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메타버스, 게임 아냐”…입법 촉구
게임위 “선제적으로 게임여부 판단 불가”

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 직상장으로 첫 선을 보인 미국 온라인게임업체 로블록스의 주가가 준거가격(reference prices)인 45달러 대비 54.4% 오른 69.50달러로 마감됐다. / 사진=로블럭스 홈페이지.
 사진=로블럭스 홈페이지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한국 상륙을 앞둔 ‘로블록스’를 게임으로 볼 것인지 아닌지를 놓고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로블록스 내에서 유통되는 가상화폐 ‘로벅스’ 때문이다. 로벅스는 로블록스 핵심 매출원이다. 로블록스가 게임으로 분류되면 환금성을 금지한 게임산업법의 적용을 받게 되기 때문에 로벅스는 국내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메타버스는 게임이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로블록스가 게임이 아닌 메타버스 서비스란데 힘을 실었다.  

지난 28일 입법 조사분석 기관인 국회입법조사처는 처음으로  메타버스의 법적 의미를 밝혔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메타버스 관련 법률 규정 검토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메타버스를 통해 게임이 제공되더라도 메타버스 자체가 게임이 아니므로 ‘게임산업법’을 직접 적용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며 “게임을 제공하는 플랫폼의 형태로 활용되기 때문에 게임과 동일시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를 언급하며 “로블록스는 일반인이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데, 현재 등록된 게임 수는 4000만개 수준”이라며 “메타버스 자체를 게임으로 보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 메타버스 게임, 새로운 BM 확보 가능하나 

게임법 적용 여부는 로블록스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게임으로 분류되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게임위는 사행성을 근거로 가상화폐를 현금화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국내 블록체인 게임들도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로블록스의 주요 수입원은 가상화폐인 ‘로벅스’에서 나온다. 게임 이용자는 로벅스로 아이템, 유료 게임 입장권을 구매한다. 창작자는 본인 계좌와 연동해 로벅스를 달러로 현금화할 수 있다. 로블록스는 여기에 수수료 30%를 떼어간다. 이렇게 올린 지난 1분기 매출은 1억6200만달러(약 1813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했다. 국내에서 게임으로 분류되면 수익모델이 규제를 받게 된다.

메타버스로 영역을 확장하는 게임업계도 로블록스 논란을 주시하고 있다. 앞으로 메타버스 게임들은 게임산업법 적용을 피할 수 있기 떄문이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올해 하반기 내로 이용자가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제작기능을 추가하고, 이들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게임 기능 추가로 수익다변화를 꾀하기 위함이다. 넥슨은 신규개발본부에서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로블록스와 유사한 플랫폼인 ‘MOD’ 개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한정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김태규 광운대 게임학과 교수는 “로블록스는 게임보다 놀이 콘텐츠로 광범위하게 보는 게 맞다”며 “앞으로 게임머니로  결제하는 것이 아닌, 가상화폐를 만들어서 실물 화폐와 연동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봤다. 

게임위는 로블록스의 게임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있다. 현재 로블록스는 구글플레이, 앱스토어 등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관리하는 자체등급분류를 적용받고 있다. 송석형 게임위 등급서비스팀장은 “유통되는 게임 서비스를 게임위가 선제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인력과 예산에 한계가 있다”면서 “자체분류사업자를 신청한다거나, 게임물 심의 요청이 없는데도 게임위가 나서서 해석할 권한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로블록스 측에서 요청이 들어온다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심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현재까지 관련 연락을 취해 온 것은 없었다”고 전했다.

사진=국회입법조사처 회답서
사진=국회입법조사처 회답서

◇ 제도가 따라가지 못해…논의 시작해야

로블록스는 메타버스 게임의 특성상 기존의 잣대로 판단할 수 없단 지적도 있다. 일반 게임사는 ‘회사=개발자’ 구조다. 그러나 메타버스 게임은 ‘이용자=개발자’ 구조를 따른다. 로벅스 규제 시 개발자의 수익도 막게 되는 것이다. 법리적으로 따졌을 때 ‘우연에 의해 획득한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에 사행성으로 보기 힘들단 논리다.

결국, 산업의 발전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혼선으로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태규 교수는 “메타버스 콘텐츠가 처음 나오면서 접하는 상황”이라며 “기본적인 게임법을 적용하는 데 무리가 있다. 메타버스, 가상 화폐 등 관련 법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지난 28일 ‘메타버스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발간하고 메타버스 관련 제도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여전히 생소한 현상이며, 법・제도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호한 측면이 있다”면서 “촘촘한 사전규제부터 만들어서 신산업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했던 과거의 정책적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메타버스와 관련해 현실적 효력인정, 상거래 과세, 창작과 표현물에 대한 권리 등 필요한 법・제도를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국회가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이다. 김승수 의원실은 “현행 법체계에서는 여러 문제가 있다. 메타버스 진흥차원의 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으며 관계자와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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