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고용노동부, 네이버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
뺨 때린 가해자는 8개월 정직 후 복직···피해자는 ‘퇴사’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방조, 사실과 달라”

네이버 분당사옥 / 사진 = 연합뉴스
네이버 분당사옥 / 사진 = 연합뉴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지난 5월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네이버 직원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네이버는 해당 사실을 알고도 조사를 부실하게 했으며,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

네이버는 87억원에 달하는 임금을 체불하는 등 노동관계법 위반 행위도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조사 결과에 따라 네이버와 한성숙 대표를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고용부 발표 직후 네이버는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대한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27일 고용노동부는 네이버를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특별감독은 네이버 직원 A씨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을 비롯한 조직문화와 근로조건 전반에 대한 심층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실시됐다.

앞서 네이버 직원 A씨는 지난 5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자택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직장 내 갑질 등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메모가 발견됐다. A씨는 담당 임원으로부터 지속적인 폭언을 듣고 과로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나 이해진 창업자와 한성숙 대표 등 경영진은 사실상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 뺨 맞은 직원도 확인···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86.7억원 체불도

먼저 A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결과, A씨는 직속 상사인 책임 리더(임원급)로부터 지속적으로 폭언과 모욕적 언행을 겪고,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의도적으로 배제됐으며 과도한 업무 압박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A씨와 같은 부서에 근무한 직원의 진술 및 관련 자료(일기장 등)를 통해 확인됐다.

고용부는 “이 같은 행위는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상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며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해야 함에도, 네이버는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등 사용자의 조치 의무를 이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특별감독 과정에서 사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채널이 적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도 점검했다. 그 결과 네이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사안임에도 신고 사안에 대해 ‘불인정’ 조치하는 등 일부 신고에 대해서 불합리하게 처리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직속 상사의 모욕적 언행, 과도한 업무부여, 연휴 기간 중 업무 강요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네이버는 해당 사례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사안임에도 조사 자체도 부실하게 했다. 아울러 긴급하게 분리 조치를 한다는 명목으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아닌 피해 노동자를 소관업무와 무관한 임시 부서로 배치하고, 직무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어 고용부가 직장 내 괴롭힘 등 조직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52.7%)이 최근 6개월동안 한 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10.5%는 최근 6개월 동안 1주일에 한 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반복적으로 겪었다고 응답했다.

주요 사례로는 팀 동료가 외부인들과 있는 자리에서 뺨을 맞은 사실이 있었고,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한 외부기관은 폭행 가해자에 대해 ‘면직’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회사는 ‘정직(8개월)’ 처분을 내렸고, 이후 가해자는 복직한 반면 피해자는 결국 퇴사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44.1%가 ‘대부분 혼자 참는다’고 응답한 반면, ‘상사나 회사 내 상담부서에 호소한다’는 응답은 6.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참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응해봤자 해결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9.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아울러 네이버 내 폭언과 폭행, 성희롱 등도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 설문조사 결과, 8.8%의 응답자들은 본인이 폭언·폭행 피해를 경험했고, 19%는 동료의 피해를 보거나 들었다고 응답했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서도 참여자 중 3.8%가 본인이 피해를 경험했고, 7.5%는 동료의 피해를 보거나 들었다고 답했다. 고용부는 특별근로감독 이후에도 구체적인 신고가 추가로 접수될 경우 별도 조사를 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네이버가 최근 3년간 전·현직 직원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금품 86억7000여만원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에 대해 시간 외 근로를 하게 할 수 없음에도 최근 3년간 12명에 대해 시간외 근로를 시킨 사실이 확인됐고,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해서도 고용부 장관의 인가를 받지 않고 야간·휴일근로를 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네이버는 이외에도 연장근로 한도 위반,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 서면 명시 위반,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미시행, 임금대장 기재사항 누락 등 노동관계법 위반 행위를 했다.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임금체불, 임산부 보호 위반 등 노동관계법 위반사항 등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고 네이버에 과태료 부과 처분도 할 예정이다.

또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더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과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계획을 수립해 제출하도록 지도하고, 직장 내 괴롭힘 조사 내용과 조직문화 진단 결과에 대해 네이버 직원들이 알 수 있도록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네이버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IT기업이자 많은 청년층이 선호하는 기업임에도, 이번 특별감독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등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다수 나타났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 경영진의 적극적인 의지와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주요 IT기업 대상 간담회를 통해 기업 문화를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적극적인 지도·조사·감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네이버, 재발방지 약속···“다만 직장 내 괴롭힘 방조, 사실과 달라”

고용부 조사 결과 발표 직후 네이버는 입장문을 내고 “무엇보다도 고인과 유가족분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이번 특별근로감독 등을 계기로 그 동안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이 많았음을 확인하게 됐다. 이와 관련된 모든 지적은 경청하고 향후 개선에 충분히 고려할 것이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총체적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네이버는 수당 미지급과 관련 “2018년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면서 업무의 시작 및 종료 시간 등을 개인이 스스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기준 근무 시간인 주 40시간 미만 근무자에 대해서도 별도의 급여 차감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아울러 연장근로를 신청한 경우 해당 수당을 미지급한 경우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기준근로시간 초과 지적과 관련 “당사자와 조직장에게 지속적으로 알림을 주는 등 초과 근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이 과정에 다소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자율적 근로시스템의 한계로 인해, 회사에서 파악하지 못했던 초과 근로 등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네이버는 “경영진이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서도 조사 진행이나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추가적으로 소명할 사항이 있어 향후 조사과정에서 좀 더 소상히 설명하겠다”며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해 불리한 처우를 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관련 내용은 향후 조사과정에서 성실하게 추가 소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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