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 게임 규제 촉구 보도에 국내외 게임주 투심 얼어붙어
지난달 말 공들여 출시한 게임 ETF도 ‘불똥’ 우려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NH아문디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 법인이 야심차게 내놓은 게임 ETF(상장지수펀드)가 출시와 동시에 중국 리스크를 맞게 됐다. 중국 관영매체가 온라인 게임을 ‘정신적 아편’ 또는 ‘전자 마약’이라고 비판하면서 전세계 게임주에 대한 투심이 급격히 얼어붙은 것이다. 출시 효과를 누리기도 전에 악재를 맞으면서 이른바 ‘대박’ 기대감이 희석되는 모양새다.  

4일 자산운용업계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게임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게임 관련 ETF의 인기몰이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최근 게임 테마 관련 ETF를 내놓은 NH아문디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입장에서는 출시 효과를 누리기도 전에 김이 새게 됐다.

앞선 지난달 30일 NH아문디자산운용은 ‘HANARO K-게임 ETF’를 국내 증시에 상장했다. 이 ETF는 ‘FnGuide K-게임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아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 기업에 투자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은 이보다 이른 지난달 23일 ‘Global X China Games and Entertainment ETF’를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이 ETF는 중국 내 게임 기업과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투자한다. 중국 게임 산업을 이끄는 텐센트와 넷이즈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자료=금융투자협회. / 표=이다인 디자이너.
자료=금융투자협회. / 표=이다인 디자이너.

출시 당시만 하더라도 해당 ETF에 대한 시장 안팎의 기대감은 컸다. 게임은 대표적인 언택트(비접촉) 수혜 업종인 데다 국내 게임사의 경우 지난 2018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이어졌던 중국 판호 발급 문제가 올 들어 해결될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의 게임 시장은 50조원 규모로 세계 최대 시장이라는 점에서 국내 게임주에 강한 호재로 작용했다. 중국 게임주 역시 시장 확대에 따른 성장 기대감으로 국내 '서학 개미'(해외 직접 투자자)들의 주요 투자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 같은 중국에서 대형 리스크가 불거졌다. 지난 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자매지인 ‘경제참고보’는 일부 학생들이 텐센트의 게임인 ‘왕자영요’를 하루 8시간씩 한다며 게임을 ‘정신적 아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 당국에 엄격한 규제를 촉구했다. 전세계적인 파문에 해당 기사는 삭제됐지만 게임산업이 중국 정부의 다음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남기면서 국내외 게임주의 폭락을 일으켰다.

실제 코스피와 코스닥 게임 대표주로 구성된 ‘KRX 게임 K-뉴딜 지수’는 이날 장중 1493.37까지 내렸다. 이 지수는 지난달 26일만 하더라도 1718.37까지 치솟았다. 상장일인 지난달 30일 9905원까지 상승했던 HANARO K-게임 ETF는 상장 이후 급락하며 이날 944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그나마 이날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으로 지난 3일에는 9200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운용사 간 테마형 ETF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판국에서 이는 아쉬울 수 있는 상황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경우 농협금융지주 차원에서 테마형 ETF를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하나의 성과가 중요하다. 김형신 농협금융 부사장은 지난달 19일 농협금융지주 제3차 자산운용전략회의에서 “국내 ETF 시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 계열사의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현재 올해 출시된 NH아문디자산운용의 테마형 ETF의 성적은 저조하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올해 2월 ‘탄소효율그린뉴딜’, 4월 ‘친환경에너지’·‘전기&수소차’, 7월 ‘K-게임’·‘K-POP&미디어’·‘K-반도체’를 연이어 출시했다. 그러나 이 6개 종목의 설정액은 600억 수준에 그친다. 출시 후 수익률 역시 부진한데 그나마 이들 중 Fn전기&수소차 ETF만이 3.67% 수익률로 선방하고 있다. 

*뉴딜 관련 ETF도 포함. / 표=이다인 디자이너.
*뉴딜 관련 ETF도 포함. 수익률은 출시일부터 이달 2일 기준. 자료=금융투자협회. / 표=이다인 디자이너.

미래에셋자산운용 입장에서도 중국 리스크가 우려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설정된 ‘차이나전기차SOLACTIVE’ ETF가 운용 규모 1조1900억원대 ETF로 성장하면서 중국 투자 증가 수혜를 톡톡히 봤다. 자회사인 글로벌X의 ETF의 경우 국내 서학개미들의 주요 투자처가 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 ETF를 비롯한 다른 중국 ETF에 대한 관심이 식을 경우 ETF 부문의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다만 중국의 게임 규제 이슈가 실제 정책으로 나오지 않은 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금 유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우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테마형 ETF의 경우 단순한 지수 추종 ETF와 달리 관습적으로 투자자들이 선택하지 않는다. 이는 언제든 성과에 따라 자금유입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라며 “중국 이슈도 언젠간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은 아쉬울 수 있지만 당장 큰 걱정은 아니다. 되레 비슷한 콘셉트를 지닌 경쟁 ETF의 성과가 더 좋게 나오는 경우가 더 큰 우려 요인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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