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등 게임 품질은 수준 낮아
이용자가 곧 창작자, 다양성은 장점

사진= 로블록스 캡쳐
사진= 로블록스 캡쳐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미국 10대가 가장 많이 쓰는 앱’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 ‘시가총액 60조원’

요즘 대세로 뜨고 있는 ‘로블록스’에 대한 이야기다.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타면서 구글플레이 매출 20위권 안에 들었다. 인기 흐름에 편승해 로블록스를 다운받았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부터 혼란스러웠다. 너무나 많은 선택지에 무엇을 해야 할지 길을 잃은 느낌이었다. 참고로 로블록스에 등록된 게임은 4000만개가 훌쩍 넘는다. 로블록스는 게임이라기보다 여러 게임을 진열하는 상점에 가까웠다.

나처럼 헤매는 이용자를 위해 ▲가장 주목받는 체험 ▲나를 위한 추천 체험 ▲새롭게 떠오르는 체험 ▲인기 ▲최고 평점 등 다양한 기준에서 게임을 추천해 주는 기능이 있었다. 그러나 분류된 카테고리 개수도 18개에 달해 결국 유튜브에서 추천게임을 골랐다.

사진= 로블록스 캡쳐

선택한 게임은 ‘이스케이프 러닝 헤드(Escape Running Head)’. 거대한 머리를 피해 미로를 통과하는 게임이다. 첫인상은 그래픽이 허접하다는 것이었다. 최근 출시되는 게임은 영화와 같은 수준 높은 그래픽을 선보이는 것이 기본이다. 이를 위해 모션 캡처 카메라 수백 대를 동원해 촬영하고, 언리얼엔진4로 최고 수준의 그래픽을 구현한다. 

이러한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로블록스 내 게임은 단순했다. 마치 그림판으로 작업한 것처럼 선이 투박하고, 색상도 다채롭지 못했다. 이용자가 창작자로서 게임 개발에 나서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래픽 외에 BGM이나 스토리라인도 평균 이하 수준이었다. 기존의 게임과 비교 선상에 놓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또 인상적이었던 점은 초등학생 인기게임 치고는 과금 유도가 상당했단 점이다. 게임 내 캐시인 ‘로벅스’를 지불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거나 아이템을 구매하라고 팝업창이 뜨기도 했다. 특히 아바타 꾸미기와 관련된 아이템은 상상 이상으로 비쌌다. 고가 아이템 중 하나였던 ‘실크모자’는 6억1803만3988 로벅스로 약 88억8189만원에 달했다. 단순 꾸미기 기능밖에 없는 데도 말이다. 물론 만원 초반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도 많았지만, 소위 ‘천장’이 없는 아이템도 꽤 많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사진= 로블록스 캡쳐
사진= 로블록스 캡쳐

정신 차리고 다른 게임도 해보았다. 펫을 키우는 ‘입양하세요!’, 시간 내 탑을 오르는 ‘타워 오브 헬’, 골프공으로 대결하는 ‘슈퍼 골프’ 등이다.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만들 수 있어 수준은 낮았지만, 다양하고 참신했다. 

실제 구글플레이 리뷰를 보면 종류가 많고 재미있어서 추천한다는 평이 다수였다. 어디에도 없던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장점이었다. 어쩌면 게임 이용자들이 가장 목말랐던 부분을 채워주는 게 아니었을까는 생각을 해본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