려하지 않을 순 없지만 이 역시 잠재된 위기다. 일정수준 이상의 관리가 가능하다. 반면 화력발전은 잠재된 리스크는 크지 않지만 즉각적인 리스크를 양산한다.

사실 모든 발전방식이 나름의 리스크를 지녔다. 수력은 거대한 토목구조물로 물을 가둬야 하는 탓에 일대 식생이 파괴된다. 태양광·풍력은 효율성이 한계며 발전소 구축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대두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원전 역시 위험성이 내재된 발전양식의 하나다. 무엇이 옳다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지금과 같은 즉각적인 환경개선이 필요한 시점에서 확고한 장점을 지닌 원전만을 배척하는 것도 옳다고 볼 순 없다.

물론 원전을 배척하는 이른바 ‘탈원전 정책’이 지난달 화력발전 가동비율을 높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높아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여겨진다. 탄소포집 기술이 개선돼 과거에 비해 화력발전이 배출한 오염물질도 한 층 개선됐을 것이다. 우려는 보다 궁극적이다. 1년의 단 두 달 높아진 저력수요 대응이 과거와 달라지지 않은 상황서 중·장기적은 전력수요 충당이 가능할까하는 부분이다.

동일본대지진 후 탈원전은 일종의 국제사회의 기조였다. 우리 정부가 해당 기조를 뒤따른 것 역시 충분히 그럴 만 했다. 상황은 변화하기 마련이다. 속속 탈원전 철회 국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원전만이 대안이고, 원전이 만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원전이라는 이유로 대안에서 지워져야만 하는지 묻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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