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벤츠·BMW 수입차 시장점유율 53.1% 기록
활성화된 인증 중고차 전시장 덕···중고차 10위권 중 8개 모델 차지
“중고차 인기로 신차 구매 후 되팔 때 부담 적어···선순환 계속”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BMW코리아가 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넘기며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양 사는 수입차 점유율은 물론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외국계 완성차 내수 판매량을 넘어서며 수입차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벤츠코리아와 BMW코리아 판매는 각각 7083대, 6022대를 기록하며 각각 수입차 점유율 1, 2위를 달성했다. 이는 쌍용차(5652대), 르노삼성(4958대), 한국GM(4886대) 보다 많은 수치다. 올해 누적으로는 벤츠 4만9253대, BMW 4만2283대를 판매, 수입차 내 점유율은 각각 28.6%, 24.5%로 둘이 합쳐 53.1%를 차지했다.

벤츠와 BMW는 수입차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지난 2010년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며 수입차 시장을 이끌어왔다. 두 브랜드가 꾸준히 성장한 것은 국내 소비자들 내에서 고급수입차 브랜드로서 각인됐다는 점과 다양한 신차 출시 등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이와 함께 중고차 시장 활성화가 성장 원동력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벤츠와 BMW는 현재 국내에서 인증 중고차 전시장을 운영중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벤츠는 23개, BMW는 20개의 전시장을 갖췄다. 국내 수입중고차전시장이 총 101개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가량을 양 사가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벤츠는 2011년 국내 인증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이래 10년간 연평균 37%이상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누적 판매량은 3만1270대다. 판매 차량은 벤츠코리아를 통해 공식 수입된 차량 중 6년 또는 15만km 이내 무사고 차를 대상으로 한다. 198가지 항목의 품질과 안전성 검증을 거쳐 상품화 과정을 거친 모델을 인증 중고차로 판매한다.

BMW는 벤츠보다 앞서 2005년 인증 중고차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인증 수입중고차 시장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 BMW는 2005년 인증 중고차 거래대수가 100대 미만에 불과했으나 2010년 이후 꾸준히 성장했다. 2017년부터 연간 1만대가량을 판매하고 있다. BMW는 출고된지 5년 또는 10만km 이하 차량을 대상으로 총 72개 항목의 정밀 점검을 거친 뒤 매물로 내놓는다. 1년·2만km 무상 보증도 적용한다.

자동차 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중고차 거래대수 상위 10위권’을 살펴보면 1위는 벤츠 5세대 E클래스로 1만4888대를 거래했으며, BMW 6세대 5시리즈(1만2724대), 벤츠 4세대 E클래스(1만509대), BMW 7세대 5시리즈(7989대) 등 10위권 내 8개 모델이 벤츠와 BMW(미니포함)브랜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벤츠와 BMW의 중고차 판매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신차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의 경우 소비재중 가장 가격대가 높아, 중고 거래가 활발한 곳 중 하나다. 인증 중고차를 이용하게 될 경우 소비자들은 보증기간이 끝나기 전에 차를 중고차로 넘기고, 새 차를 구입하면서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중고차 거래를 통한 수익 창출과, 신차 고객을 유도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출고대기가 늘어나면서 중고차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보증 기간에 여유가 있는 인증 중고차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고, 바로 차량을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증 중고차 시스템을 중심으로 신차와 중고차 선순환 체계가 자리를 잡으면서 벤츠와 BMW는 양쪽 시장에서 판매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수입차가 인증 중고차를 통해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국내 완성차 업계도 이 방식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중고차 시장이 허위매물과 미끼상품 등으로 품질·가격 문제가 계속 나오고 있는 만큼 대기업이 인증 중고차 방식을 도입해 소비자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기존 중고차 업계가 이를 반대하고 있어 대기업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 발표했으나, 중고차 업계 반발로 여태 제대로 된 논의도 하지 못했다. 지난 6월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가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를 구성하고 진출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절충안을 찾지 못했다.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가 중고차를 판매하는 것은 일정 수준 허용하더라도 매집은 허용할 수 없다고 반발한다. 현대차가 매집 권한을 갖게 될 경우 알짜 매물을 싹쓸이해 기존 중고 업체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매물만 판매하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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