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6개월간 담당 검사 6번 교체
구 대표·황 전 회장 일부 혐의 이달 만료
법조계 일각·고발인, ’용두사미‘ 수사 우려

구현모 KT 대표 / 사진 = KT
구현모 KT 대표 / 사진 = KT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의 ’불법정치자금 후원‘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또다시 담당 검사를 교체했다. 이로써 수사 기간 약 2년 6개월간 담당 검사만 6번 교체된 것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건 고발인도 ’봐주기 수사‘를 우려하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구현모 KT 대표와 황창규 전 KT 회장 등 KT 전·현직 임직원 7명을 상대로 불법정치자금 후원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가 지난 7일 해당 사건의 담당 검사를 교체하고 사건을 재배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2년 6개월 만에 담당 검사만 6번째 바뀌게 됐다.

앞서 중앙지검은 2019년 1월 이 사건을 김 아무개 검사에게 배당하고, 한 달 후 용 아무개 검사에게 재배당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정기인사를 이유로 김 아무개 검사에게 재배당했다.

또 중앙지검은 지난해 2월 정기인사를 이유로 사건을 강 아무개 검사에게 재배당한 뒤, 정기인사를 이유로 같은 해 9월 김 아무개 검사에게 재배당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김 아무개 검사로 교체되면서 불과 2년 6개월만인 지금까지 담당 검사만 6번 바뀌었다.

검찰은 정기인사를 담당 검사 교체 사유로 밝혔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이같이 잦은 담당 검사 교체는 흔치 않을뿐더러, 수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인사이동이 1년에 두 번 있으니까 담당 검사가 바뀔 수는 있다”면서도 “담당 검사가 바뀌면 수사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보통 사건 관련 자료는 전달할지라도 자세한 사건 내막까지 철저하게 인수인계하진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 수사를 미루는 건 피의자에게 가장 좋다. 미루다 보면 담당 검사의 처음 의지는 어디로 가고 대충 종결시켜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후임 검사 입장에선 남이 하던 걸 뒤치다꺼리 하는 셈이 되다 보니까 그렇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담당 검사가 6번이나 바뀌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6번째 바뀐 거라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텐데, 그렇게 뭉갤 만한 사건이 아니지 않냐”며 “보통 메모를 남겨서 연속성 있게 수사하긴 하지만 속된 말로 ‘캐비닛’에 넣어 놓는 경우도 발생한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사의 의지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이 사건 고발인인 KT새노조는 검찰이 ‘봐주기 수사’로 종결시키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일부 혐의는 이달 중 만료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KT새노조 관계자는 “7월에 일부 공소가 만료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이달 중엔 검찰에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검사를 6번 바꾸고 결국 다음달로 사건을 미루면 (봐주기 수사가)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황창규 전 KT 회장 / 사진 = KT
황창규 전 KT 회장 / 사진 = KT

이 사건과 관련해 구 대표와 황 전 회장 등 KT 전·현직 임직원 7명은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금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2018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해 2019년 1월 구 대표와 황 전 회장 등 전·현직 KT 임직원 7명에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회삿돈으로 상품권을 매입해 되파는, 이른바 ‘상품권 깡’으로 2014년부터 4년간 11억5000만원을 조성한 뒤 이 가운데 4억3790만원을 19대·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후원금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KT가 의원들에게 1인당 후원 한도를 넘는 돈을 제공하기 위해 ‘쪼개기 후원’ 목적으로 임직원 29명을 동원하고, 직원의 가족이나 지인 명의까지 빌린 사실도 확인했다.

정치자금법상 한 사람이 한 해에 국회의원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금액은 500만원이다.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으며,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경찰로부터 해당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KT 전산센터를 압수수색하는 등 보완 수사를 했지만 지난해 6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이 터지면서 수사는 한동안 답보상태였다.

그러다가 지난달 4일과 9일 구 대표와 황 전 회장을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초 검찰은 부장검사급 인사이동 전까지 사건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사이동 후인 현재까지 구 대표와 황 전 회장의 기소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사건의 결과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관련 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EC는 KT에 이 사건과 관련해 KT 경영진의 비윤리적 행위로 주주 권리가 침해됐거나 피해가 발생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KT새노조 관계자는 “이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처벌도 처벌이지만 구 대표의 조건부 임기 만료라는 민감한 이슈가 걸려있다는 점이다. 구 대표가 기소될 경우 발생하는 CEO 리스크는 KT 경영진의 불법경영에 대해 전혀 견제하지 못한 과거 KT 이사회가 자초한 것”이라며 “또 CEO 리스크뿐만 SEC에서 조사하고 있는 해외부패방지법 리스크와도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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