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에 없는 고급 신선식품으로 승부수
마트 없는 현대백화점, 투홈 강화

19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서 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19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서 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에서 공들이던 퀵커머스가 백화점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퀵커머스가 신선식품 위주로 발을 넓혀가는 상황에서 백화점은 프리미엄 상품으로 차별화를 꾀할 방침이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 내 ‘B마트’는 국내 퀵커머스의 장을 열었다. 대개 40분 내에 다양한 신선식품, 문구류까지 배달되는 서비스다. B마트 거점 지역과 가까운 경우 10~15분 내에 배달이 완료돼 호평을 얻은 바 있다. 이어 쿠팡도 쿠팡이츠를 통해 서울 송파구에서 퀵커머스를 시범서비스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에 이어 전통 유통업체도 퀵커머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달 말부터 자사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홈에서 퀵커머스를 선보인다. 현대백화점은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이동형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를 통해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전기트럭으로 제품을 배송한다.

주문자가 주문하면 30분 내로 배송이 완료되는데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반경 3km 내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된다. 4대의 ‘이동형 MFC’가 압구정본점 주변을 각각 순회하고 있다가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게 되면 주문한 상품에 대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배송지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한 차량이 배송을 수행한다. 오는 10월까지 서비스는 시범 운영된다.

현대백화점은 대형마트 계열사가 없기 때문에 퀵커머스를 통해 식품관 확장을 꾀하고 있다. 현재 퀵커머스 시장이 식품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신선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식품관의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최상 품질의 과일이나 식품을 납품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

기존 이커머스가 배송하지 못하는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데에도 강점이 있다. 아직 배송비는 미정이지만 압구정 주변 거주인들은 배송비를 감내할 여력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백화점 과일이 가장 맛있다’는 정설이 있을 정도로 백화점 신선식품에 대한 신뢰도는 높은 편이다.

이런 점을 바탕으로 현대백화점은 프리미엄 신선식품 퀵커머스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봤다. 게다가 이륜차로 배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콜드체인을 갖춘 차량이 배달을 하기 때문에 신선도 유지 측면에서도 유리한 부분이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경우 마트나 슈퍼마켓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식품관을 키우기 위해 퀵커머스를 진행하게 된 것 같다”며 “다른 백화점 업체의 경우 대형 마트를 통해 빠른 배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화점 식품관 배송이 성공하려면 규모의 경제가 진행돼야 한다. 인근에서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확대가 진행돼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며 “백화점 식품관에는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특화한다면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백화점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유일하게 퀵커머스에 참여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퀵커머스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 이들은 계열사인 대형 마트를 통해 빠른 배송을 서비스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VIP를 대상으로 과일 구독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백화점 신선식품 퀵커머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백화점 식품관 상품을 집에서 주문해서 배송까지 받을 수 있는 점은 강점”이라며 “고급 식품을 선호하는 이들, 즉 MZ세대에서 나아가 40대~50대까지 아울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활발한 퀵커머스 사용을 위해서는 앱의 접근성, 편리성, 배송료 등에 대한 이해와 숙지가 필요할 것으로 이 교수는 봤다.

부정적인 전망도 나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30분 내로 배달하는 퀵커머스는 이미 포화상태인 것 같다”며 “백화점은 프리미엄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직접 백화점에 방문해서 눈으로 살펴보고 사는 것이 더 업태와 어울린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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